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건강도 운동과 음식이 좌우한다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 운동과 음식

▲ 닥터 양의 뇌 이야기 (사진_게티이미지 코리아)


치매가 이미 진행된 환자에게도 운동이 효과 있을까?

신체활동을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뇌건강, 나아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까? 운동이 몸에 좋고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는 많으나, 치매가 이미 진행된 환자의 경우에는 과연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까?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연구를 진행하는 데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연구 논문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운동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연구들은 꾸준히 진행되어 왔고, 최근에 이러한 임상 연구들을 모두 모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Lopez-Oritz 2021).  

이 연구는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운동이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 평가하고, 운동의 종류-유산소 운동, 근력운동, 또는 이 둘의 혼합운동-에 따라 특징적인 효과가 있는지 평가하기 위한 분석연구였다. 분석 대상이 된 연구는 79세~90세의 알츠하이머 환자 1,337명이 참가한 21개연구였다.  

분석 결과,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운동을 꾸준히 수행할 경우 신체적 기능이 향상되고,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이 높아졌다. 신경증적 증상도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수행하는 경우를 간이 정신 상태 평가(Mini-Mental State Examination)로 조사하였을 때,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인지 기능의 개선도 확인되었다. 이처럼 꾸준한 운동은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여러 영역의 능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건강을 관리하는 데 꼭 들어가야 할 요소라고 볼 수 있다. 
 

30분 걷기와 10가지 동작을 4개월 매일 한 결과  

운동이 인지 기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면 어느 정도 자주 하는 것이 좋을까? 이와 관련한 몇 가지 개별 연구들을 살펴보자.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104명의 초기 단계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1년에 걸쳐 운동과 인지 기능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Winchester 2013). 

추적조사에서 주로 좌식 생활을 한 환자들은 1년 뒤 간이 정신 상태 평가(MMSE)로 검사하였을 때 인지 기능이 유의미하게 감소해 있었다. 일주일에 1시간 정도의 걷기 운동을 한 환자들은 인지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일주일에 2시간 정도의 걷기 운동을 한 경우에는 인지 기능이 유의미하게 상승해 있었다.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집에서 하는 운동 프로그램이 인지 기능, 신체 기능, 일상 활동의 독립성에 효과가 있는지를 평가한 또 다른 연구를 살펴보겠다(Vreugdenhil 2012). 

호주의 태즈매니아 대학에서 무작위 비교시험을 실시했다. 평균 나이 74세의 경도에서 중도의 알츠하이머 환자 40명을 무작위로 운동그룹과 비교그룹에 배정하고, 4개월 동안 인지 기능, 신체 기능 그리고 일상 활동의 독립성이 운동 프로그램에 의해 얼마나 달라지는지 조사했다. 

연구에서 사용한 운동 방법은 30분간 유산소 운동에 해당하는 활발한 걷기를 한 후, 근력운동과 균형운동에 해당하는 10가지 종류의 동작을 진행했다. 10가지 운동은 다음과 같다. 

방에서 방으로 걸어가기, 벽 대고 팔굽혀펴기, 발끝으로 서기, 발끝치기, 앉아서 걷기, 의자에서 일어서기, 앞•뒤•옆으로 다리 들기, 위•앞•옆으로 팔 뻗기, 종아리 스트레칭, 다리 스트레칭.

이 동작들은 상체와 하체의 근력을 향상시키고 균형 감각을 향상시키는 데 집중되어 있다. 운동은 보호자와 함께 가능한 매일 진행되었다. 

4개월 후, 환자들에게서 운동에 의한 세 가지 유익한 결과가 발견되었는데 첫째, 운동군이 비교군에 비해 간이 정신 상태 평가(MMSE) 점수가 2.6점 증가하여 인지 기능이 향상되어 있었다. 둘째, 신체 기능을 평가하는 ‘일어서서 걷기 검사(Timed Up and Go)’에서 2.9초 더 빨라져 낙상 위험도가 감소한 것이 확인되었다. 셋째, 일상 활동성 점수가 1.6점 증가해 환자들의 일상 활동 독립성이 향상되어 있었다. 

매일 꾸준히 활기차게 30분 이상 걷고, 간단한 근력운동과 균형운동을 매일 꾸준히 하면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 기능과 신체 기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 사진_게티이미지 코리아


신체활동과 인지활동 모두 인지 기능 유지에 도움 돼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빈번하게 사용되는 비약물적 접근방법은 신체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신체활동 치료 또는 머리를 많이 쓰게 하는 인지활동 치료이다. 그런데 과연 신체활동 치료와 인지활동 치료가 인지 기능 향상에 서로 비슷한 효과를 보일까?

최근 한 연구에서 이를 조사하기 위해 경도인지장애와 알츠하이머 환자 87명을 무작위로 3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6개월간 연구를 진행했다(Fonte 2019). 한 그룹은 기존의 치료만 행하는 비교군이고, 또 다른 한 그룹은 인지활동 치료를 진행하고, 마지막 한 그룹은 신체활동 치료를 진행했다. 

하루에 90분, 일주일에 3일, 총 72회의 치료를 6개월간 진행하였고, 인지 기능, 신경 심리 테스트, 심혈관계 위험 요소를 평가했다. 신체활동 치료 그룹에서는 걷기, 고정식 자전거, 근력운동, 스트레칭을 실시했다. 인지활동 치료 그룹에서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 시각적 상상, 얼굴과 이름 연결하기 등을 이용해 참가자들의 기억을 재활시키는 훈련을 주로 실시하고,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에는 재활보다 현재 유지하고 있는 인지 기능을 자극하여 활성화하는 활동을 주로 했다. 

중재 시작 전과 6개월 중재 종료 후, 그리고 그 후 다시 3개월의 추적검사에서, 인지 기능이 비교군에서는 계속 감소하는 데 비해 신체활동 치료나 인지활동 치료 그룹 모두에서 인지 기능이 유지되었다. 신체활동이나 인지활동 모두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비슷한 정도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심혈관계질환 위험 요소는 신체활동 치료 그룹에서만 개선되었다. 심혈관계 위험 요소는 또 다른 치매의 위험 요소이기 때문에 신체활동을 꾸준히 병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익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체활동과 치매 예방 효과

지금까지 살펴본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신체활동과 치매 예방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1. 운동(유산소운동, 근력운동, 복합운동)은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인지 기능, 신체적 기능, 독립적인 일상생활 수행 능력, 신경증적 증상을 유의미하게 향상시킨다. 특히 인지 기능 개선에는 유산소 운동이 중요하다. 

2. 일주일에 2시간 정도의 걷기 운동을 한 알츠하이머 환자는 1년 후 인지 기능이 유의미하게 향상된다. 

3. 매일 30분 이상 걷기와 간단한 근력 및 균형운동을 한 알츠하이머 환자는 4개월 후 인지 기능과 신체 기능이 유의미하게 향상된다.

4. 하루에 90분, 일주일에 3일의 빈도로 운동(걷기+고정식 자전거+근력운동+스트레칭)을 한 알츠하이머와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6개월 후 인지 기능과 심혈관계 위험 요소가 유의미하게 개선된다. 

관련 연구들은 환자의 보호자가 함께 있는 안전한 환경에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꾸준히 병행하면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준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에도 꾸준히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하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됨은 물론이다.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

신체활동과 인지활동뿐 아니라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도 치매 예방과 관련이 있을까? 이에 관한 많은 연구 가운데 <Lancet Neurology>라는 저널에 실린 ‘영양과 인지장애의 예방’에 관한 리뷰논문을 바탕으로 알아보도록 하겠다.

우리 뇌는 거의 60퍼센트가 지방으로 이뤄져 있다. 몸의 지방을 줄이려고 다이어트를 하지만, 뇌에 있는 지방은 빠지면 안 된다. 지질은 세포의 막을 구성하는 기본성분이고, 신경 가소성에 중요한 수초를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방에도 좋은 지방이 있고 나쁜 지방이 있지 않은가. 뇌 건강을 위해 어떤 지방을 섭취하는 것이 좋을까? 또 건강에 좋은 지방은 어떤 음식에 많이 들어있을까? 

지방산 중에서 건강에 좋은 유익한 지방산으로 널리 알려진 것이 ‘n-3(오메가 쓰리)’이다. n-3 지방산은 불포화 지방산에 속하고, 주로 생선이나 특정 식물성 기름, 견과류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생선에는 n-3 지방산 중에서도 EPA(에이코사 펜타엔산)이나 DHA(도코사 헥사엔산) 함량이 높다. 호두나 아마씨, 유채씨유에는 n-3 지방산 중에서 α-리놀렌산이라는 지방산의 함량이 높다. 

n-3 지방산 중 특히 DHA는 신경세포의 막에서 필수 불가결한 역할을 하다. n-3는 뇌에서 염증을 억제하고, 신경을 보호하고, 신경 가소성 기능에 관여한다. 뇌 건강에 좋은 지방산이라고 할 수 있는데, 노인의 경우 혈중 n-3 지방산의 농도가 높으면 치매의 위험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어 있다. 

노인뿐 아니라 43세 이하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n-3 지방산을 충분히 섭취할수록 인지 저하 속도가 느렸다고 하다. 

n-3 지방산의 종류 중 α-리놀렌산은 주로 호두나 식물성 기름에서 얻고, DHA나 EPA는 생선에서 얻을 수 있는데, 이들 모두 인지 기능에 좋은 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 닥터 양의 뇌 이야기 (사진_게티이미지 코리아)


좋은 지방 섭취가 뇌 건강을 돕는다 

인간은 23쌍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는데, 19번째 염색체에 위치한 유전자 중에 APOE라는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가 APOEε4인 경우,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유전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렇게 유전적으로 높은 위험도를 높게 가진 경우에도 음식 조절을 통해  치매 발병률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에서는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 n-3 지방산인 α-리놀렌산이 들어간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면, 전반적인 인지 저하 속도를 늦추는 데 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 치매 위험이 유전적으로 높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n-3 지방산 섭취가 인지 기능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 연구이다. 

α-리놀렌산은 호두, 아마씨, 유채씨유 같은 식물성 기름에 들어있다. 식물성 기름은 유동성이 있는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포함되어 상온에서 액체로 존재한다. 불포화 지방산은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는데, 그 이유는 혈관을 막는 나쁜 콜레스테롤이라고 일컬어지는 LDL콜레스테롤의 양을 줄이고, 혈관을 청소하는 좋은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HDL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그럼 동물성 기름인 버터의 경우는 어떨까? 버터에는 포화지방산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상온에서 고체로 존재하고,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 모두를 증가시킨다. 불포화 지방산에도 ‘시스 지방’과 ‘트랜스 지방’ 두 종류가 있다. 이 중 건강에 가장 좋지 않은 것이 트랜스 지방이다. 

트랜스 지방은 불포화 지방산임에도 구조가 포화 지방산과 유사하고, 특히 자연에서 거의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몸 속에 들어오면 이를 분해하는 효소가 없다. 또한 트랜스 지방은 혈관에 가장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나쁜 콜레스테롤 LDL을 증가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 HDL을 감소시킨다. 

이렇게 건강에 좋지 않은 트랜스 지방은 액체 상태의 불포화 지방을 고체상태로 가공하기 위해 수소를 첨가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트랜스 지방은 비용이 저렴하고 다양한 질감을 낼 수 있어 각종 과자를 만드는 데 특히 많이 쓰인다. 이 밖에도 빵, 케이크, 쿠키, 패스트푸드, 냉동 피자, 커피 크림, 가공 초콜릿, 튀김 등 맛있다고 느끼는 많은 음식이 트랜스 지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식품 포장지 뒷면의 영양 정보 표기란에 트랜스 지방 함량을 표시하도록 되어 있어 구입시 이를 확인하면 되는데, 주의할 점은 1회 제공량당 0.2g 미만이면 0으로 표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트랜스지방이 ‘0’이라고 적혀 있어도 과자 같은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실제로는 트랜스지방 섭취량이 늘게 된다.

트랜스 지방은 혈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우리 뇌도 몸의 다른 조직과 마찬가지로 혈관을 통해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기 때문에 혈관 건강이 좋지 않으면 뇌 건강에도 자연히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트랜스 지방은 제한하고, n-3 지방산은 충분히

n-3 지방산과 인지 기능에 관한 또 다른 연구를 살펴보면, 건강한 사람에게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n-3 지방산 수치가 낮은 사람들은 하루에 DHA 800mg과 EPA 225mg을 3년간 섭취했을 때 인지 기능이 향상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유전적으로 치매 위험이 더 높거나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의 경우, n-3 지방산 섭취를 통해 인지 기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글_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교수
 

신체활동과 치매 예방 관련 참고 문헌
• Lopez-Oritz et al. (2021) Exercise interventions in Alzheimer’s disease: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Ageing Research Reviews. 72, 101479
• Winchester et al. (2013) Walking stabilizes cognitive functioning in Alzheimer’s disease (AD) across one year. Archives of Gerontology and Geriatrics. 56, 96-103
• Vreugdenhil et al. (2012) A community-based exercise programme to improve functional ability in people with Alzheimer's disease: a randomized controlled trial. Scand J Caring Sci 26(1):12-9
• Fonte et al. (2019) Comparison between physical and cognitive treatment in patients with MCI and Alzheimer’s disease. AGING 11(10)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 관련 참고 문헌
• Scarmeas et al. (2018) Nutrition and prevention of cognitive impairment. Lancet Neurol 2018; 17:1006-15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