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가 이야기

장영주의 파워브레인


올해로 106회가 되는 일본의 ‘여름 고시엔’(甲子園)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학교’가 우승하였다. 도쿄 대표인 ‘간토다이이치’고교와 연장전까지 치르는 혈투 끝에 2:1로 신승하며 파란과 기적의 역사를 썼다. 

일본국민들은 "현재의 수도인 도쿄와 옛 수도인 교토의 싸움"이라면서 "이기는 쪽을 진정한 수도로 정하자"는 우스개도 한다. 열도 전체에서 총3,441학교가 출전하여 49개교가 본선에 올라 두 팀씩 자웅을 겨루면서 결승전을 치렀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의 고등학교야구부는 총 95개 팀이다. 

 ‘고시엔’은 일본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로 일본의 모든 야구만화의 목표이자 결말로 일본인들에게는 꿈의 경기이다. 고시엔 운동장을 밟은 선수들은 그 흙을 병에 담아 가보로 전하려고 한다. 

LA 다저스의 발군의 대스타 ‘오타니 쇼헤이’도 고시엔 에서 두 번이나 탈락되었다. 고시엔에서 배출된 많은 선수들은 현재 일본과 한국의 프로야구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한국에는 두산, 기아, LG, 롯데 등의 팀에 5명이 소속되어 있다. 작년의 고시엔 결승전과 폐회식의 시청률이 20%에 달했으니 일본국민 5명중 1명은 TV 중계를 본 셈이다. 

 교토국제고의 예상 우승확률은 4.7%이었다. 보란 듯이 예상을 깨고 우승을 거머쥔 ‘교토국제학교’는 1947년 재일한국인들이 돈을 모아 ‘교토학원’으로 설립하였다. 차별이 극심했던 시절이라 신입생이 단 두 명 뿐 일 때도 있는 등 숱한 폐교고비를 특유의 근성과 창조력으로 버티어왔다. 

1999년, 야구부를 설립한 것도 생존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선발전에서 교토의 야구명문인 ‘세이쇼’ 고등학교에게 34대0으로 대패할 정도의 한심한 실력이었다. 당시 상대편인 세이쇼 팀의 2루수가 바로 교토국제학교를 우승으로 이끈 ‘고마키 노리츠’감독이다. 

대부분 일본인인 161명의 전교생중, 야구부는 60여 명이다. 운동장은 70m로 보통120m의 야구장에 훨씬 못 미쳐 외야는 없고 내야만 있는 형편이니 자연히 수비위주로 연습 할 수밖에 없다. 

덕분에 실책이 적은 짠물수비 팀이 되었다지만 장타연습을 위해 다른 학교 운동장을 전전해야 했다. 응원가도 이웃학교 밴드가 대신 연주해 주었다. 찢어진 야구공은 꿰매고 테이프를 붙여 다시 쓰던 그들에게 한국의 프로야구팀 KIA 타이거즈는 야구공 천개를 기증한다.

 백승환 교장은 국제학교라는 명칭에 걸맞게 영어, 일본어. 중국어도 가르치지만 한국어, 한국사. 한국무용, 태권도까지 모국에 대하여 심도 깊이 가르친다고 한다. 

교토국제학교의 교훈은 ‘인간력 넘치는 진정한 국제인’으로 장중하고 호방한 교가는 4절까지 모두 한국어로 작사되었다. 국적에 관계없이 학생들의 바람과 선택에 의하여 개교 이래 줄 곳 한국어로 교가를 부르고 있다. 체육관에는 홍익인간이라는 액자가 걸려있는 '교토국제학교'의 교가를 대한민국국민들은 가슴으로 음미해야 한다.

(1절) 동해바다 건너서 야마도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 아침저녁 몸과 덕 닦는 우리의 정다운 보금자리 한국의 학원. 

(2절) 서해를 울리도다. 자유의 종은 자주의 정신으로 손을 잡고서 자치의 깃발 밑에 모인 우리들. 씩씩하고 명랑하다 우리의 학원. 

(3절) 해바라기 우리의 정신을 삼고 문명계의 새 지식 탐구하면서 쉬지 않고 험한 길 가시밭 넘어 오는 날 마련하다 쌓은 이 금당 

(4절) 힘차게 일어나라 대한의 자손, 새로운 희망 길을 나아갈 때에, 불꽃같이 타는 맘 이국땅에서, 어두움을 밝히는 등불이 되자.

 4강전 부터는 한국어로 부르는 교토국제고의 교가가 NHK와 몇몇 방송국에 의해 일본열도 전역으로 생중계 되자 혐한 여론이 일어나기도 하였다. 일본 참의원 ‘하마다 사토시’는 교가 중의 일본해가 아닌 동해로 표기된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교가를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럼에도 결승전 상대인 ‘간토다이이치’고는 흔쾌히 축하박수를 쳐주었다. ‘니시와키 다카토시’ 교토부 지사는 혐한 댓글에 대하여 "차별적인 투고는 용서받지 못하는 행위"라고 법적 조치를 경고하였다. 

  재일조선인에 의해 설립된 ‘교토국제고’의 교가에서는 36년 전인 1911년 만주에 건립된 ‘신흥무관학교’ 교가의 강렬한 기백이 똑같이 느껴진다. ‘신흥무관학교’ 교가는 초대교장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국무령을 역임한 석주 이상룡이 작사하였다. 

(1절)칼춤추고 말을 달려 몸을 단련코, 새론 지식 높은 인격 정신을 길러, 썩어지는 우리민족 이끌어내어, 새나라 세울이 뉘뇨, 우리우리 배달나라의 우리우리 청년들이라, 두팔 들고 고함쳐서 노래하여라. 자유의 깃발이 떳다.‘ 

 두 학교의 교가 속에는 만주와 일본이라는 시간, 공간, 세대를 넘어 배달민족의 웅혼한 국혼이 혼연일체로 이어진다. 정체성을 간직한 자이니치 디아스포라의 뿌리내림, 다음 인정받아 존경받기. 끝내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은 생존과 번영의 필수코스이다. 홍익인간이야말로 다 함께 누리는 한류의 완성 버전이기 때문이다

 고시엔의 쾌거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한류가 인류 진화의 새싹처럼 얼굴을 내밀었다. 이제 두 나라의 국민이 각성하고 합심하여 우람한 홍익의 거목으로 키워내야 한다. 

한, 일간의 화합은 아시아와 지구촌의 명운과 사활이 걸린 키워드이다. 신이 주는 선물은 고통이라는 보자기 속에 들어있다고 한다. 고통을 풀어내고 함께 나아가는 것이 이웃 두 나라의 숙명적 공동승리이며 지구촌 모두의 우승이 될 것이다. 

글. 원암 장영주 사)국학원 상임고문,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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