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북스] 1밀리미터의 싸움

세계적 신경외과 의사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경계


1밀리미터를 경계로 삶과 죽음의 능선을 오가는 신경외과 의사의 삶

신경외과 수술은 순간의 실수나 판단이 환자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기고 더 나아가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페터는 자신의 손끝에 한 사람의 생명과 삶 전체가 달려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신경외과 의사는 더 높은 수준의 완벽을 요구받으며, 엄청난 압박감에 시달리곤 한다. 페터는 자신을 짓누르는 생명의 소중함과 무거움에 자신이 어떻게 대처하는지 이야기하며 신경외과 의사로서 겪는 삶과 죽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죽음의 통계를 벗어나, 가능성을 만드는 힘

뇌는 생명뿐만 아니라 의식과도 직결된다. 때문에 뇌 질환을 치료하는 신경외과 분야는 의학 분야에서도 복잡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페터 바이코치는 신경외과 분야 세계 최고 명의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그는 신경외과 분야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독일 베를린 샤리테 병원 역사상 최연소 외과 과장에 발탁될 정도로 뛰어난 의사다. 그는 현재 이곳에서 36명의 동료 의사와 함께 하루에 5~6건, 1년에 800여 차례의 수술을 책임지고 있다.

출간되자마자 독일의 베스트셀러가 된 페터의 첫 번째 책 『1밀리미터의 싸움』은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인간의 뇌를 둘러싼 매력적인 의학 보고서이다. 페터는 이 책에서 자신이 경험한 다양한 수술 사례와 현장 이야기를 통해 신경의학의 경이로운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이 책에는 재발 가능성이 아주 높거나, 남은 수명이 몇 개월밖에 되지 않는 환자들의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동정맥 기형 환자의 수술, 비행기 조종사의 청신경에 파고든 종양 제거 수술, 언어능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 아주 가까이에 생긴 미만성 성상세포종을 제거하기 위해 환자를 깨운 상태로 진행하는 각성 수술, 그저 많이 먹고 덜 움직여서 살이 찐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뇌하수체에 선종이 생긴 경우 등 자신이 직접 치료한 12개의 희귀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수술이 어렵다는 말을 들은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찾아왔을 때 페터는 자신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환자에게 방법을 제시한다.

나는 오로지 수천 건의 수술 경험과 양심에 의거하여 수술 가능성과 성공 여부를 평가한다. 물론 신경외과 수술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언제든 다양한 합병증과 예기치 못한 나쁜 일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일에서는 통계학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따라서 환자들은 수술에 따른 위험성보다는 뇌출혈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갈 것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는 희망으로 수술에 따른 위험성을 감수할 것인지 신중히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많은 환자가 보여주는 용기와 확신을 볼 때마다 그들에게 깊은 존경심을 갖게 된다. (36쪽, ‘1. 머릿속에서 잠자는 괴물’)

수술에 성공한 후 페터는 이 모든 공로를 환자들의 의지와 의료진의 팀 정신으로 돌린다. 그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고 수술을 선택하는 의지,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집중하여 최선의 결과를 만들려는 노력이 그 모든 통계 수치를 벗어난 가능성을 만든다고 말한다. 병마와 싸우는 환자들의 안타깝고도 감동적인 스토리와 그들을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의 모습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낸 이 책은 진정한 인류애에 대한 깊은 울림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또한, 페터는 수술에 대한 엄청난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사망률 콘퍼런스를 통해 같은 실수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함께 토의하고 연구하며, 필요하다면 비행기 조종사같이 완벽함에 대한 비슷한 압박감을 느끼는 분야의 전문가들의 강의나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내용을 통해 신경외과와 신경외과 의사의 일에 대해 잘 알게 될 뿐만 아니라 한 생명의 존엄함을 깊이 되새길 수 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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