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만난 사람] K명상 대표 연구자 강도형 정신과전문의

“명상은 생명 본질 회복, 중요한 건 마음 아닌 몸”

▲ 명상하는 강도형 박사


2010년, 한국式 명상 연구성과가 국제저널 뉴로사이언스레터(Neuroscience Letters)에 게재되면서 뉴스에 보도된 적이 있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동양 명상의 과학적 연구 흐름선 상에서, 한국 명상의 최초 연구성과였다. 당시 서울대병원에서 명상 연구를 이끌었던 강도형 박사는 한국뇌과학연구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이후 국제저널에 10편 넘는 논문을 발표하며 국내 명상 연구를 선도했다.
 

이후, 2017년 대한명상의학회, KAIST 명상과학연구소가 잇따라 개소하면서 국내 의학계, 과학계의 명상 연구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최근 한 방송사에서 ‘20분의 기적 내 마음 설명서’라는 명상 다큐멘터리가 나온 시점에, 현재 소속되어 있는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명상이 갖는 현대적 가치와 의미에 대한 다양한 얘기를 나누었다.


Q. 2010년 뉴로사이언스레터 국제저널에 나온 논문이 한국 명상연구로는 처음입니다. 이후, 10여편 넘게 국제저널에 나왔구요.

맞습니다. 2010년이 한국 명상에 대한 연구성과가 처음 나온 해죠. 2000대 초만 해도 명상 연구에 모두가 관심이 없었어요. 서울대병원에서도 무척 낯설고 어려웠죠. 남녀노소 체계화된 프로그램을 3년 이상 지속해서 하고 있는 명상 실험군이 있었기에 가능했었죠.
 

▲ MBC 뉴스에 보도된 한국 명상 연구의 첫 국제저널 게재소식


저널 에디터들과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한국의 고유명상, K명상이라고 소개를 했죠. 지나고 보니까, ‘뇌파진동’이란 단어도 영어로는 ‘brainwave vibration’ 보다는 차라리 ‘brainwave  synchronization’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결국 우리 뇌가 어떠한 상태나 필요한 시점에 동기화가 되는 것이니까요. 명상은 어떤 상태에서 동기화하는 부분들이 많아지고, 필요없는 것들은 없애주는 것이죠. 

내가 의식하고자 하는 쪽, 집중하는 쪽에 필요한 세포들이 같이 동기화가 늘어날수록 효율이 높아지는 것, 그런 기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우리나라 명상 연구는 늦었다고 봐야 하나요?

서구에서는 1960년대 하버드대 허버트 벤슨 교수가 시작했고, 리처드 데이비슨이 달라이라마와 연구하면서 굉장히 유명해졌죠. 존 카밧진 교수의 MBSR이 대중적 연구를 이끌었습니다.

미국에 비하면 늦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늦은 것은 아닙니다. 다른 나라가 별로 없으니까. 사실 미국 중심으로 한 거죠. 

하지만, 미국에서도 명상 연구가 시작될 때, 리처드 데이비슨 같은 사람도 연구비 따는 게 힘들었을 꺼에요. 우리나라는 더더욱 힘들었고.


Q. 명상은 동양 정신문화 중 대표라 할 수 있는데, 서구에서 과학적인 접근과 활용을 잘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강도형 정신과전문의는 2010년 뉴로사이언스레터를 시작으로 한국식 명상 연구를 국제저널에 잇따라 게재한 대표적 명상 연구자이다.

20세기 후반부터 심리치료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90년대부터 정말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했죠. 그동안은 신경과학이 측정할 수 있는 사고, 행동, 인지 쪽에 연구가 많이 되었죠. 객관적으로 사람한테 물어보고 측정되기가 쉬우니까. 

처음 신경과학자들은 인지 분야를 알면 의식에 대한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안 풀리는 거예요. 비대칭적으로 감정에 관한 것들은 어렵죠. 그 원인이 뭐냐면 몸과 뇌의 상호작용, ‘Body-Brain Interaction’이에요. 아직도 신경과학계에서 우리 뇌하고 몸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잘 몰라요.

우리 몸에는 다 감각세포가 있는데 뇌는 없죠. 뇌를 뇌가 느낄 수 없단 말이죠. 그러니까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아직까지 잘 모르는 상태이고, 인공지능에서 남은 게 이제 감정과 의식 문제인 거죠.


Q. 명상이라는 것이 빠른 정보화사회로 보면 느림의 차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울대병원에 있을 때 명상 관련해서 강의를 한 적 있는데 다른 교수님이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명상이 정의가 뭐냐. 

참 어려운 것인데, 예전에 이승헌 한국뇌과학연구원장님께 물어보았더니 그때 “명상은 생명이다”이라고 하셨던 적이 있어요. 저는 그때부터 명상하고 생명과의 관계에 주목을 했어요. 

명상이 왜 중요해지냐면 외적인 환경들이 너무 많이 바뀐 거예요. 추위라든지 공복감이라든지 햇살이라든지 이런 거는 50년 전만 해도 내가 원치 않아도 다 노출되고 살았었어요. 옷도 부족해서 좀 추위 겪고, 차 타는 거 없이 다 걸어다니고, 배고프면 좀 기다리고.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단 말이에요. 당장은 나를 좋게 해줄 수 있는 자극들로 나의 뇌를 보호해야 될 상황이 오니까, 명상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Q. 정보화사회에서 외부자극들이 무척 많아진 것이라고 봐야겠죠.

SNS, 설탕, 인공빛 이런 게 대표적으로 많아진 외부 자극이죠. 외부 자극의 이렇게 높아진 상황에서 예전보다 우리가 잃어가는 게 뭐냐하면 바로 ‘내부감각(interoception)’이에요. 몸에 조금 더 집중하는 훈련, 그 힘을 키워야 되는 부분이고 그 핵심이 명상인 거예요.

외부 자극이 돌다 보면 나는 속도가 빨라져요. 근데 심장 뛰는 소리나 폐가 기능하는 건 변하지 않아요. 근데 우리는 자꾸 외부의 속도에 맞춰 간단 말이에요.

우리가 외부자극을 쳐내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는데, 그것을 쳐내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 내면에 어떤 기준점을 잡아서 접하는 외부 자극들에 대해서 쳐내야 하는 것이죠. 

명상은 어떻게 보면은 그 기준이 되는 내면의 감각을 살려주는 것이죠. 대부분의 명상은 감각 살리기부터 시작을 하잖아요.

K명상에 보면 ‘의수단전(意守丹田)’이라고 있죠. 아랫배 단전에 의식을 집중하는 건데, 의식을 어디다 두고 있느냐에 따라서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이 달라지죠. ‘의수단전’이라는 말은 뜬구름 잡는 얘기인 것 같지만, 뇌과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합니다. 

우리 의식이 항상 떠 있어요. 근데 의식을 조금 내리면 어깨에 힘도 빠지고 다른 사람 말이나 이런 거에 대해서 조금 더 나의 기준점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자꾸 휩쓸리지 않게 해주는 거죠. 

최근에는 ‘장뇌축(gut-brain axis)’, ‘제 2의 뇌’라고 얘기도 하잖아요. 장이 그만큼 중요해진거죠. 

뇌파진동명상 같은 경우에도 가장 처음에 하는 게 장 운동부터 하잖아요. 내부 장기에 대한 의식이 생기면서, 외부에 대한 어떤 자극에 대해서 조금 더 내가 쳐낼 수 있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되는 거죠.
 


Q. 서구 기반의 물질문명이 가속화되는 시점에 수천년 역사를 가진 명상이 내면의 의식을 느끼고, 회복하는 지점이 의미가 커 보입니다.

‘명상(瞑想)’하면 ‘명(瞑)‘이 ‘어두울 명’이잖아요. 밝은 명자는 아닌 거죠. 그러니까 어둠의 생각 무슨 안 좋은 생각 같지만, 내면을 비추는 어떤 힘이 되는 거고. 

명상을 통해 좋아지는 뇌 부위도 자율신경계, 그다음에 호르몬 시스템, 면역 시스템을 조절하는 뇌 부위가 실제로 달라져요. 좋은 건 선택하고 아닌 건 쳐내고 이렇게 할 수 있는 그런 내가 훨씬 더 이로워진다는 거예요.

또 한 분야가 통증 환자분들인데. 통증도 몸이 아픈 거잖아요. 몸 아프면 몸만 아픈 걸 생각하는데 몸이 아프면 뇌도 영향을 받아요. 우리 뇌에서 몸을 조절하니까. 그런데 통증이 있을 때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부위랑 명상을 해서 좋아지는 부위랑 똑같아요. 

명상은 단순히 어떤 좋은 마음을 먹고 하는 단순한 깨달음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에 다 작용을 해서 감각시스템, 그다음에 인식, 감정 그리고 행동도 바뀌게 되죠.


Q. 미국에서는 ‘meditation’ 보다 ‘mindfulness’가 더 보편적으로 쓰인다고 하더라구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좀 환상적인 단어죠. 명상은 제일 중요한 것이 ‘몸’이거든요. 마인드풀니라는 말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단어의 느낌은 좋은데 뭐라 설명이 어려워요. 

요즘 ‘mindset’이란 용어가 유행인데 이 개념이 minfulness 보다는 쉽지만 이도 어렵죠. 마음이란 단어의 정의가 어렵기 때문이어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불가능해요. 우리가 마음기능이라고 여기는 감정과 의식 그리고 인식의 기능까지도 몸이 존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니깐요.

명상의 근본은 뇌와 신체의 상호작용을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여 생명 유지에 도움을 주는 게 핵심인데 마인드풀니스는 몸이 빠져 있는 느낌입니다. 

인간을 구성하는 가장 큰 물질은 수분이죠. 마인드풀니스는 어찌보면 동양의 일체유심조와 유사한 단어이고 이름을 아주 팬시하게 졌지만, 이 단어로 명상을 설명하기는 힘들것 같아요


Q. 마인드풀니스 관련 연구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은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연구 논문들이 나오는데 중요한 것은 표준화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것을 했을 때 어떤 효과가 나오는 것을 모르는 상황에서 표준화 되어 있으면 딱 좋죠. 

존 카밧진이 정립한 MBSR은 하나의 프로그램이죠. 명상에서 보면 내부감각 깨우기, 그 부분을 활용해서 만든 것이라 볼 수 있죠.

그러면 왜 사람들은 마인드풀니스에 더 집중하느냐. 명상을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없고, 힘든 거죠. 결국 내가 바뀌려면 특히 좋은 재료, 내 몸이 바뀌려면 그만한 고통이 필요한데 그건 힘든 거에요. 

개인적으로는 존 카밧진 교수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마인드풀니스가 도대체 뭐냐. 겉만 배우고, 실제 알맹이는 못 배우는 느낌이에요.

서구는 일찍 웰빙에 관심이 많아지면서 동양 명상에 대한 관심과 도입이 보다 적극적이었던 것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뒤처졌기 때문에 운동하면 되지 꼭 명상까지 하는 시대는 아니였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동양의 문화가 서양에 들어가서 거기서 상품화돼서 다시 동양으로 역수출되는 시대가 온 거죠.


Q. ‘마인드풀니스는 명상의 일부’로 들립니다.

우리들이 마음 마음 얘기하고 살지만 인간의 뇌 기능은 결국 생존을 위해 존재하는 시스템이거든요. 신체적 생존이든, 사회적 생존이든, 영적 생존이든 간에. 그런데 명상은 그런 생존시스템을 지금 자기가 원하는 부분에 맞게 해주는 것이라는 겁니다.

예를 들어, 불안하면 안 좋은 것 같지만 불안이 없으면 안돼요. 통증도 힘든 것 같지만, 통증이란 것도 몸에서 오는 신호이죠. 

그 신호들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나의 생존이 결정되기 때문에 항상 그런 자극 속에서 살고 있어요. 명상은 그런 신호들을 잘 해석하고, 나를 관찰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문제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거죠. 뇌는 요리사이고, 몸은 재료를 만드는 거에요. 뭐가 더 중요합니까. 

명상은 요리사도 건드려 주지만, 그 재료를 굉장히 신선하게 해주는 훈련법이에요. 그러니까 기존 심리치료는 요리사에게 한거죠. 근데 명상은 가장 좋은 재료를 만들 수 있게 내 몸을 정화 및 치유시켜 주는 것이 큰 차이라고 봅니다.

감정이라는 것은 내 몸과 외부 자극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거기에 일부만 의식화된 게 ‘느낌(feeling)’이라는 건 이미 안토니오 다마지오가 얘기했죠. 그전에는 철학적 주제가 이성 흔히 요즘 말하는 마음에 가 있었잖아요. 

데카르트 이후, 이제는 마음과 몸 얘기를 하고, 이제는 ‘체화된 인지’까지 나오는 몸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죠. 의식에서 몸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는 이런 시점에서 명상 연구에서 다시 ‘마인드풀니스’로 돌아간다는 건 조금 그렇죠.


Q. 연구를 하실 때 아쉬움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요가도 차크라라는 에너지에 관한 것이 중요하고, 한국도 ‘단전’이 있잖아요. 결국 몸과 마음을 연결하는 ‘에너지’가 핵심인데, 아직 과학계에서는 쓸 수가 없잖아요.

그렇죠. 우리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항상 예측하고 반응하면서 리듬을 만들어내죠. 생체리듬, 생체시계가 있고 이렇게 만들어내는데 그 모든 것들을 우리는 외부적인 결과로 생각해요. 

그럼 외부적인 결과를 바꿔주면 좋아질 거라고 하는 게 심리치료의 기반이고, 거기에 명상도 마인드풀니스로 들어가는 거고. 근데 실제는 더 깊은 차원이 있죠.

명상의 핵심 개념은 ‘생명(Life)’ 그 자체에요. 그런데, 지금은 명상에 대해서 인식이 그렇지 않은 거고. 그리고 하는 명상 연구도 대부분 명상하면 뇌가 어떻게 바뀌더라 이런 것밖에는 없잖아요.


Q. 명상 연구가 어느 방향으로 갔으면 하나요.

이제는 더 깊은 부분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명상을 하면 뭐가 좋아진다라는 연구보다, 명상을 통해서 이제 의식의 비밀을 벗기고 감정에 대한 부분들을 인간에 대해서 알아가는 어떤 이런 차원의 연구가 더 많이 진행돼야 된다고 봐요.

맞춤형 명상으로 가는 것이 한 방향이고, 오히려 명상을 통해서 인공지능이 부딪힌 정서지능이라든지 감성, 공감지능 이런 문제에 대해서 그 어떤 열쇠를 풀기 위해서 명상을 통해서 뇌와 몸의 상호작용을 알아갔으면 합니다. 

유발 하라리 교수도 인공지능이란 말은 안 맞는다고 했죠. 우리 뇌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으니까요. 동양의 명상이 수천년 동안 이어온 이유가 뭘까. 뇌와 몸의 상호작용을 연구하다 보면 알아갈 수 있는 것이 많다고 봅니다.
 

▲ "뇌는 요리사이고, 몸은 재료를 만드는 거에요. 명상은 요리사도 건드려 주지만, 재료를 굉장히 신선하게 해주는 훈련법이죠."


Q. 명상에 관심 많은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제가 쓰고 있는 책 제목 중에 한 챕터가 ‘일상은 없다’는 거거든요. 감정을 만드는 오장육부 등 신체 내부는 순간순간 변하기 때문에 어제하고 오늘도 다른 거예요. 

모두가 새로운 건데 끊임없이 그런 상황에서 항상성을 유지하고 자기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런 몸이나 진화하면서 만들어낸 기능들이 인식이나 지각 사고, 행동, 감정인데 지금은 거꾸로 우리가 너무 거기에 매몰돼 있다는 거죠. 근데 명상은 그런 균형을 잡아주는 거예요. 

‘Homeostatic plasticity’, 즉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뇌의 가소성을 늘려주는 역할을 한다. 지금은 건강이 어떻게 돼 있냐면 아파도 오래 살아요. 항상성이 안되어도 치료제가 있으니까. 근데 명상을 적절하게 하면 대부분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거죠. 

명상이 참 좋은 게 '나'라는 사람이 가장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항상성을 유지하는 방향, 그래서 최적으로 내 상황에 적응하는 쪽으로 명상이 작동한다는 거에요. 

이제 명상에 대해서 얘기를 한다면, ‘항상성을 위한 가소성 증진’ 쪽으로 얘기를 꼭 하고 싶어요. 특정 부분만 발전시키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균형과 조화, 그게 공생이잖아요. 


정리. 장래혁 편집장 | 사진. 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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