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다르게 의욕이 잘 생기지 않는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매번 같은 작가의 책만 읽는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쉽게 화가 난다, 사람을 만나도 매번 같은 이야기만 반복한다.’
40대 이후 이와 비슷한 증세를 느낀 적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주의해야 한다. 이 같은 현상은 의욕을 관장하는 뇌 부위인 전두엽이 퇴화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는 중년에 시작되는 우울증과 무기력증의 원인이 다름 아닌 ‘전두엽의 기능부전’이라고 진단한다. 대뇌 전체의 약 30%를 차지하는 전두엽은 25세라는 늦은 나이에 완성되지만 40대부터 그 크기 자체가 축소되고 신경세포의 회로가 줄어들면서 퇴화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최근 코로나 19 후유증으로 우울증 환자가 늘어나고 묻지마 범죄가 증가하는 것도 전두엽의 기능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길어지면서 공감 능력과 사회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두엽이 그 기능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이런 사건 사고가 급격하게 늘어났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나 고령층의 경우 코로나 19 사태가 터진 이후 외출을 하지 않고 사람을 만나지 않는 생활이 길어지면서 ‘건망증이 심해졌다’, ‘삶의 낙이 없다’, ‘인지 기능이 떨어졌다’고 답하는 인구수가 대폭 늘어났기 때문에 그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렇다면 50대, 60대 그리고 70대까지도 열정적으로 활동하며 창의성과 사회성을 발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늙지 않는 뇌의 비밀』(원제: 不老腦)은 바로 이 질문에 화답하는 뇌과학 자기계발서다. 저자는 최근 대세가 된 뇌과학 이론에 자신만의 임상 경험과 각종 심리 실험 이야기를 곁들여 전두엽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준다.
이 책은 뇌에 대한 탄탄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신뢰가 갈 뿐 아니라 40대부터 80대까지 나이대별 전두엽 관리법이 들어 있을 만큼 실용적이다. 출간 이후 아마존 뇌과학 분야 베스트에 올랐으며 전두엽의 기능이 각광받으면서 여러 매체에 소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이야말로 자신이 독자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라 밝히고 있다.\
너무 편하게만 살면 안 되는 이유는?
죽기 전까지 스마트한 사람들의 전두엽 단련법
정신의학 분야에서 30년 넘게 일하고 있는 저자 와다 히데키. 그는 수많은 환자들의 뇌를 관찰한 결과 실제로 40~50대부터 전두엽의 크기가 현저하게 줄어들어 있거나 두개골과 전두엽 사이에 큰 틈이 생긴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다. 우울증을 비롯한 각종 정신 질환과 전두엽의 상태가 밀접한 관계라는 걸 수많은 임상 경험을 통해 체득한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전두엽이 우리의 건강과 삶의 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낱낱이 드러내 보여준다.
실제로 전두엽은 다른 뇌 부위들과는 그 기능이 사뭇 다르다. 생존을 위한 본능을 관장하는 대뇌변연계, 시각충추인 후두엽, 소리와 언어 정보를 다루는 측두엽, 신체 감각과 동작을 담당하는 두정엽 등과는 달리 집중력과 의욕, 창의력, 공감 능력, 감정 조절, 통찰력과 같은 인간의 품위를 관장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전두엽은 호모 사피엔스에게만 허락된 ‘생각하는 뇌’인 것이다. 그런데 이 부위에 문제가 생기면? 의욕이나 사회성이 떨어지고 그와 더불어 언어 능력과 사고 능력, 의사 표현 능력이 둔해지는 건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저자는 전두엽을 편안하게만 방치하면 후일 분명 대가를 치르게 된다고 경고한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고, 그 일을 실행하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는 치열한 과정. 우리는 이런 과정이 뇌를 혹사시킨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과 뉴런의 연결고리인 시냅스가 여러 경로로 늘어나 두뇌가 발달하기 때문이다.
또 이미 여러 실험을 통해 증명된 바와 같이 뇌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이 필수이며 날마다 타인과 연결되어서 대화를 나누고 감정적 교류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바로 ‘아웃풋’하는 습관이다. 정보를 인풋하는 능력을 ‘기명력,’ 아웃풋하는 능력을 ‘상기력’, 기억을 유지하는 능력을 ‘유지력’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많은 지식이 머릿속에 들어 있다 해도 ‘아웃풋’하는 뇌의 경로를 만들어서 쓰지 않으면 ‘상기력’과 ‘유지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전혀 동의하지 않는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여보면서 ‘사고의 회색 지대’를 만들어야 전두엽의 회로가 늘어난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래야 소위 말하는 ‘꼰대’로 전락하지 않고 젊은 뇌를 유지하며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자꾸 옛날 무용담만을 반복하고 현역 시절의 지식에서 더 나아가지 못한 채 다 아는 이야기를 너무나 지루하게 늘어놓는 노인을 떠올려보면 저자의 주장이 매우 설득력 있게 들릴 것이다.
70대, 80대에도 뇌의 회로를 늘릴 수 있을까?
40대부터 80대까지 나이대별 전두엽 단련법
대한노인정신의학회와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6년 약 66만 명이던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가 2021년 약 88만 명으로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107만 명, 2050년에는 302만 명으로 늘어날 거라고 한다.(*2023년 3월 16일 농민신문 기사 인용, 치매 환자 점점 늘어나는 ‘분명한 이유’ 있었다, 임태균 기자)
이렇게 점점 치매 인구가 늘어나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이 책은 분명한 시사점이 있다. 저자는 한 번 위축되기 시작한 뇌를 다시 원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그 대신 손상되지 않은 다른 신경세포의 회로를 늘려주면서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면 된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40대부터 80대까지 각 나이대별로 해야 할 일을 조목조목 정리해서 일러준다. 운동을 꼭 해야 하고, 가능하면 일을 그만두지 않고 지속하며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하라는 조언은 어쩌면 어디선가에서 한 번쯤 들어본 해법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자의 임상 사례와 함께 읽다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바로 실천해보고 싶은 욕구가 든다.
이렇듯 뇌과학 지식에서 멈추지 않고 실제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자 읽을거리라 할 수 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