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육아생활] 스마트폰이 아이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

이슬기 수인재두뇌과학 수석소장

브레인 106호
2024년 09월 30일 (월)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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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이 아이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 (이미지_게티이미지 코리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스마트폰 중독 문제

요즘 아이들은 ☎ 기호가 왜 전화기를 의미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플로피 디스크를 나타내는 아이콘()이 왜 ‘저장하기’ 기능을 나타내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죠. 

1980년대와 1990년대에 태어난 부모의 어린 시절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기기인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얼마나 노출시켜야 할지 판단하는 것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2010년 이후 태어난 아이들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도 하죠. 

태어났을 때부터 스마트폰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살아온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송•수화기가 분리된 다이얼 전화기를 기억하는 부모 세대와는 받아들이는 방식에 큰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폰과 관련한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중독과 소통 단절이 그것이죠. 2012년 육아정책연구소의 보고에 따르면 만 3~5세 유아 252명의 부모를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15.1퍼센트가 ‘우리 아이는 매일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5~10살 아동의 인터넷 중독률이 성인보다 높으며, 스마트폰 중독 비율은 인터넷 중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스마트폰 중독은 어떤 점에서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 걸까요? 정확한 이유를 알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지나친 스마트폰 사용은 만족지연 능력을 떨어뜨려

만족지연(delayed gratification)은 프로이트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감성지능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죠. 1960년 스탠포드 대학교 심리학과에서 진행했던 ‘마시멜로우 실험’으로 만족지연이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은 터치와 함께 즉각적으로 움직이는 화면이나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만족감을 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지나치게 늘어난다는 것은 즉각적인 보상에 뇌가 익숙해졌다는 것을 뜻하고, 초등학교에서의 중요한 교육 목표 중 하나인 규칙에 따라 차분히 앉아 있거나 급식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특정 뇌 기능의 발달을 지연시키기도​

스마트폰에 익숙해진 뇌는 특정한 영역의 기능만을 사용하고, 다양한 감각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면서 감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공원에서 아빠와 함께 주고받는 공던지기 같은 활동은 단순해 보이지만, 공이라는 목표물을 주시하는 시각 주의력과 공원의 선선한 바람이 감촉을 일깨우는 촉각 자극, 대화를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청각 주의력, 타이밍에 맞게 몸을 움직이는 시각-운동 협응력 등 다양한 인지적 자극이 일어납니다. 여기에 동원되는 뇌 영역만 해도 집중을 유지하는 전두엽, 운동협응을 제어하는 두정엽과 소뇌, 소리를 듣는 측두엽까지 다양한 영역이 활성화됩니다. 

하지만 유튜브 같은 동영상 기반 시청에 몰두한 아이들은 수동적인 정보습득이 습관화되면서 기억을 저장하는 뇌의 해마 영역이 퇴화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체 움직임이 동반되지 않은 상태로 시선만 움직이기 때문에 눈과 손의 운동 협응력이 발달해야 할 시기를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을 스스로 조절하는 습관을 들이려면

스마트폰 사용은 습관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초기 습관을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음에 제안하는 내용은 초등학교 저학년 무렵 스마트폰을 처음 접할 때 적용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아이가 고학년으로 갈수록 개인정보에 대해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마세요. 

◉ 집 안에 스마트폰 보관함을 만들어주세요

상담 중 만난 한 가정은 집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거실 바구니에 스마트폰을 넣어두기로 아이와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집에 있을 때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거실에서 사용하기로 모두가 약속을 한 가정도 있고요. 

가족이 함께 모이는 공간에서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침실과 공부방은 스마트폰이 없는 개인공간으로 분리하기를 추천합니다.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주도권을 아이가 아닌, 가족이 가져야 합니다.

◉ 스마트폰은 내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주세요

아동과 청소년의 스마트폰 개통은 반드시 부모의 동의하에 가입이 이루어집니다. 가입 초기 단계부터 이러한 사실을 아이에게 알려주세요. 자신이 사용하는 스마트폰이지만 소유의 주체는 부모임을 명확히 해두면, 이 작은 차이가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자녀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모니터링하면서도 아이와 감정적으로 부딪치지 않는 상황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 소근육 사용을 위해 손글씨 사용을 격려해주세요

스마트폰이 보편화하면서 일상에서 손글씨를 쓰는 일이 현저하게 줄고 있습니다. 성인은 물론 어린아이도 펜이나 노트보다 전자기기의 자판을 사용하는 것을 더 익숙하게 느낄 정도입니다. 

하지만 자판의 경우 손의 특정 근육만 사용하기 때문에 두뇌는 더 적게 쓰게 되죠. 손글씨가 아이들의 운동 협응 능력 발달에 중요하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추신경 가운데 30퍼센트가 손의 움직임에 반응해 활성화하는데, 자판을 통해서는 손의 움직임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자판을 사용하면 외부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 산만해지기 쉽습니다. 실제 손으로 직접 글자를 쓸 때보다 오탈자가 더 많이 발생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손글씨를 쓰는 활동은 다양한 소근육을 골고루 사용합니다. 소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것은 운동, 감각, 언어, 기억 등 인지 기능을 향상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뿐 아니라 손글씨는 자판을 사용할 때보다 단어와 문장 자체에 더 집중하게 합니다.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이죠. 

이러한 과정은 두뇌에서 주의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을 활성화해 집중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SNS 메시지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특별한 날 손글씨로 편지나 카드를 써주고 답장을 해 달라고 하는 것도 좋습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손글씨로 편지나 카드를 작성하고 꾸미는 작업을 통해 아이가 손글씨 쓰기에 재미를 붙일 수 있습니다.


글_이슬기 수인재두뇌과학 수석소장. 《산만한 아이의 특별한 잠재력》, 《4~6세 느린 아이 강점 양육》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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