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의 자유와 의지에 반하여 다른 생각을 갖게 하도록 강제할 수 있을까? 과연 세뇌는 가능한 것일까?
미국의 저명한 정신의학자인 저자는 중세시대의 종교재판부터 과학적 실험을 통해 행동을 조건화하려 했던 파블로프 그리고 한국전쟁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유령처럼 늘 따라다녔던 세뇌의 역사를 추적한다.
이단을 굴복시키기 위해, 새로운 인간(소비에트 인간)을 창조하기 위해, 자유주의와 공산주의의 이념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포로와 범죄자들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때로는 신흥종교의 신도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사용된 강압적 설득의 기술을 세상을 뒤흔들었던 굵직한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파헤친다.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고, 통제하고, 조작하기 위한 정부기관과 과학자들과 범죄자들과 사이비종교 지도자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와 함께 한물간 비과학적 개념이라는 평가를 받는 ‘세뇌’가 현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인간의 정신을 통제하고 조작하는 강압적 설득의 기술, 세뇌
한국전쟁 당시 중국과 북한의 포로수용소에서 벌어진 사상 개조 프로그램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때 OSS에서 심리전 전문가로 일했던 기자 에드워드 헌터는 ‘자유세계의 정신을 파괴하여 자유세계를 정복하려는 무시무시한 공산주의의 새로운 전략’이라며 ‘세뇌(brainwashing)’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한물간 데다 비과학적 용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세뇌라는 용어가 갖는 은유는 아직도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말하는 지은이는 21세기에 더욱 발전한 기술들로 인해 세뇌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터넷은 새로운 LSD”
더욱 정교해지고 은밀한 강압적 설득의 기술이 사회를 위협한다.
지난 세기의 세뇌와 강압적 설득이 고문과 심문 그리고 정신 개조, 진실 약물, 재판과 같은 원시적이고 눈에 보이는 악마적 방법이었다면 현 시대의 강압적 설득은 은밀하고 기만적이며 세련된 기법이 동원된다.
지은이는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 그리고 신경과학의 발전은 강압적 설득을 은밀하고 정교하며 더 강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가짜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퍼지며, 정부는 여론을 조작하고 다른 나라를 공격하기 위해 트롤군을 양성해 거짓 정보를 쏟아냄으로써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
인터넷 상의 제한된 소통은 말 그대로 세뇌의 촉진제라고 말하는 지은이는 “인터넷 사용으로 우리는 이제 훨씬 더 빠르게 ‘귀를 거짓 보고들로 틀어막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