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공 패스 횟수를 세시오.”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사이먼스와 크리스토퍼 차브리스는 사람들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이런 요청을 했다. 사람들은 농구공 패스 횟수를 세는 데 집중한 나머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고릴라 복장을 한 사람이 갑자기 등장해 가슴을 두드리며 포효했다!
이들의 ‘투명 고릴라 실험’은 인간의 주의력에 대한 상식을 완전히 뒤엎은 기념비적인 실험이자 심리학 분야에서 가장 유명하고 흥미로운 연구로 꼽힌다. ‘투명 고릴라 실험’을 통해 인간의 착각을 흥미롭게 풀어낸 《보이지 않는 고릴라》 저자들이 신작을 들고 나왔다.
신작 《당신이 속는 이유》(원제: Nobody’s Fool)는 인간의 인지적 습관이 얼마나 ‘속임수’에 취약한지를 여러 사례와 연구를 들어 살펴본다.
가짜 뉴스는 물론이고 이메일 피싱 사기부터 월스트리트의 폰지 사기까지, 고객을 유혹하는 마케팅부터 예술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미술관까지, 다양한 속임수 사례를 통해 인간의 인지적 약점과 매력적으로 보이는 정보의 특성을 분석해 우리가 당했거나 당할지도 모를 속임수를 알아차리고 대비하게 해준다.
“잘못된 정보에 감염되지 않도록 예방 접종”을 하고 “대담한 사기꾼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필독서라 할 수 있다.
똑똑하기 때문에 속는다!
모든 성공적인 속임수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식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들은 우리가 판단할 때 도움이 되지만 때때로 불리하게 이용될 수 있는 인간의 4가지 인지 습관(집중, 예측, 전념, 효율)과 사기꾼들이 거짓을 진실처럼 보이게끔 사용하는 4가지 후크(일관성, 친숙함, 정밀성, 효능)에 주목한다.
우리의 습관들은 생산적·효율적으로 일하게 하며 좋은 결정을 내리게 해준다. 하지만 습관은 지름길이기 때문에 때때로 그릇된 곳으로 이어지곤 한다.
후크는 마음의 사탕과 같다. 유혹적이고, 만족감을 줄 것처럼 보이며, 입에 착 붙는다. 하지만 반드시 몸에 좋거나 포만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매력적으로 보이는 정보나 기회에는 더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합리적이다.
저자들은 우리에게 술집에 들어서는 상상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술집 문을 열고 걸어 들어가면, 테이블, 의자, 유리잔과 술병이 있는 바, 뒤편의 사무실로 이어지는 문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문을 열면 벽과 책상 대신 모래, 선인장, 산이 보인다.
우리는 내내 영화 세트장에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문을 하나 더 열어야 했다. 이 책은 바로 그 문을 열 수 있는 열쇠, 즉 우리의 인지적 약점을 깨닫고 거짓말쟁이들의 수법을 알아챌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덜 받아들이고, 더 확인하라. 아무도 바보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속을 수 있다. 문제는 더 확인해야 할 때가 언제이고 어떻게 확인하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