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교육 칼럼] 과도한 정보처리 탓에 바보가 되어가는 뇌

뇌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와 활용법

브레인 106호
2024년 08월 19일 (월)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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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교육 칼럼 (이미지_게티이미지 코리아)


단기 기억력 감퇴나 브레인포그를 겪는 성인이 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는 정신질환 중 성인의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가 있다. 성인 ADHD로 알려진 이 증상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단기 기억력이 떨어지는 현대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주목받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만 나타나고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생각되어 왔던 ADHD가 사실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자, 자신도 이 증상이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된 이들이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상담을 받은 이들 대부분은 ADHD와 관련이 없었다고 한다.

이런 일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한꺼번에 많은 업무를 수행하는 직장인들이나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워킹맘들이 휴대폰이나 차 열쇠를 어디에 뒀는지 기억을 못 하거나, 바로 직전에 무엇을 했는지 까맣게 잊어버린 해프닝을 고백하는 경우를 SNS나 온라인 미디어에서 자주 접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단기 기억 상실이나, 머릿속이 뿌옇고 멍해 마치 안개가 낀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브레인포그도 현대인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증상이다. 

정신적•인지적 문제에 대해 도움 받기를 꺼렸던 과거와는 달리, 이런 상황에 대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러 전문가 그룹이 생긴 것도 이 같은 문제가 대중에게 더 쉽게 공감 가는 일이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과도한 지식과 정보로 바보가 되어 가는 역설적 현상

60년 전의 영화들을 보면 21세기에는 사람들이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타거나 우주여행을 즐기고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것이라고 상상했음을 알 수 있다. 비록 이러한 일은 현대의 우리에게도 한참 먼 미래의 일이지만, 특정 분야에 있어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발전을 이루어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끊임없이 신기술이 개발되고 있고, AI 관련 기술은 과거에 상상했던 노동력 대체보다는 정보처리와 분석에 집중되고 있다. 마치 북유럽신화에 나오는 최고신 오딘이 항상 조언을 구했다는 미미르의 머리와 같이, 사람들은 이제 모르는 것이 없는 것 같은 인터넷이라는 강력한 도구를 무제한으로 사용하면서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상물을 자신의 집에서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들이 우리의 삶에 큰 혜택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그 부작용에 대해서도 간과할 수 없게 되었다. 정보전달 속도가 빨라지면서 그만큼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정보량이 늘고, 업무처리 속도가 빨라진 대신 주어지는 업무량도 많아졌다. 

또한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대신 책을 리뷰해주거나 영화 줄거리를 요약해주는 영상을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보를 받고 분석하는 과정이 타인이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다 보니 탐구하고 고찰하는 시간은 줄고, 결과적으로 오직 판단만 요구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50년 전에는 접하기 힘들었던, 새롭게 나타난 사회현상이다. 인류의 뇌가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과부하 상태에 처하는 일은 이전에는 경험하기 어려웠다. 책 한 권을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인재로 평가받던 시대에서, 책 수천 권 분량 이상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보편적인 시대가 되기까지 채 이삼백 년이 걸리지 않았다. 생물학적 진화가 몇 만 년에 걸쳐 매우 서서히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할 때, 현재 인류는 감당하기 어려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 뇌교육 칼럼 (이미지_게티이미지 코리아)


정보화 시대를 사는 우리의 뇌는 매일 과도한 스트레스와 결정의 압박에 노출돼 있고, 이는 피로와 뇌 기능의 저하를 불러온다. 지식과 정보가 부족한 것을 무지하고 무식한 바보라고 칭하며 경계했던 인류가 이제는 너무 과도한 지식과 정보로 바보가 되어 가는 역설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19세기 말 독일의 사회학자였던 게오르크 지멜Georg Simmel은 시계의 개발과 보급이 업무의 효율을 가져왔지만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분주함과 시간의 압박을 주고 있다고 논했다. 최근 ‘Fast(빨리)’라는 말 대신 ‘Slow(천천히)’라는 말이 더 선호되는 이유도, 기술 발전이 가져온 효율성의 부작용으로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것에 대한 무의식적 방어심리의 작동이 아닐까 생각된다.
 

시간의 사치를 누려보는 '멍때리기' 대회가 인기 있는 이유

과도한 운동이 오히려 근력 감소와 부상의 원인이 되듯, 뇌의 과도한 정보처리는 뇌 기능을 저하시키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현대인이 겪는 단기 기억력 감퇴나 뇌 기능 저하, 우울증, 무기력증 등을 개인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이슈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근 10주년을 맞이한 ‘멍때리기’ 대회는 이 같은 논의와 관련해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긴다. 일종의 참여형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는 이 대회는, 돈과 시간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해도 계속 새로운 일이 채워지면서 결국 늘 바쁘게 살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다 같이 시간의 사치를 누려보자는 취지로 개최되었다고 한다. 

조금 엉뚱하기도 하고 참신하기도 한 이 대회가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와 인지도가 늘고, 해외에서도 개최할 정도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 것은 뇌가 무의식적으로나마 자체적으로 가해지는 스트레스를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방법을 찾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기 계발과 사회 변화를 위해 뇌 기능의 발전이 매우 중요시되는 지금, 뇌에 대한 더 실질적인 이해와 함께 활용법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글_이정한 IBREA Foundation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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