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예전만 못하거나 깜박깜박 잊어버리는 일이 자꾸만 늘어날 때,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 앞에서, 아니 하다못해 음식점 키오스크 앞에서도 버벅거리며 움츠러드는 나를 발견할 때 약속이라도 한 듯 말한다. “나도 늙었나 봐.”
우리는 이렇게 신체와 정신의 퇴보, 변화하는 사회에 대한 더딘 적응 같은 부정적인 특징을 자연스럽게 노화와 연결짓는다. 동시에 노년을 가능한 늦게 맞이해야 할 시기로 인식하며, 가능하다면 영원히 젊기를 바란다.
그러나 유튜브 채널 ‘밀라논나’를 운영하는 장명숙 패션 크리에이터, ‘코리아 그랜마’ 박막례 할머니, 백발과 수염을 뽐내는 시니어 모델들처럼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이들의 멋스럽고 경쾌한 모습이 각광받고 선망되는 요즘 사회에서 나이듦을 다시 생각하게 됨은 자연스럽다.
우리는 이들이 젊어 보이거나, 나이 든 사람의 특징을 갖고 있지 않아서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매해 늘어나는 평균수명과 기대수명 앞에서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질문하고 있다. “어떻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 노년기는 청춘과 중년이 지나가고 남은 잔해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게 우리를 정신없이 달리도록 만든 직업, 가정 부양,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난 해방기에 가깝다.
인생 2막, 황혼, 새로운 시작… 수많은 수식어가 붙는 이 시기를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가? 우리 무의식의 그림자에는 젊은 날 거절당했거나 받아들일 수 없었던 특징과 감정, 아직 발현되지 않았거나 이루지 못한 재능과 능력이 숨겨져 있다.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듦의 기술》은 오직 노년기에만 가질 수 있는 넓고 새로운 시각으로 이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진정한 나를 찾아 새로운 가치를 세우는 법을 제시한다.
오직 노년기에만 가질 수 있는 넓고 새로운 시각으로 이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진정한 나를 찾아 새로운 가치를 세우는 법을 제시한다. 늙어서도 성실히 일하자거나, 그저 젊게 살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청년과 중년을 지나 새롭게 맞이할 인생의 후반기를, 오직 그 나이와 그 시기이기에 가능한 방법과 의미로 채워나가는 것이다.
저자는 노년기를 개인적 성장과 영적 발전의 기회로 활용하길 제안한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영웅적으로 삶을 끌고 나가던 중년까지의 태도에서, 이제는 나라는 한 사람의 완성, 성숙한 공동체 형성과 환경 보호처럼 더 큰 가치를 위해 움직이는 현명한 ‘원로’가 될 때이다. 과거의 역할을 뒤로하고, 외부에서 내면으로 시선을 돌려 진정한 내가 될 기회를 찾는 것이다.
이 시기를 현명하게 넘기기 위해서는 내 안의 그림자를 찾아 혼란의 원인을 밝히는 내면 작업과 흔들리는 마음을 다스리는 수련이 필요하다. 각 장 끝에서 제시되는 마음챙김 명상과 내면의 연령주의자 대면법, 힌두교와 티베트 불교, 유대교, 기독교를 망라하는 수련법, 그리고 억눌려온 자신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도록 돕는 질문들은 인생의 후반기를 담담하게 또는 긍정적으로 맞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든든한 나침반이 되어 줄 것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