‘제 2의 뇌’ 들어보셨습니까?
30여년간의 연구를 토대로 수많은 소화기관 질환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틀을 제공한 마이클 거슨(Michael Gershon) 교수는 자신의 저서 제목을 ‘The Second Brain(제2의 뇌)’라고 명시합니다.
식도에서 시작해 위, 소장, 대장에서 음식을 부수고 소화를 시키고 배출하는 역할을 하는 소화기 신경계는 특별하게도 뇌의 지시 없이 스스로 작동을 합니다. 실제 우리의 장에는 약 5억개의 신경세포가 존재해 장신경계(enteric nervous system)라고 부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인체에서 만들어지는 세로토닌의 95%가 소화기관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인데, 거슨 교수는 “우리 몸은 두뇌와 복뇌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뱃속에는 대혼란이, 머릿속에는 대참사가 발생한다”고 밝히며 두뇌와 장기는 '미주신경'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미주신경은 부교감신경 기능을 담당하는 자율신경의 하나입니다.
장(腸) 건강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면역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 최고 면역학자 오쿠무라 고우는 "젊음과 건강은 나이가 아니라 면역력에 달려 있다"며 "인체 면역세포는 70%가 장에 있기 때문에 장 건강이 젊음의 척도"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건강의 기본은 ‘머리는 시원하고 아랫배는 따스하게’이지요. ‘제2의 뇌’라고 불리는 장을 느끼고, 따스하게 하며, 생활 속에서도 손쉽게 할 수 있어 최근 현대인을 위한 건강법으로 ‘배꼽힐링’이 각광을 받는 것도 그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뇌를 깨우는 신체 움직임은 갈수록 적어지고, 머리를 많이 쓰는 현대인들의 장 건강상태는 떨어지고 인체 면역성은 낮아져만 갑니다. ‘제 2의 뇌’를 깨우는 생활습관은 분명 건강관리의 훌륭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건강의 흐름도 치료에서 예방으로 그리고 관리의 시대로 접어들었으니까요. 자, 오늘은 다 같이 제 2의 뇌를 깨워볼까요?

글. 장래혁 한국뇌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 <브레인> 편집장
출처. 브레인월드 www.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