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명상(Meditation)’이라고 하면 불교의 지관(止觀, Samadhi, Vipassana)이나 간화선(看話禪), 초월명상(Transcendental Meditation), 요가(Yoga), 기공(氣功), 묵상, 기도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이다.
이와 같은 명상의 범주는 특정한 종교나 지역에서 전승되어 온 전통을 중심으로 구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관, 요가, 초월명상 등은 인도에서 생겨났으며, 간화선이나 기공 등은 동북아 명상의 전통에서 출발한다. 묵상이나 기도는 천주교나 개신교의 종교적 전통 의식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명상들은 각각의 수행방법과 그 역사적 맥락은 다르지만, 한 결 같이 몸(육체)과 마음(정신)을 하나로 하여 주의집중 상태에 이르고자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명상의 보편적 개념 정의로부터 각 명상 수행법이 가진 종교성이나 지역성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명상 체험이 비록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명상을 통해 도달하고자 하는 경지는 누구에게나 가능성으로 내재하고 있기에 존재론적으로 보편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명상의 보편적 정의는 각 명상 수행법이 가진 종교적, 지역적 특징을 통합함으로써 종파별, 지역별 갈등을 해소하고 인류라는 보편적 기반 위에 정신적, 물질적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명상의 보편성은 지역에 따른 명상의 특이성을 확보한 기반 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명상 수행의 이론과 방법론은 각 지역이 가진 자연환경이나 문화적 조건과 신체적 조건 등에 적합하게 발전되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거의 특정한 수행법이 모든 인종과 문화, 종교를 초월해서 단일하게 적용하게 된다면 명상이 가진 효용성은 저하될 것이 분명하다. 이는 명상 문화의 보급과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서양 유럽이나 인도와 마찬가지로 동북아에서도 나름대로 독특한 문화 속에서 명상의 이론과 방법론을 발전시켜왔다. 중국의 명상 전통으로는 유가, 도가(도교) 계열이 있다. 이외에도 중국에서는 인도 불교를 간화선이라는 독특한 선불교 명상법으로 발전시켰으며 한국과 일본의 불교 수행법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도가나 도교 계열들은 지금도 종교나 의료기공, 그리고 태극권과 같은 무술 등의 건강기공 형태로 지속되고 있으며, 도교 경전을 집대성한 『도장(道藏)』에는 여러 수행법이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고대부터 전해져 온 선도(仙道) 혹은 선가(仙家) 계열의 수행 전통들이 있다. 이를 ‘한국식 명상’이라 한다. 단군조선시대 이전부터 전해져왔다고 알려진 수행법으로 지감(止感)?조식(調息)?금촉(禁觸)법이 있으며, 이 수련법은 고구려의 조의선인(?衣仙人), 신라 화랑의 풍류도(風流道)로 이어졌다.
이후 불교를 숭상했던 고려에서 선도는 불교와 습합되어 전승되었고, 사대주의와 유교를 국시로 했던 조선에서 선도는 일부 지식인들 사이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거나 대부분 입산 은거한 사람들에 의해 산중에서 비밀리에 전수되어 왔다.
구한말 이후 일제강점기까지 선도는 동학이나 대종교 등의 민족종교 형태로 계승되었지만, 관련 인사들이 민족독립 운동을 하였기에 일제로부터 많은 탄압을 받았다.
해방 이후 서양문화를 앞세운 기독교에 의해 기존의 전통문화는 근대화의 걸림돌로 전근대적 문화로 인식되었고, 한국의 고유한 전통문화인 선도 역시 저류로 전락되고 말았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선도는 여러 수련단체로 이어지게 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선도의 핵심 정신이며 건국이념이기도 한 ‘홍익인간?이화세계’ 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국학(國學)’ 운동이 전개되었고, 특히 한국 고유의 선도 수련법을 뇌과학과 교육학을 융합하여 ‘뇌교육’이라는 새로운 수련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선도는 시대에 따라 억압받기도 하였지만, 그 핵심 요지는 지금도 그대로 전승되고 있다. 더 나아가, 다소 고전적 선도 수련법들은 홍익인간이라는 기본 정신을 바탕으로 현대인에게 맞게 변화되고 세계화되면서 한국식 명상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금 웰빙과 힐링이 시대조류로 대두되면서, 선진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조류에 발맞추어 한국식 명상 역시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진정한 한국식 명상의 가치는 시대조류를 넘어 지구촌의 시대정신이 될 수 있는 ‘홍익’ 정신에 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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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호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국학과 교수
글. 이승호 국제뇌교육대학원대학교 교수 | culture@ikoreanspirit.com
출처. 코리안스피릿 www.ikoreanspiri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