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디지털 세계는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병들게 하는가

불안 세대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의 신작 『불안 세대』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베스트셀러 『바른 마음』으로 ‘영미권에서 가장 논쟁적인 학자’으로 부상한 그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인터넷이 청소년 정신 건강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내놓는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종합 1위,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선데이 타임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전 세계에 십대의 스마트폰과 SNS 규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셜 미디어와 온라인 포르노, 중독성 강한 게임, 자극적인 콘텐츠는 민감하고 취약한 아이들의 뇌를 어떻게 재편할까? 과잉보호 양육과 헬리콥터 부모는 스마트폰이 끼친 해악을 얼마나 크게 증폭시킬까? 

하이트는 방대한 데이터와 연구 결과들을 바탕으로 “현실 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 세계의 과소 보호”가 아이들 뇌를 병들게 하는 메커니즘을 밝힌다. 그리고 더 건강하고 행복한 어린 시절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십대 우울증 2.5배, 여자 청소년 자살률 167% 증가
도대체 ‘요즘 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청소년 정신 질환이 유행병처럼 여러 국가를 동시에 강타하고 있다. 각종 데이터와 그래프는 안정 또는 개선되던 십대의 정신 건강이 2010년대 초반부터 급속히 악화되었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불안과 우울증, 자해, 자살 충동 등의 지표에서 그 수가 두 배 이상 가파르게 증가했다.

도대체 우리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하이트는 ‘놀이 기반 아동기’가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 대체된 ‘아동기 대재편(The Great Rewiring of Childhood)’이 청소년 정신 건강을 악화시킨 주범이라고 고발한다. 24시간 내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전자 기기들은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 삶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 결과, 외로움과 우울, 현실 세계에 대한 두려움, 낮은 자기 효능감에 사로잡힌 ‘불안 세대’가 탄생했다.


스마트폰과 SNS로 망가지는 아이들 뇌에 대한 충격적인 진단

아동과 청소년은 학습과 성장을 위해 유연해진 뇌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시기의 경험과 활동은 뇌 구조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세계를 배회하며 끊임없는 사회적 비교와 주의 분산, 자극에 시달린 아이들 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불안 세대』는 소셜 미디어와 알고리듬이 여자아이들의 정신 건강을 무너뜨리고 사회생활을 황폐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과학적 근거로 뒷받침한다. 또한 온라인 포르노와 게임에 중독된 남자아이들이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발달하지 못하게 되는 과정을 상세하게 추적한다.

사회적 결속력과 응집력이 약화되고 타인에 대한 신뢰가 감소하면서 가정과 학교가 아이들을 과도하게 보호하고 통제하기 시작했다. 이런 과잉보호 양육은 아이에게 필요한 현실 세계의 자극과 경험을 원천 차단함으로써 스마트폰의 해악을 증폭시켰다. 자유로운 신체 놀이와 스릴 넘치는 모험, 실수와 실패, 좌절, 관계에서의 갈등과 스트레스 등을 충분히 마주해보지 못한 아이들은 불안정하고 취약해졌다. 그리고 바깥세계를 두려워하며 가상 세계에 더욱 안주하고 말았다.

하이트는 Z 세대 아이들은 현실 세계 공동체에 뿌리내리는 능력이 역사상 그 어떤 세대보다 약하다고 진단한다. 이것이 바로 많은 청소년들이 불안과 우울, 외로움과 공허함에 빠져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이유다. 한때 비디오게임과 포르노에 빠졌던 Z 세대 젊은이의 고백은 아이들이 겪는 문제의 심각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에는 국경이 없듯이, 현재 영미권을 뜨겁게 달군 청소년 정신 질환 문제에서 우리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온라인상의 성적 착취, '엽기 챌린지'나 사이버불링(Cyber Bullying)의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다. 『불안 세대』는 지나치게 예민하고, 만성적으로 불안해하고,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 받는 아이들이 어른과 부모 들의 직무유기 결과물임을 깨닫게 해주는 강력한 ‘망치’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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