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나의 세포에서 어떻게 1000억 개 이상의 뉴런이 탄생할까?
《뉴런의 정원》은 인간의 뇌가 형성되는 전 과정을 뉴런 단위로 살펴보는 생생한 여정이다. 이는 반세기 동안 연구를 이어온 세계적인 실험 신경생물학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뇌를 연구한 과학자들의 위대한 성과를 노련하게 직조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선보인다. 이 책에서는 모두 가지고 있지만 단 하나도 같지 않은 복잡다단한 기관, 뇌의 탄생 순간과 발달을 아주 세밀하게 들여다볼 것이다.
뇌에 대한 책은 주로 ‘뇌의 기능’을 설명한다. 하지만 윌리엄 A. 해리스는 뇌를 구성하는 물리적 요소 ‘뉴런의 기원’으로 독자를 이끈다. 뉴런의 삶과 죽음, 성공과 실패, 확률과 우연이 얽히며 한 사람의 온전한 세계인 뇌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시간순으로 그려냈다. 특히 뉴런의 시점을 차용한 독특한 시도는 더욱 깊이 있게 나의 뇌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뇌와 뉴런의 역동적 관계는 발생생물학, 진화생물학, 유전학, 후성유전학, 신경과학의 학문적 경계를 넘나들며 현재에 이르러 더욱 정교하게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최신 과학을 바탕으로 저자는 오래된 난제, ‘뇌는 어떻게 형성되는가’에 대한 답을 향해 누구보다 가까이 다가가고자 했다.
한 점 세포에서 시작된 1000억 개의 뉴런이 뇌 안에 정확하게 배선되어 제자리를 찾고 나만의 슈퍼컴퓨터로 활약하기까지, 뇌세포들의 일생을 함께 읽는다. 결국 이 책은 인류가 뇌에 대한 지식을 확보하기 위해 끝없이 추적해야 할 ‘뉴런의 이야기’가 된다.
배아 발생과 뉴런의 탄생부터 시냅스의 활약까지 실험으로 읽는 뇌의 다양한 지형
모든 뇌과학자가 풀기 어렵다고 손꼽는 문제이자 뇌과학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질문은 바로 이 책의 주제 ‘인간의 뇌는 어떻게 형성되는가’다. 즉, 수정이 이루어지는 순간부터 출생 직후까지 자궁에서 뇌가 어떻게 발달하는지, 미시적 세계의 뉴런이 겪는 무수한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 연구의 주된 목표다.
그렇다면 단일 세포인 난자에서 어떻게 모든 부위를 가진 유기체가 발생하는 것일까? 한 무리의 세포 집단은 어떤 사건들을 거쳐서 뇌세포가 될까? 뇌에는 얼마나 많은 종류의 세포가 있을까? 수백 년 동안 논란을 일으켰던 문제들이 마침내 19세기에 이르러 논쟁이 아닌, 실험을 통해 증명하는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과학자들은 신생아의 머리카락 같은 가느다란 올가미를 사용해 직접 개구리, 성게 등의 배아를 나누는 실험에 돌입했다. 그리고 끝내 분리된 두 세포가 완전한 배아를 형성함을 증명하기에 이른다.
그 외에도 저자는 현재 많은 과학자가 몰두한 질문들을 전달하며 놀라운 최신 실험 기법을 소개한다.
‘개구리 배아 실험’에서 시작해 ‘미니 뇌 오가노이드’ 배양, 크리스퍼까지, 먼저 저자는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온 연구자들의 예리한 실험들을 짚어낸다. 그리고 배아에서 신경줄기세포가 만들어지고, 신경줄기세포에서 뉴런이 탄생하는 과정을 최대한 공들여 설명한다.
뉴런에서 나온 신경섬유가 척수를 거쳐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길을 찾아가는 방식도 읽는 이가 이해할 때까지 끈질기게 서술한다. 뉴런의 시작점과 가장 두드러지는 활약을 중심으로 ‘뇌라는 정원’을 구성해나가는 치밀한 전달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뇌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어떤 유전자와 단백질의 교류로, 어떠한 화학반응의 영향으로 정교화했는지, 사람의 뇌가 다른 동물의 뇌와 어떻게 다른지 등 다양한 영역까지 두루 살펴본다.
특히 현재 의학계의 주목을 받으며 많은 이의 궁금증이 향하는 배아줄기세포, 만능줄기세포, 역분화줄기세포 등에 대한 촘촘한 지식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어 더욱 의미 있다.
뇌는 어떻게 시작되는가
《뉴런의 정원》의 특징은 지금까지도 활약하고 있는 석학의 실험을 그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다는 것이다. 한순간도 현장에서 벗어나지 않고 뇌과학을 개척해온 저자의 연구 기록은 그 자체로 ‘뇌의 모든 것’이 된다.
책의 곳곳에 뉴런 연구의 선두에 선 이의 면모가 아름답게 비치며, 지식의 체계적 전달과 그 의미까지 세심하게 알리는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 돋보인다. 또한 뇌에서 벌어지는 미세한 분자 차원의 이야기를 속도감 있게 전개하는 저자의 스토리텔링은 이 책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미세한 신호들이 모여 ‘나’를 이루기까지, 생동감 있는 지식을 통해 ‘1.5킬로그램의 우주’ 뇌가 눈앞에 선명하게 펼쳐지는 순간을 경험한다. ‘뉴런’이 모여 ‘뇌’가 되고 ‘뇌의 활약’이 곧 내가 되기에, 《뉴런의 정원》은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지, 그리고 무엇이 내가 나로서 삶을 지속하게 하는지 알려주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