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만난 사람]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 세계에 도전해볼 만 합니다!”

▲ 2024 로보컵에 출전한 엘리스 3세대 로봇과 한재권 교수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인간(human)의 형태를 한(-oid) 것"을 말하며, 외형뿐만 아니라 행동 패턴, 감정 표현, 상호작용 방식 등에서도 인간과 비슷한 요소를 갖춘 로봇을 말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사가 내어놓은 '아틀라스(Atlas)'는 뜀박질을 넘어 덤블링을 하고, 자유로운 움직임으로 화제를 모았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도래 이후 일론머스트가 선보인 테슬라 '옵티머스(Optimus)'에 이어, 최근 오픈AI와 손잡고 챗GPT가 적용된 미국의 스타트업 '피규어’는 사람과의 일상적 대화 속에서 필요한 물건을 집고 척척 분류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거대한 휴머노이드 전환의 시점에 한국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네덜란드에서 열린 전 세계 로봇 월드컵 ‘로보컵(Robocup) 2024’에서 한국의 히어로즈팀이 중국 칭화대를 누르고 TOP3에 오른 동시에 ‘로봇컵 2026’ 대회를 한국이 유치했다. 

귀국한 지 얼마 안 된 시간이었지만, 한국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를 에리카캠퍼스 연구실에서 만났다. 예사롭지 않은 헤어스타일과 용모도 눈길을 사로잡는 한 교수와의 인터뷰는 유익함과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이다.

 

▲ 한재권 교수가 이끄는 한양대 히어로즈 팀이 '2024 로보컵' 3위에 올랐다.


Q. 축하드립니다. 이번 마지막 경기에 중국 칭화대를 꺽고 TOP3에 올랐습니다. 4강전에서는 전통 강호이자 지도교수셨던 데니스홍 교수님이 이끄는 팀과도 맞붙었지요. 로보컵에서 만난 미국, 중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어떤 단계인가요.
 

감사합니다. 저와 교수님은 서로를 응원하면서도 이제는 경쟁하는 관계입니다. 제자로서 스승님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교수님이 정말 압도적으로 모든 팀을 이기셨습니다. 

미국은 창의적으로 무언가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고. 중국은 그것을 보고 베껴서 따라가고 있죠. 그래서 시간차가 좀 존재를 하고요. 하지만, 가장 열심히 따라가고 있어 긴장도 되고 위협까지 느끼는 상황입니다. 

중국은 정부 위주로 움직입니다. 정부가 산학 협의체를 만들고, 펀드 규모도 우리랑 차이가 많이 납니다. 휴머노이드는 투자가 잘 안 되는 분야인데, 중국은 정부가 투자하니 다르죠. 한 가지 예로 이번 로보컵에 참가한 중국 팀이 두 팀인데 모두 회사를 갖고 있습니다. 


Q. 미국과 중국과 비교해서 어떤 전략이 있을까요.

사실 전략이라고 하는 건 별거 없습니다. 보여주는 겁니다. 이번 대회처럼 우리도 된다는 것을 국민들과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죠. 보여줘야지 뭔가 믿음이 생기고 믿음이 생겨야 펀딩이 됩니다. 

기술과 자본에서 중국이나 미국에 밀리는 것 아니냐고 얘기를 하세요. 그런데 중국 자본에 밀리는 것은 객관적인 지표라고 하더라도, 기술면에서는 일단은 우위를 갖고 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창의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미국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기술적인 우위를 보여주면 비빌 언덕이 생긴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10월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로봇전시회인 ‘로보 월드’라는 행사가 있습니다. 그때 저희가 좀 많은 걸 좀 보여드리려고 준비를 좀 하고 있습니다.


Q. 이번 로보컵에 출전한 로봇이 엘리스 3세대라고 알고 있는데, 4세대 로봇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3세대와 4세대의 가장 큰 차이는 어떤 부분일까요.

완전히 시대가 바뀌었다는 걸 상징하는 세대교체라는 생각입니다. 3세대까지는 일본 아시모 계통 로봇이었어요. 2000년에 혼다 아시모가 등장하고 사람들이 굉장히 충격을 받고 열광을 했죠. 이후, 같은 기술을 쓰는 로봇들이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4세대부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당연히 생성형 AI가 잘 쓰여져야 되고요. 그리고 기계적으로는 새로운 종류의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새로운 종류의 아이디어가 시도가 됩니다.

기존 로봇들이 힘이 굉장히 약합니다. 겨우겨우 아장아장 걸었던 것에서 이제는 뛰고, 굉장히 힘이 넘치는 그러면서도 제어가 잘 돼서 잘 안 넘어지는, 일상생활에서 인간에 비해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 세대로 지금 진화하고 있습니다.


Q.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대단했었는데, 최근 유압식에서 전기로 구동방식을 바꾸었습니다.

거대한 변화 속에 우리도 참전한다는 신호탄이죠. 보스턴 다이나믹스라는 회사가 정말 넘사벽 존재였거든요. 왜냐하면 혼다 아시모류가 아닌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면서 유압방식으로 넘치는 힘을 자랑했고, 유격 훈련과 덤블링도 보여주면서 우리를 절대 이길 수가 없다는 것을 자랑했었죠. 기술적으로는 맞습니다.

그런데 2020년대에 들어서 로봇이 데모를 보여주는 것에서 실제 생활에서 사용하는 용도로 전환이 됐거든요. 그렇게 잘 움직이는데 그래서 어디에 쓸 건데 이렇게 되는 거거든요. 유압식 구동은 힘은 좋은데 대량 생산이 잘 안 됩니다. 단가도 비싸고 위험하고요. 

그러다 보니 일상생활에서 쓰기에는 안 좋은 케이스인 거죠. 그래서 유압을 포기하고 전기로 간거죠. 지금 휴머로이드 분야는 테슬라의 옵티머스, 오픈AI와 손잡은 피규어 그리고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삼각편대가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Q. 로봇 삼국지네요. 로봇 대표 전문가와의 인터뷰이다 보니, <브레인> 독자들은 이런 것이 궁금할 듯합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열심히 기어 다니다가 두 발로 서고, 두손과 팔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다음에 언어로 소통하며 학습을 본격화 합니다. 휴머노이드 로봇 발전도 이와 유사하게 보이는데. 로봇에서 특히 이족보행이 왜 어려운가요?

균형 잡기죠. 우리 인간은 참 경이로운 존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왜냐하면 걷는 걸 생각해보면 굉장히 불안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걷기 위해서는 한 발을 땅에서 띄어야 되잖아요. 그렇게 되면 몸 전체를 그냥 하나의 발에 의존을 하고 있어서 굉장히 위험한 상태인 거죠. 

그리고 그 위험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서 공중에 뛴 발을 움직이고 싶어 하는 방향에다가 딱 내려놓습니다. 그럼 조금 안정적인 거죠. 불안한 상태와 안정적인 상태를 계속 반복하면서 우리가 이동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기계 입장에서는 한 발이 띄어졌을 때 나머지 한 발로 균형을 잡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더구나 지면이 평평한 곳이 그렇게 많지는 않죠. 질감도 다 다르고요. 

그런 곳을 계속 안정을 유지하고 극복하면서 이동을 해야 되는 기술이라서 균형 잡는 것은 쉬운 기술이 아닙니다.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우리 인간은 정말 너무 잘하고 있어요. 하루에 만 보를 움직인다고 하면 만 번의 기적을 행하고 있는 거예요.


Q. 왜 그렇게 인간을 닮은 로봇을 만들려는 건가요.

좋은 질문입니다. 이렇게 어려운 기술인데 왜 그래야 되느냐라는 의문까지 들죠. 지구상에 있는 생명체 중에 이런 게 가능한 생명체가 얼마나 된다고. 이게 경쟁력이 있는 거야라는 의문까지 들죠.

만약에 로봇을 어떤 산속에서 특정한 일을 하게 해야 된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드는 거는 바보짓이에요. 차라리 호랑이나 소, 말처럼 만드는 게 가장 경쟁력 있는 모습이에요. 그런데 왜 굳이 이렇게 인간형 모습을 하느냐는 것은 우리 주변 환경이 이미 인간의 몸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결국 우리 인간 세상에서 쓰려고 하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이 모든 환경을 수천 년간 인간이 잘 쓰게 만들려고 인간의 몸에 맞게 디자인을 해버렸어요. 이 모든 환경에서 잘 이용되어야 우리 곁에서 잘 쓸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인간 사회 생활 속에서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로봇의 형태는 뭘까 하면 ‘인간형’입니다.


Q. 소뇌를 비롯한 몸과 뇌 사이의 감각과 운동신호의 상호작용, 체성감각피질과 운동피질, 고유수용성감각 등 뇌과학이 로봇공학 발전과 맞물려 있어 보입니다.

정확히 맞물려 있습니다. 로봇 공학이 새로운 시대로 진입한 원동력이 뇌과학의 발달과 밀접하게 연관이 있고요. 우리가 움직이는 원리에 대해서 더 많이 이해를 했기 때문에 그것을 로봇에 적용시킨 결과입니다.

2천년대 아시모는 기계공학의 정수입니다. 논리적인 단계로 짜낼 수 있는 최상의 상태가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죠. 그런데 미국에서는 그렇게 접근한 게 아니라 그럼 인간은 어떻게 하는데라고 질문하거죠. 인간은 발바닥에서부터의 촉감과 근육에서 올라오는 근육신호 등을 바탕으로 뇌의 신경다발이 작동하다 어느 순간 근육으로 가는 전기 신호로 바뀌어서 몸으로 내려가서 수축 작용을 하는 거라는 걸 생각하게 된 거죠. 

그런 접근을 2010년대부터 하기 시작 했습니다. 인간의 움직임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진 거죠. 그 과정에서 힘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알고리즘, 그 알고리즘에 맞는 액추에이터와 기계공학 등이 발전되어 나갑니다. 그리고 지금 보여주고 있는 로봇들이 나타났습니다.


Q. 속도, 가속도, 온도, 압력 센서 등 다양한 센서들이 있는데, 휴머로이드 로봇는 어떻게 정보를 처리하나요.

지금 로봇들도 센싱을 기반으로 합니다. 센싱을 기반으로 해서 그리고 액츄에이터 모터들이 얼마나 힘을 내고 있느냐. 그 힘을 내고 있는 그 정보를 바탕으로 지금 운동은 어떻게 해야 돼라는 작전을 짜게 되는 거죠.

그런데, 일단은 외부 센서를 이용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인간도 촉각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외부 센서라고 생각할 만한 게 달팽이관 정도죠. 그럼 어디서 그 많은 정보가 오느냐면 근육입니다. 그래서 힘을 내는 액추에이터를 센서처럼 활용해야 된다. 인간도 근육을 힘을 내는 존재로도 쓰지만 그 외부에 가해지는 외력 또는 내고 있는 힘을 센싱을 해서 알아차리면서 뭔가 움직이는 데 쓰고 있죠. 


Q. 일종의 신경계 다발들이 액추에이터와 결합된 형태라고 봐야겠네요. 그래서 새로운 엑츄에이터를 개발하시는 군요.

맞습니다. 모터에는 감속기를 붙여서 쓰거든요. 왜냐하면 모터는 빠르게 회전하는데 힘은 약하니까 속도를 감속을 시켜서 힘을 증폭시키는 감속기를 붙이는데, 예전에는 감속비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았습니다. 100대 1, 200대 1 뭐 이런 거를 어떻게 하면 잘 만들까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바뀌었습니다.

감속비가 높으니까 힘이 잘 느껴지지가 않는 거죠. 외부에 있는 힘이 큰 힘이 들어와도 모터 단에서는 작게 느껴지는 거거든요. 그럼 감속비를 낮춰서 하는 방법을 해보자. 그러면서 센싱 능력을 높이고, 민감도를 높여보자. 이렇게 새로운 액추에이터로 진화하는 거죠.

결국 감속비는 작게 만들고, 모터 자체가 큰 힘을 내는 것을 어떻게든 만들어보자는 식으로 기조가 바뀐 겁니다. 미국 로봇들 보면 모터들이 큼직한 게 있고 감속비는 없거나 최소 감속을 하는 식으로 진화를 합니다. 그랬더니 더 잘 걷는 거죠. 더 빠르게 걷고 그리고 저쪽으로 가겠구나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죠.


Q. 최근 테슬라 옵티머스에 이어, 피규어 2세대 로봇이 공개되었습니다. 얼마 전 부엌에서 오픈AI가 접목되면서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고, 원하는 물건을 집어주하는 장면이 충격을 주었습니다. 자유로운 로봇 손과 팔의 움직임도 인상적이었는데요, 실제 인간과는 어떤 수준인가요.

인간 손을 따라 잡은 로봇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 인간의 손이 갖는 어마어마한 능력을 따라잡을 수 있는 기계는 아직 없고요. 그런데 다들 생각은 똑같습니다. 어쨌든 일은 어떻게든 손이 하는 거다. 그러니까 손을 잘 만들어야 일을 잘한다. 다양한 일을 하려면 인간의 손처럼 할 수 있어야 된다. 그래서 요즘 로봇 비디오들 홍보하는 거 보면 손에 진짜  초점을 많이 해줘요.

예전에 휴머노이드 로봇 보면은 걷는 비디오들이 대부분이었어요. 나 잘 걸어 이런 이런 거였는데 요즘은 걷는 것은 조금 보여주고 그다음부터 계속 손만 보여주고 무슨 일 하는지를 보여주는 식입니다.
 

▲ 한재권 교수 연구실에 있는 다양한 엘리스 로봇들


Q. 생명종의 진화에서 보면 파충류에서 포유류, 영장류로 갈수록 사지 말단의 미세한 조절을 할 수 있도록 진화 적용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현재 축적된 학문적 수준에서 인간 손의 움직임과 비교하면 왜 아직 격차가 클까요?

일단 근육을 잘 모사 못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인간의 근육은 부피와 무게 대비 힘이 어마어마하게 좋습니다. 또한, 손에는 정말 미세한 근육들이 여러 자유도로 여러 방면으로 다 엮여 있는데 이걸 흉내를 못 내는 겁니다. 이런 기능을 흉내내는 액추에이터가 한계가 있는 거죠.

그래서 인공 근육이 답이라고 하시는 분들은 인간의 근육의 놀라움에 매료돼서 어떻게든 이걸 따라잡아야 된다. 그러지 않으면 답 없다고 하고 인공근육을 열심히 연구를 하고 계시는 거고요.

기계공학적으로는 그런 소재 부품하고는 조금 결이 다르니까 지금 있는 모터를 어떻게 잘 설계해서 그래도 좀 인간의 근육과 같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막 뿜어져 나오고 있는 중이죠. 다른 영역의 학문 분야들이 융합될 수밖에 없는 방향이 예상됩니다.


Q.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부상이 로봇 공학에 미치는 영향과 변화가 어떨까요.

다른 종류의 로봇보다도 휴머노이드 로봇에 끼치는 영향이 압도적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로봇들은 보통 어떤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그걸 달성하기 위한 기계 장치인 경우가 많습니다. 배송 로봇은 물건 나르는 거죠. 로봇 팔은 주어진 임무를 열심히 반복하고 하는 것이죠. 

그런데 휴머노이드 로봇은 얘기가 다릅니다. 기계적으로 아무리 인간의 능력을 모사한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일을 자기가 잘 판단해서 뭐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해야 되는데 이게 안 되는 거죠. 그러니까 지능이 발달하지 않으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존재의 이유를 상실합니다. 그래서 휴머노이드 로봇의 그 파괴적인 혁신이 가능하게 만들어준 게 생성형 인공지능입니다.

피규어가 첫 데모를 그렇게 했었죠. 먹을 것 좀 줘 그랬더니 수많은 아이템 중에 사과를 딱 잡아서 주잖아요. 그러면서 나한테 왜 사과 주는지 설명 좀 해달라고 그랬더니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아이템들 중에 사과가 유일하게 먹을 수 있는 거라서 사과를 준 거라고 추론하고 판단하고 행동까지 한 번에 쫙 이루어졌죠.


Q. 2016년 알파고 이후 사실 10년도 채 안 된 시점에 인공지능 발전이 너무 빠른 거 아닌가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 교육계에서는 AI와 공존 경쟁할 인류의 첫 미래 세대들에게 뭘 가르쳐야 될까 고민인데, 로봇 공학자로서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경제적으로 보면 생산자가 있고 소비자가 있는데 예전에는 그 두 개가 같은 존재였습니다. 인간이 생산자이자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산자의 역할은 점점 약해질 거고, 소비자의 역할이 생산자의 역할이 약해진 만큼 커질 것이라 생각하고 있어요. 결국 인간은 생산하는 존재가 아니라 소비하는 존재로 크게 보면 이동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러면 경제체제가 지금과 같은 시장경제 체제하고는 다르게 재편될 가능성이 높겠죠. 우리 교육이라고 하는 것에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됩니다. 어떤 인간을 키워낼 것이냐. 지금은 생산자를 만들어내는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기반이 지금 흔들리고 있는 느낌이거든요.

우리가 가보지 않은 길이라 상상이 안 되는 거라 모른다고 말고, 그러한 교육의 근본을 지금 질문해야 되는 때가 AI 발전과 함께 오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다 같이 찾는 거고요. 뭔가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한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교과서도 집필하고 있어요.
 

▲ EDIE 로봇. HRI(Human Robot Interaction)에 중점을 둔 반려로봇.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인공지능 기반 자율 주행로봇이다.


Q. 너무 의미 있는 일들을 하시는 것 같아요. 예전에 세바시 영상을 봤습니다. 그때 미국에서 공부하시고 오셔서 로봇 회사에서 계실 때였던 것 같은데, 로봇공학자로서의 꿈 얘기하실 때 어릴 적 형사 가제트와 아톰도 언급하시고. 지금은 꿈이 달라지셨나요.

뭐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예전에 꿨던 꿈과 지금 꾸고 있는 꿈이 그렇게 크게 다르지는 않은데요. 일단은 그때 보다는 규모가 커진 느낌 정도 다름이고요.

목표는 딱 하나입니다. 인간의 친구 같은 반려 존재로서 인간 곁에서, 인간이 하기 싫고 귀찮고 어렵고 위험하고 힘든 일들을 대신해주면서 같이 살아나가는 존재를 만드는 것이 제 평생의 업이라서 제가 못하면 제자들이 해주겠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도 학자로 재능이 있는 친구들도 있지만, 사회에 실질적인 물리적인 또는 상업적인 어떤 아웃풋을 보여주는 거에 매료돼 있는 학생들도 꽤 많거든요. 후자인 학생들 위주로 연구실을 꾸리고 있어서, 우리가 로봇을 만들어갖고 세상에 내보이고 그렇게 세상 사람들로부터 뭔가 피드백을 받는 특화된 그런 연구를 좀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금은 기계, 전기전자, 제어, 인공지능 이렇게 4가지 분야의 카테고리를 갖고 같이 움직여야지 로봇 하나가 만들어져요. 그러다 보니까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대학원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보니 종합적인 인재로 키워지고 있어요.


Q.현재 다양한 일들을 하고 계십니다. 업무 로드가 걸리고, 개인적으로 최적의 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습관 루틴 어떤 것이 있으신지 독자들에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주말에 좀 있죠. 주말에 정말 가만히 있는 시간을 갖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시간을 준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그걸 명상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뭐 전문적으로 배운 건 아니고.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비우는 시간을 좀 가지려고 노력을 하는데 도움이 꽤 많이 되던데요. 보통 1시간 넘게 가만히 있는데, 이것저것 하다 보니 이게 좋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한 주와 그렇지 않은 주가 차이가 나요. 주말에 이렇게 한 번 해줘야 뭔가 그다음 주가 좀 성과가 좋던데요. 그래서 제 아내분도 그걸 이제 알고서 가만히 두죠.


Q. ‘디폴트모드네트워크(DMN)’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 뇌가 원형의 신경망을 활성화시키는 것인데 스스로 찾아서 활용하고 계시네요. 운동이나 수면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운동은 필라테스를 좀 하고 있고요. 관절이 안 좋아 갖고 힘든 운동은 못하겠고. 가면 다 여성분들만 있어서 저는 아예 따로 시간을 잡아서 아무도 안 올 때만 혼자 가서 하거든요.

잠은 7시간 정도 충분히 잡니다. 예전에는 잠을 안 자가면서 하는 때가 굉장히 오래 있었는데 지금 체력적으로 안 되다 보니까 이제 효율을 찾아야 되다 보니까 7시간씩 자기 시작한 것이는 한 3~4년 된 것 같습니다. 안 그러면 못 버티겠던데요.
 


한재권 교수와의 인터뷰 내내 로봇을 사랑하는 공학자의 신념과 희망의 에너지가 전해졌다. 인터뷰 말미에 미국, 중국, 멕시코와의 경쟁에서 이기고 따낸 ‘2026 로보컵’ 대회에 오면 휴머노이드 로봇 세상이 이렇게 펼쳐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멘트는 인천에 꼭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기에 충분했다.

정리. 장래혁 편집장 | 사진. 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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