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게임으로 금메달! 이제는 브레인스포츠 시대

스포츠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2022 아시안게임 e스포츠 LoL 종목 금메달을 받은 한국 대표팀 (사진출처 = 한국e스포츠협회)


스포츠의 상징은 ‘심장’이었다.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만들 때 심장만을 보관했다는 그 옛날부터 인류는 오랜 기간 심장을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라 여겼다. 

20세기 스포츠도 당연히 신체 능력을 극대화 하고, 경쟁을 통한 승리의 상징에 ‘활화산 같은 심장’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하지만, 스포츠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고 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시청자들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 종목인 e스포츠, 바로 ‘게임’이다. 게임을 잘해서 국가대표에 선발되고, 시상식에 오르는 장면이 연출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40대 남성이라면 모두가 오락실에서 한 번쯤 경험해보았을 ‘스트리트파이터’가 e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 채택되고, 44세 김관우 선수가 한국 대표팀 사상 e스포츠 첫 금메달을 안겼다. 재야의 고수들이 스파링을 자처했다는 후문이다.

“게임은 과연 스포츠인가”라는 일부 시선에 대해 ‘LoL(리그 오브 레전드)의 메시’로 불리는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경기를 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좋은 영향을 끼치고, 경쟁하는 모습이 영감을 일으킨다면 그게 스포츠로서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던 소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임이 스포츠가 되는 시대는 21세기 뇌의 시대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스포츠는 경쟁을 통해 차이를 증명하는 무대이며, 결국 그 차이는 눈에 보이는 피지컬(physical)과 보이지 않는 멘탈(mental)이 만들어 내는 ‘변화’이다. 

마음과 행동 변화의 열쇠가 바로 ‘뇌’이다. 뇌가 인간의 생명 중추기능을 비롯해 집중과 몰입, 스트레스와 감정조절, 통찰과 영감 등 바로 마음기제의 총사령탑인 동시에 몸과 연결돼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기제의 총사령탑이 ‘뇌’라면, 이러한 뇌에 변화는 주는 첫 번째는 바로 ‘몸’ 이다. 

뇌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바깥에서 오는 정보를 알아차리는 것인데, 그 바깥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체이다. ‘움직임’은 뇌를 변화시키는 핵심기제이며, ‘움직임(motion)’이 동물(動物)과 식물(植物)을 구분 짓는 기준임을 상기하자.

뇌를 발달시키는 첫 번째가 ‘움직임’이라면, 두 번째가 ‘마음’이다. 상위인지 기능은 하위의 수없이 다양한 기능들이 제대로 작동될 때, 그것을 높은 차원에서 인지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또 다른 마음 기제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인간의 뇌 만큼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가진 존재는 없으며, 태어난 이후 이토록 많은 뇌의 변화를 가져오는 존재 역시 단연코 없다. 

집중과 몰입,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상상, ‘나는 누구인가’로 대표되는 내면탐색 또한 인간의 고등정신 능력이자, 메타인지 기능이다.

건강의 핵심 키워드가 심장에서 뇌로 옮겨오고, 인간 의식의 기전을 밝히려는 뇌과학이 인류과학의 정점으로 주목받는 때이다. 

‘마음과 몸은 기능적으로 독립되어 있다’라는 예전의 명제는 인류 과학의 발달로 옛 문장이 되어버렸다. 심신(心身) 상호작용의 총사령탑, 뇌를 빼고 인간의 심리와 행동양식, 자기계발을 얘기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마음과 행동 변화의 열쇠인 뇌가 21세기 스포츠의 인식도 바꿀 것이다. 심신쌍수(心身雙修), 몸과 마음을 함께 단련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되돌아 볼 시점이다. 

바야흐로 21세기 브레인스포츠 시대의 도래이다.

글. 장래혁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교수, 브레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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