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불과 20여 년 전인 1990년대만 해도 100세까지 건강을 유지하면 주목을 받았다.
당시에는 100세에도 자기 발로 걷고 자기 입으로 밥을 먹고 인지기능도 저하되지 않은 사람을 보면 놀라워했다. 하지만 요즘은 100세까지 산다고 해도 그때만큼 놀라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정정한 80대, 90대를 보는 일은 이제 드물지 않다. 100세는 몰라도 90세까지 사는 건 평범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그 뒤로 이제는 100세를 넘어 ‘120세 시대’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100세 시대’ 다음은 ‘120세 시대’인 것이다. 120년 수명의 근거는 ‘인간의 세포에 있는 텔로미어telomere의 수명이 120년이므로 문제만 없으면 120년까지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발상에서 비롯됐다.
120세까지 건강하게 산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최소한 뇌의 인지기능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로 아무런 문제 없이 스스로 식사를 할 수 있고 제 발로 걸을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120세까지 산다는 건 인류 역사상 최대 수명으로, 학계에서도 종종 논란이 되는 사안이다.
불과 몇 년 차이일 수 있으나 인간의 한계 수명을 놓고는 아직 의견이 하나로 좁혀지지 않았다. 뇌는 저마다 개성이 있고 뇌의 개성을 활용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자신의 뇌가 타고난 본연의 능력’을 ‘본뇌本腦’라고 한다면, 이 ‘본뇌’에 따라 살아야 뇌가 장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직장을 그만두면 사회와의 연결고리가 느슨해지고, 나이가 들면 배우자가 사망하거나 또래 친구가 줄어드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외로운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으니 친구를 사귀고 외로움에서 벗어나자’고 권유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그러나 ‘늙어서 외로우면 불행하다’는 건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주장일 뿐,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말이 아니다. 혼자 지내는 걸 선호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무리에 섞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사람들이랑 대화 좀 하고 살아” 같은 참견을 종종 듣는다. 하지만 그들은 억지로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혼자만의 활동을 해야 훨씬 행복하다.
TV와 인터넷을 통해 매일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내 의지대로 선택하며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해답은 ‘자기 내면에 가치판단의 기준을 확실히 갖는 것’이다. 의료와 식생활이 아무리 복잡해져도 ‘나는 이렇게 하고 싶고,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는 여기까지야’라는 자신만의 기준이 있으면 무엇을 선택할지 판단하기 어렵지 않다.
일본 준텐도대학교 대학원에서 120세까지 젊고 건강하게 사는 법을 연구하는 의학자 시라사와 다쿠지 교수의 《장수하는 뇌》 중에서
※ 인사이트는 《브레인》에서 선정한 뇌과학 도서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인간의 뇌에 대한 아포리즘 및 다양한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