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우리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지만 어딘가 기묘한 세상이 펼쳐진다. 히어로가 되어 하늘을 날기도 하고, 절벽에서 끝없이 떨어지기도 하며, 폐허가 된 도시를 탈출하기도 한다. 일어나면 기억조차 나지 않는 ‘꿈’을 인간은 대체 왜 꾸는 걸까?
이 책은 인류가 아주 오랫동안 궁금증을 품어왔던 미지의 세계, ‘꿈’을 뇌과학의 시선에서 흥미롭게 분석해낸 책이다. 꿈꾼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었던 꿈은 이제 발달된 과학기술로 그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실제 수술실에서 수백 건의 수술을 하며 뇌를 탐구해온 신경외과 전문의인 저자는 꿈을 꾸는 동안 인간의 뇌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꿈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어디에서 오는지, 대체 꿈이란 무엇인지 등 다양한 질문에 과학적인 답을 내놓는다.
더 나아가 왜 어린 시절에 악몽을 가장 많이 꾸는지, 에로틱한 상상이 동반되는 야한 꿈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 꿈에 얽힌 의외의 사실들은 물론, 의미 있는 해몽을 통해 깨어 있는 삶에 대한 힌트를 얻는 방법까지도 소개한다.
꿈꾸는 뇌가 가진 상상력은 어디에서 출발할까? 뇌는 깨어 있는 동안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시간과 공간을 인식하는 등 ‘현실 감각’을 책임지는 ‘수행 네트워크’를 늘 켜놓는다.
그러나 잠에 드는 순간, 이 수행 네트워크의 전원은 꺼지며 곧이어 ‘상상력 네트워크’에 불이 켜진다. 꿈의 시나리오는 이 ‘상상력 네트워크’가 쓴다. 상상력 네트워크에 의해 무작위로 만들어진 생각들이 모여 곧 꿈이 되는 것이다.
꿈이 가져오는 수많은 이점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람들은 이 상상력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꿈은 잠을 푹 자지 못할 때나 꾸는 것이라는 잘못된 상식을 믿거나, 꿈은 그저 꿈일 뿐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이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인 ‘꿈’에 주목하여, 그 경험을 영감으로 삼은 사람들도 있다.
꿈을 꾸는 순간, 우리는 육체를 초월한다. 현재에 존재하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미래로 떠날 수도 있다. 오랫동안 가보지 못한 곳이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장소로 이동할 수도 있다.
우리는 전적으로 스스로가 만들어낸, 초월적인 잠재력을 가진 세상 속에 존재한다. 매일 밤 펼쳐지는 경이로움, 그것이 바로 꿈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