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만난 사람] 디지털혁신전문가 형원준 대표

“인공지능 공존 첫 세대, 본질 찾는 교육이 창의성 원천”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국내 대표 디지털혁신 전문가인 형원준 대표


2016년 알파고가 쏘아 올린 인공지능 화살이 챗GPT로 이어지면서 인류문명 패러다임 전환기에 접어들게 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이어온 공교육 시스템은 일대 격변기를 맞이하고, 인공지능(AI)과 경쟁할 인류 첫 세대의 탄생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브레인> 이번 99호 ‘파워브레인’에서는 국내 대표 디지털혁신 전문가인 형원준 대표를 만나 미래 교육과 인간 고유역량에 대한 질문을 구했다.

형 대표는 CEO만 20년 경력의 국내 디지털혁신 대표 전문가이다. 삼성전자 시절부터 도요타의 ‘Just In Time’으로 대표되는 수요-공급 동기화의 극한을 이끄는 PI를 배웠고, I2테크놀로지 한국사장과 SAP코리아 대표와 아태지역 총괄사장을 역임했다. 2017년말 두산그룹이 디지털혁신을 위해 신설한 CDO(최고디지털혁신) 사장에 영입되어 두산그룹 디지털 혁신을 이끌었다. 현재는 국내 최대 공간관리 전문회사인 S&I 대표로 있다. 

눈길이 가는 건, 최근 칸영화제 필름마켓에서 ‘차박’ 영화로 주목을 받은 신예 형인혁 감독이 형 대표의 첫째 아들이다. 둘째 아들, 셋째 딸도 모두 회사를 이끌고 있는 CEO 집안.


Q.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T)’이란 것이 무엇인가요.

사전적 의미는 말 그대로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인류 역사적으로 보면 아날로그 기기들로 나왔던 TV, Audio 등 전자제품들은 모두 디지털로 전환했잖아요. 음반 LP도 CD로 바뀌고. 0과 1로 만들어지는 데이터가 기기뿐 아니라 기업 운영에도 확산된 것이 디지털전환의 연장이 됐었던 거죠. 

그런데, 현실 세계를 디지털화한 거니까 결국 가상 세계잖아요. 그래서 당시 용어로는 정보와 현물의 일치가 필요하다는 고민을 하면서 ‘정보화, 디지털화’라고 했죠. 그때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용어가 지금의 유행어 같은 의미는 아니었고,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바꾸듯이 소프트웨어들을 활용하는 것에 사용했습니다. 

결국은 모든 기업 활동을 어떻게 최적화하느냐, 소비자 입장에서는 ‘온디맨드(On-Demand)’화하느냐입니다. 내가 필요하면 물건이 어떤 낭비 없이 바로 탁 나한테 제품과 서비스가 제공되게 만들어 달라는 게 목적이고, 그 목적을 위해 디지털 수단이 훨씬 빠르고 싸게 만들어준 거죠. 


Q. 지금의 새벽배송도 결국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결과이군요.

맞습니다. 그때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하루도 안 걸리는 새벽 배송이 되잖아요. 더 옛날로 가면 마리 앙뜨와네트가 나 이런 모자 만들어줘 그러면 요구하는 내용을 가내수공업으로 만들어주던 맞춤형 생산이 있었잖아요. 그런데, 포드의 컨베이어벨트가 나오면서 대량 생산의 혁명이 일어났죠. 결국 과거 산업혁명도 목적은 똑같았던 거죠. 

그러면 하루 안으로 시간이 단축되었는데 이제 끝일까요. 사람이 요구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아는 거를 주문했을 때는 현재는 쿠팡이나 아마존이 제일 빠른 거지만, 맨 앞에 1등을 하고 있는데 지금 그 사람들은 또 뭘 하겠습니까? 

“네가 원하는 거를 내가 더 잘 알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같은 수단을 통해, 소비자가 판단하는 것을 넘어서 먼저 제시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하기 시작하는 거죠. 결국 ‘속도의 전쟁’은 계속해서 가는 것이고, 속도에 ‘어질러티(Agility, 민첩성)’의 방향까지 갖추는 것이죠.

그리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 바로 ‘공감(Empathy)’입니다. “내가 너를 너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어.” 그 상황이 바로 ‘공감’이예요. 

산업혁명이 있기 전에는 귀족과 왕족들 소수 1% 안에 있는 사람의 요구에 나머지가 다 맞춰지면서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현대 사회에서는 개개인의 욕구가 똑같이 중요해요. 그런 다양성에 맞춰줄 본질이 ‘공감’에서 시작되니까요. 


Q.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관점에서 오늘날 AI(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디지털이나 AI 이런 것은 전부 도구예요. 그런데 두려운 이유는 내가 콘트롤 할 줄 알았는데, 내가 자칫 컨트롤 당할 것 같으니 두려워지는 거잖아요. 집에 아무리 사자가 있어도 내가 컨트롤을 완벽하게 할 수 있다면, 귀여운 고양이에 지나지 않는 거죠. 

마치 아이언맨의 수트랑 비슷하잖아요. 그 안에 분명히 사람이 있죠. 사람이 주도하는 범위에서 슈트나 자비스 같은 인공지능은 아이언맨 한테는 엄청나게 좋은 무기죠. 그걸 가지고 지구도 구하고 할 수 있는 거고, 그러니까 딱 그런 구조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자체가 다루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이제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다” 이런 게 아니고 아무리 챗GPT 할아버지가 나와도 사람이 컨트롤을 해야 돼요. 이제 우리 손을 떠났다. 이건 절대로 아니라는 거죠.
 

▲ 대기업 임원 대상 디지털혁신 역량강화 교육을 하고 있는 형원준 대표.


Q. 조직이나 기업의 성장에 ‘비전’이 중요합니다. CEO가 가진 비전만큼 성장한다는 얘기도 하고. 문제는 비전을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공감시키느냐 일텐데. 어떤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일반적으로 조직이나 기업을 이루면 항상 같이 공감하고 공명하고 해 주는 리더 그룹이 있고, 뭘 해도 삐딱하게 반대편에 쓰는 것이 습관화 되어 있는 그룹도 있고 그리고 대다수는 그 사이에서 관망을 하죠. 

보통 관망자들은 변화를 주도하지는 않아요. 좋은 변화면 A그룹이 주도를 하는 거고. A그룹은 사장이나 팀장이 가서 뭔 얘기를 하고 간섭하면 오히려 방해가 될 때가 많아요. 알아서 잘하는 거예요.  

근데 반대로 C그룹은 가서 그러지마 이렇게 하면 될 것 같은데 안 그래요. 제가 쭉 오래 해보니까 가서 잔소리한다고 해서 청산하는 경우는 참 없어요. 오히려 B그룹과 같이 토의하고 공감하고 논의해서, A그룹에 동참해야겠다. 내가 주도해야 되겠다. 이런 걸 만들 수 있는 게 바로 리더십의 가장 큰 역할이라는 거죠. 

A그룹에게는 혼자 힘으로 하라는 게 아니라, 자율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돼요. A그룹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게 바로 B그룹이에요. 그리고 생태계를 이루고 네트워크를 만들 때 C그룹으로 가지는 말라는 것이죠.


Q. 인공지능으로 많은 것들이 대체되어 간다고 얘기합니다. 창의성이란 것도 시대적 변화에 따라 바뀌는 것 같습니다. 지금 시대에 창의성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요.

두뇌의 단순 노동들은 지금 없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창의력이 없어지는 거냐 기계가 할 수 있는 거냐. 창의력이 두 가지가 보는데. 창의력 중에 기계가 더 잘 할 수 있는 창의력도 있고, 영원히 기계가 못 따라오는 창의력이 있어요.

제가 이 회사에 와서 보니까 단순하게 미화용 아주머니들이 로봇을 주면 훨씬 더 많은 평수를 청소하는데, 그러면 사람들이 이렇게 단순히 얘기해요. 아주머니를 로봇으로 대체하자. 그런데 이것은 엄청난 착각이라는 겁니다. 로봇은 아주머니가 없으면 형편없어요. 그런데 로봇을 핸들링 할 줄 모르는 미화원이 하면 효율이 너무 떨어져요. 그런 현실을 받아들여야 돼요. 

그러면 창의력이라고 하는 것 속에는 로봇을 활용해서, 인공지능을 활용해서 발휘할 수 있는 창의력이 있는 거죠. 자꾸 잊어버리는 게 사람과 AI 둘이 공존하는 게 훨씬 앞서 있다는 현실이에요. 

인간의 창의력은 기술을 활용할 때 인류 역사상 항상 더 창의력이 있었어요. 피아노라는 악기가 있을 때, 모차르트의 아름다운 음악이 더 많이 나온 것처럼 모든 도구들을 활용하는 인류는 훨씬 더 창의력이 커요. 


Q. ‘인간은 유전과 환경의 조합으로 변화한다’는 측면에서, 한국인의 창의성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두 가지 다 재미있게 생각하는데요. 원래 DNA가 됐던 타고난 창의성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소수 천재들 말도도 굉장히 더 많았다는 거예요. 근데 그 창의성을 뺏아가요. 부모와 학교 시스템이 그렇게 디자인 되어 있어요. 전후에 그랬고 70년대, 80년대, 90년대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안전하게 의대, 법대 가는 것. 부모가 가이드 해 줄 수 있는 최선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현실 세계는 거기서 벗어나서 일탈하고 자유로웠던 애들이 더 성공하는 걸 드디어 본 거예요. 천재 같은 창의력을 찾는 방법은 스티브 잡스를 잘 발굴합시다 같은 생각도 있는데 그건 전 별로 동의할 수 없고 굉장히 많이 양산할 수 있다고 봐요. 교육과정 자체에 창의력을 뺏지 않는 교육을 어렸을 때부터 하는 것이죠. 그걸 처음부터 안 뺏었으면 어느 대학에도 엄청난 천재들이 들어갈 거 아니에요. 

다음으로는 창의성이 개인에서 나오는 것도 있지만, 어쩌면 더 큰 기회가 집단 지성에 의한 창의력입니다. 

우리 만화를 예를 들어 보세요. 이현세 만화 이전에는 만화가가 혼자 골방에서 그렸어요. 그러면 스토리에 한계가 있어요. 근데 지금은 만화 제작에 수십명이 들어가요. 그 다양성을 우리가 경험했잖아요. 그리고 2차 파생된 콘텐츠가 드라마, 영화로 발전하죠. 웹툰까지 발전한 공통적 특징은 집단적 창의성이 있다고 봅니다. 두 가지 다 한국이 탁월합니다. 
 

▲ "인간의 창의력은 기술을 활용할 때 인류 역사상 항상 더 창의력이 있었어요. AI도 도구입니다."


Q. 한류를 이끈 K-POP 엔터테인먼트산업에서 말씀하신 창의성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음악이든 영화든 그 업계에 가서 생태계를 가까이 보고 있으면, 그 친구들은 하고 싶은 걸 한 친구들이에요. 부모한테 거역을 하던 부모가 그렇게 밀어줬던 자유로웠던 친구들. 거꾸로 얘기하면 모든 산업에서 우리는 자유로움을 줘야 돼요. 

중요한 사실은 우리나라는 그렇게 고삐를 풀어준 친구들이 그냥 복종하는 문화에 사는 친구들보다 스스로 고생하고 못 먹고 하면서 그걸 만들어내었죠. 그 과정 중에 자기가 하고 싶은 거를 자기 재능에 맞는 거를 그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찾아주는 거예요. 

이 생태계의 생리를 자세히 보면 시사하는 바가 많아요. 그런데 우리 세대들은 내버려 두면 그렇게 안 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런데 지금 한류 생태계를 만들어 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얼마든지 다른 산업에도 적용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거죠.


Q. 과거 알파고 보다 더 큰 충격을 받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제는 교육에 있어, 인간의 어떠한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보시는지.

제가 교육 전문가는 아니지만, 일단 그 말씀을 다루기 전에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류가 항상 청소년기에는 교육을 해야 되고, 그때 받은 교육을 밑천 삼아서 성년기를 살아야 한다는 패러다임 속에서 항상 살아왔거든요. 

이제는 지식을 쌓아두었다가 나중에 써먹는 시대가 아니에요. 필요할 때 딱 부르면 나와요. 우리가 젊었을 때 준비해야 되는 것은 지식을 머리에 담는 옛날식 패러다임이 아니고, 오히려 인류의 가치가 무엇이고 우리가 왜 이 세상에 태어났고 지구와 우주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홍익인간 사상 같은 아주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까지는 우리가 지식 담느라고 본질적인 문제는 종교나 정치 등에 맡겼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본질적인 문제를 오히려 청소년기에 다루어야 되고, 그것에 대한 세계관과 가치관이 BTS처럼 세워져야 합니다. 

만약에 그걸 소홀히 하고, 그냥 기술만 가르치고 노래만 잘하게 했으면 언제든지 그런 폭탄이 터질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교육은 철저하게 본질에 대한 것을 가르쳐야 합니다. 

그렇다고 무슨 종교 교육을 하자는 얘기가 아니라, 보편적이고 인류애적인 홍익인간 사상 같은 것을 철저히 무장시킨 상태에서 성인이 됐을 때는 오히려 온갖 교육을 해도 충분히 우리가 자유로울 수 있다고 봅니다. 저희 아이들은 어릴 때 뇌교육을 했어요. 본질적 가치를 깨우는 체험적 교육이라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 "인공지능 시대에는 미래세대에게 지식이 아닌, 본질적 가치를 깨우는 교육을 해야 합니다."


Q. 디지털혁신 최고 전문가신데, 실제는 굉장히 아날로그적 느낌이 있습니다. 

평생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한 사람으로서 변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날로그와 디지털이라는 그런 용어를 많이 쓰세요. 좀 더 인간적이다는 느낌.

인간의 세계를 더 이해하는 게 아날로그고 디지털이죠. 기계적이고 이과적이고 수학 공식적이고 이런 걸로 인식이 있죠. 그런 뉘앙스가 있는데 그것은 디지털의 한 편견이라는 거죠. 

디지털은 가상 세계예요. 존재하지 않았던 인류 대부분의 역사 속에서 산업혁명도 한 3차쯤 돼서야 이게 실현되기 시작했어요. 가상 세계가 어느 정도 완성이 된다는 거는 우리가 이 실존 세계에 대한 이해를 훨씬 잘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플라톤의 이데아론 얘기도 있고. 철학은 고대에서부터 있던 생각인데, 우리는 항상 허구와 실존 사이에서 사는 거잖아요. 모든 게 사실은 허구잖아요. 그거를 깨닫게 할 수 있는 길로 치닫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란 말로 인류를 점점 더 고급스럽게 공감하고, 예측하고 또 이렇게 ‘다양성’이든 ‘민첩성’있게 만들어주는 훌륭한 도구일 뿐 아니라 그걸 하면 할수록 인류가 집단적으로 깨닫는 거죠. 

양자역학에서 모든 게 결국은 원자 이하의 입자로 들어가면 전부 연결되어 있다는 것처럼. 그것을 볼 수 있는 것이 물리학이든 철학이든 종교든 한 방향으로 가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인생을 거듭해서 하든 한 생에서 머리로만 깨닫든 몸으로 깨닫든 그게 제일 행복한 삶인 것 같아요.

정리. 장래혁 | 사진. 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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