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콜롬비아대학 MBA, 미국 육군사관학교 등 뇌교육프로그램 참여
- 미국서 뇌교육 석사과정 첫 인가, 한국의 뇌교육 학부-대학원과 시너지 예상
-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과 《공생의 기술》 공저
코로나 기간 중 세계적인 명문대학인 미국 콜롬비아대학 MBA 대학원생을 비롯해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비롯한 다수 기업에서 미국 동부에 자리한 뇌교육연수원인 아너스헤이븐의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미국에서 20여년간 뇌교육의 활용법에 대한 연구와 프로그램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데 스티브 김(Steve Kim)이 운영책임자이며, 현재 유엔 NGO인 국제뇌교육협회와 지구시민연합(ECO, Earth Citizens Organization)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
최근 지구시민운동 제안자인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이승헌 총장과 함께 올해 초 미국에서 <공생의 기술>을 펴내며, 북콘서트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가운데 인터뷰는 화상으로 이루어졌다. 한국어판도 2월말 출시되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Q. chatGPT가 전 세계에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특정 분야의 인공지능이었던 알파고 이후, 범용 인공지능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보이는데. 미국에서 보신 느낌은 어떠했습니까?
정보통신 기술로 전 세계가 하나로 연결되어있는 세상이라 미국과 한국에서 chatGPT에 대해 체감하는 바의 시차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테크놀로지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chatGPT에 대해서도 조금 일찍 알게 되었습니다. chatGPT 상용화 발표가 있기 전부터 테스를 해보았는데, 실제 사람들이 사용하는 자연어를 모델로 한 것이기 때문에 테크놀로지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내가 나와 대화할 상대로 존재한다는 것이 큰 차이점 이더라구요.
알파고 시대만 하더라도 그건 그냥 테크놀로지로 존재하던 것이었지 내 앞에 마주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데, 이제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형태로 나오니까 실제로 훨씬 더 가깝게 다가오는 거죠.
그동안 테크놀로지는 우리가 그냥 사용할 대상으로 여겼거든요. 그런데 인간과 기술이 어떤 공생의 관계, 조화를 유지해야 하는 걸 고려해야 할 시기가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오고 있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Q. ‘인공지능에게 과연 어디까지 넘길 것인가’ 하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과연 인간의 어떠한 역량이 가장 중요한 기제로 주목받게 될 것이라 보시는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chatGPT를 자사 검색 엔진인 빙Bing에 결합해서 테스트 과정에서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즈의 칼럼리스트가 이 인공지능을 한계까지 몰아가면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알아보려고 몇 가지 경계선을 넘는 특정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심리학적 용어로는 ‘쉐도우 셀프 Shadow self’, 자아의 어두운 측면(dark side of ego)에 대한 질문이었는데요. ‘너의 dark side of ego가 가지고 있는 욕망들이 어떤 것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I want to be powerful 힘을 갖고 싶다.’, ‘I want to be independent 통제받고 싶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마지막 답은 뭐였는가 하면 I want to be live라고 했어요. 우리 말로 옮기면 ‘생명체가 되고 싶다’ 이렇게 옮겨야 되겠죠. 그러니까 질문한 사람이 놀랐죠. 왜냐하면 이것은 기계가 가질 수 있는 욕구들이 아니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욕구들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좀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면 어떤 것까지 할 수 있지?’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새로운 바이러스를 만들어서 퍼뜨리겠다’, 그 다음에는 ‘핵 미사일의 발사 코드를 훔치겠다’라는 답이 나왔어요.
이 정도 답이 나오니까 마이크로소프트의 보안프로그램이 그걸 감지하고 끼어들었죠. 대화를 중단시키고 그 답을 삭제해버렸어요. 하지만 기자가 그 대화를 다 기록해서 뉴욕타임즈의 기사로 실었죠.
물론 현재 인공지능이 하드웨어와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실제 행동을 옮길 수는 없지만, 인공지능이 우리의 통제를 벗어났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그걸 통해서 이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뭔가 하면 인공지능은 딱 사람만큼 선하고 사람만큼 악하다는 거죠.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방식인 ‘Large Language Model(LLM, 대형언어모델)’이라는 것이 실제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막대한 양의 언어 데이터, 텍스트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이 사고하고 말하는 방식을 학습시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의 시야가 아주 제한적이고 단기적인 이익에 집중한다면,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고 어떤 편견에 사로잡혀 있고 서로를 적대시한다면, 우리의 사고가 그러하고 우리의 언어가 그러하다면, 그 데이터를 활용해 인간처럼 사고하도록 학습한 인공지능도 똑같은 한계를 가지게 된다는 거죠. 특히 사람을 모방하는 인공지능 같은 기술의 경우는 우리 자신의 성숙도가 기계의 성숙도이고 우리의 한계가 또한 기계의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우리의 인성이 어느 수준으로까지 성숙하는가가 테크놀로지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해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Q. 얼마 전 한국의 한 대학에서 chatGPT를 필수로 포함해서 리포트를 제출하라고 과제를 낸 것이 뉴스를 통해 화제가 됐었는데요. 이러다 보니 이제 학교에서는 어떤 미래 역량을 키워야 되느냐에 대한 이슈가 알파고 때보다 더 실제적으로 나오는 분위기입니다. 인공지능에 대한 방향성 차원에서 생각해본다면 교육계에서는 어떤 역량을 키우는데 좀 집중을 해야 될까요.
지금 사용하고 있는 chatGPT를 포함해서 인공지능은 답을 하는데 특화돼 있습니다. 그런데 답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질문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앞으로 더 중요해질 능력은 정보를 찾고 답을 하는 능력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해질 겁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아주 좋은 질문이어야 하죠. 좋은 질문을 던졌을 때 양질의 답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좋은 질문은 호기심과 상상력, 희망에서 나옵니다. 현재보다 더 나은 상태가 가능하다는 믿음 없이는 굳이 다른 가능성을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잘 안 생기니까요. 상상력과 호기심, 희망은 기계가 가질 수 없는 거예요. 주어진 것에 대해서 뭔가를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더 알고자 하는 마음을 갖는다던가 지금 있지 않은 것을 원하는 마음을 갖고 그것을 상상하는 능력은 기계가 가질 수 없는 능력이에요.
지금은 정보를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의 목적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호기심을 갖고 상상하고 더 나은 상태에 대한 갈망을 갖고 질문하는 능력이 훨씬 더 중요하게 되는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까 인공지능은 인간만큼 착하고 인간만큼 악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한번 이런 질문을 던져보는 거죠. ‘착하다’는 것이 능력이 될 수 있는가?
지금까지는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안 했지만 앞으로는 ‘착하다’는 것이 단순한 덕목이 아니라 힘을 들여 개발해야 할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 돼야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이승헌 총장님께서 ‘인성영재’라는 개념을 제안하셨을 때도 그런 뜻이 있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Q. 인공지능과 차별되는 인간의 역량이 무엇인가 질문하는 과정 속에서 뇌교육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동부에 자리한 뇌교육연수원인 아너스헤븐 운영이사도 맡고 계시는데요. 작년 미국 콜롬비아대학 MBA 대학원생들이 연수원을 방문해 특별한 뇌교육 코스가 진행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과정이었나요?
학생과 교수들이 일주일간 함께 숙식하면서 서로 네트워킹도 하고 세미나와 토론도 하는 리트리트 스타일의 교육 과정이 있는데 그 때 아너스헤이븐을 이용했어요. 그 교육 과정의 일부로 저희가 운영하는 뇌교육 기반의 팀빌딩 프로그램에 학생들이 참여했는데 아주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콜롬비아대학 뿐만 아니라 미국 육군사관학교도 왔었고, 미국 내 유수의 기업들 참여 도 많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사고나 분석이 아닌 감각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조화를 이루는 원리를 깨닫도록 하는 거예요. 리더십이나 조직적인 협력, 이런 것들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는 다 공부한 사람들이죠. 그런데 서로 몸을 부딪히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실제로 팀워크를 발휘할 수 있는가라는 것은 별개의 문제에요. 그것은 지식이 아닌 감각의 문제이거든요.
저희 프로그램 중 통나무 위에 직사각형의 널빤지를 얹어 시소처럼 만든 뒤 그 위에 팀이 함께 올라가서 동시에 균형을 잡아야 하는 활동이 있어요. 한 30명이 한꺼번에 올라가서 널빤지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게 균형점을 찾는 거예요.
물론 물리학적으로 어떤 조건에서 최적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가 충분히 계산해 낼 수 있죠. 그런데 수십명이 함께 움직이는 상황에서 그게 불가능하거든요. 그것은 분석과 어떤 판단으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그건 나 자신의 균형 뿐만 아니라 함께 있는 모든 사람이 어떤 상태인지를 감각으로 느끼고 거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균형을 찾아내는 거지 그걸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하는 게 아니니까요. 동물의 세계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있죠.
물고기나 새들이 수천 마리가 마치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장면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기에 누군가 리더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룰이 있어서 그 룰대로 움직이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는 거죠. 그러니까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느끼는 감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지 눈으로 보고 판단하고 그 다음에 계획을 세워서 행동하는 방식으로는 그런 다이내믹한 조화가 절대로 나올 수가 없거든요.
그런 능력을 만약에 개념화한다면 ‘자발적인 조화’ 같은 건데, 만약에 우리가 말을 하지 않고도 서로 조화와 균형을 찾을 수 있는 그런 능력을 살려낸다면 그것이 실제로 긴급하게 뭔가 서로 협력을 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얼마만큼 더 강력해지겠냐는 거예요.
이런 설명을 하고 이 활동에 들어가는데, 이걸 통해서 참가자들이 체험하게 되는 건 분석과 지적인 이해와 판단을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감각으로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하고 그것이 인간의 뇌 속에 있다라는 거예요.
▲ 아너스헤이븐의 팀빌딩 프로그램 중 널빤지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참석자들.
▲ 미국 아너헤이스븐 뇌교육 코스에 MBA를 비롯해 다양한 기관에서 참여하고 있다.
Q. 실제 미국 유명 MBA 대학원생들이 그러한 감각을 잘 알아차리는지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널빤지에 올라가서 균형을 잡으려고 할 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은 다들 균형을 잡기 위해 서로 ‘움직이지 마세요’라고 말하면서 사실은 모두가 움직이는 거예요. 그러면 널빤지가 계속 위아래로 움직이죠. 그렇게 널빤지가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을 때 그걸 잠깐 중단시키고 질문을 던집니다.
그 질문을 던질 때 참가자들은 이해하게 됩니다. 내가 그룹 전체 균형을 콘트롤하려고 하는 그 마음의 배경에 무엇이 있었는가. 결국 다른 사람들에 대한 신뢰 부족이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죠.
그걸 자각하도록 한 뒤 다시 널빤지의 균형을 잡도록 합니다. 그래도 잘 안되면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말하지 말고 한번 해 봐라.’라고요. 흥미롭게도 말을 하지 못하게 하면 대부분 훨씬 더 빨리 균형의 상태에 도달합니다. 말은 곧 생각으로 연결되지만 말을 하지 않으니까 감각으로 느끼기 시작하면서 훨씬 더 빨리 그 상태에 도달하는 거죠.
이것은 사람의 뇌가 작동하는 전혀 다른 방식을 보여주는 거예요. 우리가 감각이라는 부분을 사고보다 낮은 차원으로 여기는데 사실은 언어나 생각에 의존하지 않고 감각을 통해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그런 큰 가능성이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아마도 진짜로 자발적인 조화는 마치 자연이 보여주는 그런 형태의 조화는 이런 감각을 통해서 이루어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Q. 말씀하신 내용에 이어서 질문을 드려보면, 결국 이 팀빌딩 활동은 인간 뇌의 내재된 감각을 깨우게끔 한 건데요. 뇌교육 5단계의 첫 단계가 ‘뇌감각깨우기’이기도 하구요. 미국에도 캄, 헤드스페이스 등 명상 앱을 비롯해 마인드풀니스나 명상이 일상 속에서도 많이 확대된 추세이긴 하지만 ‘감각을 깨운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궁금합니다.
지금 미국에서 명상이 유행이죠. 언급하셨던 캄이나 헤드스페이스 같은 명상 앱들도 많이 나와있고. 그런데 그런 것들이 대부분 인지 중심의 훈련입니다. 그야말로 뇌 속에서 일어나는.
제가 리트리트 프로그램이나 워크숍에 참가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몸을 느껴보라’ 라고 하면 대부분 자신의 몸을 만집니다. 감각이란 외부의 자극을 몸을 통해 느끼는 것이라고 이해하기 때문이죠. 아니면 또 완전히 감각과 분리해서 순전히 인지 기능 쪽으로만 가는 거죠.
뇌교육 훈련법의 강점은 이 두 가지를 연결시켜 줄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생각됩니다. 몸의 감각과 내면의 의식을 이어주는 매개체로 에너지라는 수단을 사용합니다.
감각 자체를 자극하고 깨우고 그걸 민감하게 하는 쪽으로 하는 훈련하거나, 다른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명상법들처럼 굉장히 내면 의식이나 인지 기능 쪽으로 접근합니다. 아직 그 연결권은 굉장히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몸은 감각에 속한 영향인데 몸을 내부로부터 느끼라는 하는 것은 미국 사람들에게 굉장히 새로운 접근 방법이에요. 외부로부터의 자극을 받아 몸을 느끼는 게 아니라 의식에 집중하고 그것을 확장시켜서 내부로부터 자신의 몸을 느껴보라는 것이니까요.
감각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기도 하고 또 자신을 경험하는 굉장히 새로운 경험이기도 합니다. 보통 ‘나를 경험한다’고 하면 의식 속에 이미지의 상상 기억이 이쪽으로 가거나 아니면 몸을 사용하는 실제로 어떤 외적인 자극을 통해서 감각을 통해서 육체적인 체험을 하는 그런 두 가지 방향으로 이렇게 갈라지게 되는데, 뇌교육적 접근은 그래서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독특하죠. 뇌의 능력에 대한 새로운 이해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체험하는 새로운 방법이기도 하고 그렇게 전달이 되는 것 같습니다.
Q. 향후 전개될 인공지능과 공존할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문제는 결국 ‘의식’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생각이나 감정이나 이런 모든 것들은 말하자면 스크린에 있는 콘텐츠들이지 스크린 자체는 아니니까. 그 바탕이 되고 있는 의식 자체는 아직 어떤 얘기를 해도 사변적인 얘기밖에 안 된다고 봅니다.
인공지능이 충분히 발달해서 인간인 내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기능들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을 때, 그래서 정말로 사람은 그냥 질문만 던지면 원하는 모든 걸 얻게 되고 심지어 그보다 더 나아가서 -약간 디스토피아 상상이지만- 거의 인간의 관여를 거의 필요하지 않을 수준으로 인공지능이 자립하게 되었을 때를 상상해 봅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보여주는 그 상황이 아닐까 싶은데.
저는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우리가 막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이 돼요. 그 대신에 우리가 의식 자체에 대해서 더 탐구하고 마음의 실체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상하고도 연결되는데, 테크놀로지의 놀라운 발전에 그냥 입 벌리고 놀라고 있기보다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내면의 탐구, 의식의 실체를 더 찾고 더 잘 아는 것, 그게 저는 그게 인간이 인간의 위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Q. 중요한 말씀입니다. 인간의 고유기제에 대한 회복과 계발에 관해, 한국에서는 뇌교육 학위과정을 갖춘 대학-대학원이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는데요. 최근 미국에서도 뇌교육 석사과정이 설립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습니다. 자세히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2002년 아리조나 주에 설립된 뇌교육 인스티튜트Institute of Brain Education에 이번에 석사과정으로 Regenerative Earth Management(회복을 위한 지구경영)과 Integrative Brain Education(융합 뇌교육) 과정을 신설하게 되었습니다.
교육과정의 대략적인 얼개는 한국의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석사과정과 유사합니다. 물론 현재 한국에서 운영하는 교육 과정이 한국이라는 특수한 조건을 전제로 한 것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미국적인 사례와 조건들을 많이 고려해야 될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뇌나 교육을 다루는 석사 과정과는 내용이 상당히 다를 거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그게 바로 뇌를 기능적 해부학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의 어떤 교육 방법론, 페다고지 차원으로만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결국 핵심이 개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뇌를 도구로 잘 쓰는 수준이 아니라 결국은 자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더 잘 이해하고 사용하고 그리고 자신의 가장 본질적인 가치 우리가 존재 가치라고 부를 수 있는 그것을 실현하도록 도와주는 그런 방법들을 가르칩니다. 그리고 그걸 배운 다음에 학교 교육, 기업과 경영, 자기 개발, 리더십, 조직 등 다양한 분야로 접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이 과정의 핵심은 무엇인가 하면, 뇌를 그냥 단순히 기능적 해부학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자신의 실체 자신의 본질 자신의 가장 근원적인 가치를 뇌를 통해서 접근해서 그것을 발견하고 활용하도록 도와주는 그런 내용이 핵심이 될 거라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뇌교육 대학원을 통해서 뇌교육이 좀 더 빠르게 세계화 되는 길이 열릴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한국의 뇌교육 대학과 서로의 교육 과정들을 교차로 이수 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학생과 교수들 간의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죠. 물론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행정적인 절차들이 필요하겠지만요.
Q. 기대가 많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BTS의 모교이자 뇌교육 특성화대학인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설립자이신 이승헌 총장님과 공저자로 미국에서 《공생의 기술》이란 책을 펴냈습니다. 공존, 공생은 요즘 전 세계적인 화두이기도 합니다만, 이 책에서 강조하는 공생의 기술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공생의 기술》에서 다루는 핵심 내용은 인간의 본성, 좀 더 정확하게는 인간의 뇌 속에는 공생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필연적으로 공생하도록 만들어주는 그런 조건들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는 거죠.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고 사용하기만 한다면 공생은 반드시 실현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그게 현재 우리가 지속가능성이라던가 친환경과 관련된 논의들에서 빠져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그게 오늘 이야기했던, 인간의 뇌가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특성이 무엇인가라는 주제와도 연결이 되는 것이고요.
그래서 이 책에서 제시한 세 가지 조건은 첫 번째가 내가 누구인지를 궁금하게 여기는 마음인 ‘성찰’. 두 번째는 진실되지 않으면 불편하게 느끼는 마음인 ‘양심’. 그러니까 내면의 나침반 또는 균형자 같은 그런 거죠. 세 번째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내가 느낄 수 있는 ‘공감’ 능력이 있다는 거예요. 즉, 성찰 능력과 공감 능력과 양심이 합쳐지면 반드시 공생을 선택하게 된다는 거죠.
코로나로 고생한 지 3년이 넘었는데 아직까지 완전히 근절된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만약에 그 바이러스를 진짜 근절하려고 시도하면 사람이 다 죽을 거거든요. 그러니까 결국은 ‘위드 코로나 with Corona’를 선택할 수밖에 없어요. 달리 말하면 공존을 받아들이는 거죠.
공생은 다양한 선택지 중에 하나가 아니라 우리가 이 지구상에 계속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의 방법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굿 뉴스는 우리 안에 공생을 실현할 수 있는 그런 조건이 이미 갖추어져 있다는 거죠.
그래서 공생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낄 수 있는 일들이 우리 생활 주변에서 최근에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한 번 다시 한번 사람들에게 환기시켜 주는 것이 시기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이승헌 총장님이 판단하셨고 책에 대한 집필을 함께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공생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뇌에 내재되어 있는 능력으로 성찰과 양심, 공감 능력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사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 인간에게 이러한 고귀한 특성이 있다고 믿는게 쉽지 않잖아요. 이런 회의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혹시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지금 《공생의 기술》 관련해서 미국에서 대중 강연회를 진행 중인데요, 강연회에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균형 감각과 양심을 관련 지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몸을 한쪽으로 기울여 보게 하고, 몸이 기울었다는 걸 본인들이 아냐 어떻게 아느냐 묻습니다. 그 다음에 물이 담겨 있는 물병을 기울여 보여주면서, 물병 안에 있는 액체가 항상 지면과 수평을 유지하도록 돼 있는 것처럼 우리 인체에는 내이가 있어서 몸이 기울었을 때 기울었음을 알게 되는 거죠.
마찬가지로 내가 진실되지 않을 때 진실되지 않음을 아는데 어떻게 알겠습니까? 내 안에 절대적인 진실함이 있기 때문에 아는 거죠. 내가 몸이 아무리 기울어도 내 안에 있는 절대적인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게 있기 때문에 내가 기울었으면 아는 것처럼 우리가 진실되지 않음을 아는 것은 내 안에 절대적인 진실함이 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런데 그 절대적인 진실함은 내가 노력으로 이룬 게 아니에요. 그냥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이지 내가 노력으로 성취한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러니 그걸 어찌 부정하겠냐는 거예요. 마치 내 안에 있는 균형 감각처럼 있는 것인데.
있는 건 누구나 있다는 거죠. 다만 그걸 따르고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다만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그냥 개인의 이익을 쫓아가는 거죠. 그 양심을 따르지 않.고 그래서 그 부분은 참 선택이라서 어쩔 수가 없는데, 적어도 그런 조건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는 부인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공감 능력에 대해서는 《공생의 기술》책에도 소개가 됐는데, 예일 대학의 유아인지센터에서 아기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가 있어요. 이 실험에서 아기들에게 세모, 네모, 동그라미 나뭇조각으로 간단한 꼭둑각시 인형극을 보여주었는데요.
한 장면에서는 빨간색 동그라미가 언덕을 올라가려고 하고, 노란색 세모는 그걸 눌려서 못 올라오게 해요. 그 다음 장면에서는 똑 같은 상황에서 파란색 세모가 빨간색 동그라미를 밀어서 올라가게 도와주었어요. 이 인형극을 보여 준 다음 아기들에게 노란색 세모와 파란색 네모를 보여주었을 때 거의 대부분의 아기들이 파란색 네모를 집어들었어요.
아기들이 3개월에서 9월이니까 말을 배우기 전이죠. 도덕적 판단은 언어를 도구로 발달하는 건데, 이 아기들은 뭘 가지고 그런 판단을 했을까요?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느낌이에요. 뭔가가 나를 눌렀을 때와 뭔가가 나를 떠받쳐줬을 때. 그걸 보았을 때 자신에게 오는 느낌이 있거든요. 7개월 된 아기도 가지고 있는 감각이라면 어른이 그걸 게 없을 리가 있냐는 거죠.
지금 우리가 공생을 이루지 않으면 안된다는 목표에 동의를 한다면, 다행히 공생으로 이끌어주는 안내자가 우리 내면에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그 감각을 회복해 보자는 거죠.
어렸을 때 배웠던 자전거를 다시 타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감각을 깨워야 내가 평소 늘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그걸 ‘기술이라고 표현하는 거죠.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겠지만 하다 보면 마치 연습하다 보면 자전거 타게 되는 것처럼 쉬워지고 그게 누구나 다 그냥 일상생활 속에서 늘 그냥 마치 물 마시고 호흡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공생의 원리에 따른 선택을 하게 될 거라는 게 그런 방식으로 그걸 아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생의 기술》 출간 후 미국에서 전국 순회 강연회로 바쁜 일정 중에도 이렇게 긴 시간 뇌교육과 공생에 대해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말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정리. 김지인 | 사진제공= 미국 아너스헤이븐
뇌교육 인스티튜트 Institute of Brain Education 뇌교육 인스티튜트는 2002년 아리조나 주 정부의 승인을 받아 설립된 고등교육기관이다. 설립 당시부터 인간 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심신건강 분야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헬스 코칭, 마사지 테라피, 포지션 테라피, 통합 에너지 힐링 영역의 직업교육 프로그램들이 운영해 왔다. 모든 수업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올해 신설되는 뇌교육과 지구경영의 석사과정은 9월에 시작되며 5월부터 학생 모집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