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교육 월드와이드] 교육이 경제적 불평등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까

뉴멕시코주 뇌교육 프로젝트

브레인 106호
2024년 07월 21일 (일)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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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멕시코주에서 15년간 지속해온 청소년 정신건강 프로젝트

미국에 폭염이 이미 시작된 지난 6월 말 뉴멕시코에 다녀왔다. 뉴멕시코주의 주도州都인 산타페시 3개 공립학교에서 여름학기에 진행된 뇌교육 프로젝트가 막 끝나, 이를 담당한 뇌교육 강사들을 한자리에서 만나기 위해서였다. 
 

▲ 주정부 최초의 '뇌교육의 날' 제정한 뉴멕시코주 하원


뉴멕시코주에서는 산타페시와 앨버커키시를 중심으로 지난 15년간 꾸준히 뇌교육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학업성취도 전국 최하위인 뉴멕시코주는 청소년 마약 복용, 고등학교 중퇴, 아동 빈곤 등 청소년들의 정신건강과 교육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 같은 보도를 접한 바디앤브레인(미국의 뇌교육 훈련센터) 산타페 센터의 뇌교육 강사와 회원들은 청소년 정신건강을 위한 프로젝트팀을 만들었다. 
 

지역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기려 제정한 ‘뇌교육의 날’

이들은 산타페 소년소녀클럽(Boys&Girls Club)을 시작으로, 뉴멕시코주립대학 교육대학, 뉴멕시코대학 교육대학, 산타페 공립학교 교장단과 교사, 라티에라 몬테소리 예술과학학교(La Tierra Montessori School for the Arts and Sciences), 뉴멕시코주 교육위원회 등 교사와 교육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뇌교육의 원리와 뇌교육 기반의 교육 활동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뉴멕시코주 하원의원은 뇌교육이 지역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기려 2017년 2월 27일을 ‘뇌교육의 날’로 제정했다. 뇌교육이 미국에 소개된 후 뉴욕, 로스앤젤레스, 워싱턴 DC 등 주요 26개 도시가 뇌교육의 날을 선포했지만, 주 정부 차원에서 지정한 것은 뉴멕시코주가 처음이었다. 

‘뇌교육의 날’은 memorial bill, 뇌교육을 기념하는 법안이다. 말 그대로 뇌교육이 지역사회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을 기린다는 의미이지, 그 자체로 예산 책정이 보장되거나 정부 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뇌교육의 날이 제정된 것이 실제 뇌교육을 지역사회에 확산하는 데 어떤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초창기부터 이 팀에 함께해온 한 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 법안은 주 의회에서 뉴멕시코 공교육국과 학교에 내리는 지시나 명령 같은 것이다. 명령은 아주 간단하다. ‘뉴멕시코의 공교육은 교사 훈련과 학생 교육을 위해 뇌교육을 도입할 것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법안 덕분에 우리는 교육 관련 정부 기관들에 우리의 제안서를 검토하고 미팅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주 정부의 자금을 승인받아 수업을 진행하기까지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2018년 봄 학기에 공립학교 세 곳에서 뇌교육 수업을 진행하고, 코로나 기간에 중단했다가 올해 여름학기에 3개 학교에서 다시 시작했다. 
 

▲ 뉴멕시코주 공립학교에서의 뇌교육 수업 현장

학생 연령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기본 프로그램에는 한국에서 ’단전치기‘라고 알려진 Belly Drumming, 에너지 명상을 아이들에게 친근한 용어로 바꾼 Energy Ball(손 사이의 공간에 집중해서 에너지 공을 만든다는 의미), 그리고 파워브레인인사 등이 있다. 

이 중 파워브레인인사는 친구들끼리 “나는 파워브레인이야!”라고 외치고 친구들도 파워브레인이라고 격려해주는 뇌교육식 인사법이다. 간단하지만 교실 분위기를 긍정적이고 상호 우호적인 환경으로 바꾸고 자신감을 키우는데 아주 효과적이다. 2018년에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학교의 담임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바보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수를 하면 실수를 한 학생은 ”나는 파워브레인이야!“라고 외쳐요. 그러면 친구들이 맞장구치며 ”맞아, 너는 파워브레인이야!“라고 외치는 거예요. 아이들이 서로를 도와주고 격려하는 익히는 방식이죠. 공부에서 중요한 건 자신감을 갖는 것인데, 이러한 훈련은 정말 효과가 강력해요.”
 

▲ 뉴멕시코주 뇌교육 프로젝트 활동가들과의 인터뷰


서로 돕고 격려하는 태도와 자신감을 기르는 과정

학생 연령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기본 프로그램에는 한국에서 ‘단전치기’라고 알려진 ‘Belly Drumming’, 에너지 명상을 아이들에게 친근한 용어로 바꾼 ‘Energy Ball(손 사이의 공간에 집중해서 에너지 공을 만든다는 의미)’, 그리고 ‘파워브레인 인사’ 등이 있다. 

파워브레인 인사는 친구들끼리 “나는 파워브레인이야!”라고 외치면서 서로 격려해주는 뇌교육식 인사법이다. 간단하지만 교실 분위기를 긍정적이고 상호 우호적인 환경으로 바꾸고 자신감을 키우는 데 아주 효과적이다. 2018년에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한 학교의 담임 교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바보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한 학생이 실수를 하면 ‘난 파워브레인이야!’라고 외친다. 그러면 친구들이 ‘맞아, 너는 파워브레인이야!’라고 맞장구를 쳐준다. 이는 아이들이 서로 돕고 격려하는 태도를 익히는 방식이다. 공부에서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훈련은 정말 효과가 강력하다.”

이 뇌교육 훈련의 핵심은 아이들로 하여금 경쟁에서 나만 이기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것이 가치 있다는 믿음을 일깨우는 것이다. 
 

▲ 뉴멕시코주 '뇌교육의 날' 제정을 이끈 주요 인사


아동 물리치료사로 일하는 한 강사에게는 뇌교육이 일반적인 체육활동이나 물리치료와 다른 점이 무엇이라고 느끼는지를 물었다. 뇌교육이 궁극적으로는 정보의 주인이 되는 기술이지만, 그 방법에는 몸을 쓰는 훈련법들이 많아서 특히 학부모들이 많이 질문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그의 대답이 흥미로웠다. 그대로 옮겨본다.
 

“교육의 목표를 정할 때 아이들이 직접 참여한다는 점이다. 물리치료 수업에서도 목표를 정하는데, 보통 아이한테 목표를 정하라고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뇌교육 활동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에게 중요한 목표를 선언하게 한다. 그것이 물리치료 수업에는 없는 점이다.”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가장 기초적인 정보는 나 자신에 대한 정보이고, 특히 ‘나는 할 수 있다’ 혹은 ‘나는 할 수 없다’로 표현되는 자기효능감과 관련된 정보이다. 자기효능감에는 본인의 성향도 영향을 미치지만, 환경과 체험 정보의 영향이 크다. 또한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체험 정보를 수정하려면 성공 체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 체험 정보를 쌓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자신의 몸을 통하는 것이다. 그래서 뇌교육 프로그램들은 아이들로 하여금–그리고 성인도 마찬가지로-예를 들면 ‘푸시업 OO개’, ‘물구나무서서 걷기 OO개’ 처럼 신체적 한계에 도전하는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이를 이루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기초과정을 이룬다. 

경제적 불평등의 굴레에 교육이 갇히지 않게 하는 뇌교육의 도전

대한민국의 미래세대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자란다.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그것이 고스란히 미래세대에게 주어지는 교육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부유한 부모들은 자신의 높은 소득으로 자녀들에게 사교육을 제공하고 유명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미국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장기간 추적조사한 연구에 따르면(김현철,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pp.57-62) 영유아기에 받은 교육의 질이 인지적 기능뿐 아니라 자존감, 자기효능감, 참을성, 성실성, 개방성, 정서적 안정, 스스로 자기 삶을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 같은 비인지적 기능 개발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하지만 이를 뒤집어 생각하면, 저소득층 가정에 태어났어도 어릴 때 비인지적 기능 개발에 도움을 주는 교육을 받는다면 이후 성인이 되었을 때 사회경제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이끌어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쪽이 지고 한쪽이 이기는 게임이 아닌, 서로 공생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지난 수십 년간 뇌교육으로 변화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본 많은 학부모와 교사들의 대답 중 공통된 것이 있다. 바로 자신감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개인이 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시스템에 종속되지 않게 하는 데 뇌교육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는 물음에 대한 두 강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아이들이 뇌교육을 통해 내면의 힘을 자각하게 된다. 자신이 불우한 환경에 처해 있다고 느끼더라도 여전히 자신이 삶의 주인이고 자신의 선택이 중요하다는 자각이다.”

“아이들이 나의 뇌는 한계가 없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선생님이 이야기해 줄 수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실제로 아이들이 그 점을 스스로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글. 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UBE 지구경영학과 박사과정 jkim618@gmail.com
참고문헌. 김현철,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김영사: 파주, 2023, pp.5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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