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발병 15~25년 전 시작되는 신경병리학적 변화
현재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인구 중 10퍼센트, 즉 10명 중 1명이 치매라는 높은 유병률을 보이고 있다. 2025년이 면 65세 이상이 전 인구의 20퍼센트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치매 유병률이 지속 된다면 치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환자의 가정은 물론 사회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 중에서 가장 흔한 형태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이다. 이는 한 세기 이전에 발견되었으나 현재 완벽한 치료제 가 없고, 주로 병의 진행 속도를 둔화하는 데 치료의 초점을 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이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어느 한순간에 생기는 질환이 아니라, 병의 임상적 징후가 나타나기 15~25년 전부 터 환자의 뇌에 신경병리학적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장기간에 걸쳐 병리적 축적이 진행되어 역 치를 넘으면 발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기간에 예방을 위한 노력을 충분히 기울이면 질병을 늦추거나 발병 자체를 차단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뇌의 노화 속도를 늦추면 치매로의 전환이 지연된다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으로는 운동, 수면, 인지적 자극, 식이요법, 스트레스 관리, 라이프스타일 등 예방적 접근이 많이 논의된다. 이러한 예방 전략 중 명상 같은 심신 중재는 보완적 대안 치료로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여러 연구에서 명상, 요가, 기공 등이 건강한 노인과 치매 환자 모두의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고 있다.
노화에 따라 뇌는 형태학적 변화를 일으킨다. 피질과 백색질이 위축하고 뇌실이 더 넓어지면서 전체 뇌가 수축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뇌의 형태적 변화로 노화 정도를 계산한 연구에 따르면, 뇌의 노화 속도는, 인지적으로 정상인 사람에 비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에서 훨씬 빠르다. 이 뇌의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치매로의 전환이 지연되거나 치매 진행이 느려질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명상으로 뇌를 지속적으로 훈련시키면 뇌의 노화 속도가 늦춰진다는 점을 최근 연구 결과가 보여준다. 중년은 노화 과정이 두드러지게 관찰되는 시기이다. 연구자들은 이 연구에서 중년에 이른 사람들 중 평균 20년의 명상 경험을 가진 명상자들과, 명상 경험이 없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MRI 뇌사진 분석에 의해 뇌의 나이를 계산했다.
두 그룹 모두 평균나이 51세로 동일했지만, 명상자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뇌의 나이가 7.5년 젊었고, 50세 이후 뇌 노화 속도 분석에서도 명상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노화 속도가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 연구는 ‘연관성’을 밝힌 것이지 ‘인과관계’를 조사한 연구는 아니다. 명상이 뇌의 노화를 늦추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인과관계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여러 종류의 심신 훈련법을 혼합해 사용하는 것이 인지기능 발달에 더 효과적
인간 뇌의 구조를 분석한 많은 연구를 통해 뇌의 백색질이 정상 노화 과정에서 감소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한 치매에서는 백색질 구조가 빠르게 붕괴되고, 이 구조적 붕괴는 치매와 연관한 인지능력 저하와 관련이 있음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명상자들과 일반인의 백색질을 비교한 연구에서 명상자들이 같은 나이의 일반인에 비해 여러 뇌 영역의 백색질 두께가 더 두껍다는 점이 여러 연구를 통해 보여진다.
백색질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는 기능을 하는 수초 구조가 많기 때문에, 특정 뇌 영역에서 백색질 두께의 증가, 즉 수초의 증가는 그 영역에서 정보전달이 효율적으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유추할 수 있다.
명상을 통해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빠르게 인식하는 능력이 함양되는데, 뇌에서 백색질 두께의 증가라는 구조적 변화는 뇌에서 향상된 정보전달 속도를 구조적으로 뒷받침하는 근거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명상 또는 명상적 요소가 있는 훈련이 인지기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많은 연구가 수행되어 왔다. 60세 이상 성인 총 3,551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메타분석 연구에서 명상, 요가, 기공 등의 심신 훈련이 인지기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고하고 있다. 여기서 인지기능에는 주의 집중력이나 목표를 수행하는 집행기능, 전반적 인지, 단기적으로 기억하는 능력, 언어를 유창하게 사용하는 능력, 연산할 때 사용되는 작업기억 등 다양한 인지능력이 포함되었다.
특히 건강한 사람이나 치매 환자보다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경우에 심신 훈련이 인지기능 향상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훈련은 3개월 이상 지속하는 것이 단기적으로 행하는 것보다 더 높은 효과를 보였고, 한 번 수행 시 45분~60분 정도 수행하는 것이, 그리고 일주일에 3회 이상 하는 것이 인지기능 향상에 높은 효과를 보였다.
또한 명상, 기공, 타이치, 요가 같은 심신 훈련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인지기능의 하부요소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여러 방법을 혼합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이 인지기능을 다양하게 발달시키는 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한 시간의 심신 프로그램 안에 몸을 움직이는 요가나 기공의 요소와 함께 정적인 명상을 결합할 수 있을 것이다.
명상을 오래 하면 기억 기능을 수행하는 해마의 크기가 커진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인 경우,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나 신경 섬유 엉킴의 파괴적인 조합은 해마에서 시작된다. 해마가 기억과 인지기능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해마의 중요한 기능인 단기 기억이 상실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의 첫 번째 징후이다.
해마의 크기가 빠르게 감소하는 것은 경도인지장애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전환할 때 많이 발견되고, 이는 경도인지장애나 알츠하이머성 치매에서 인지기능이 빠르게 저하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면 해마 위축에 대한 보호 효과가 나타나 해마의 크기가 보존되거나 오히려 증가한다는 점이 보고되어 있다.
명상을 장기간 수행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나이나 교육 정도를 매칭한 비교군에 비해 해마의 크기와 백색질 밀도가 증가해 있었다. 이는 물론 연관성 연구이지만 다음에 소개할 무작위 배정시험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고, 이로써 해마의 경우에는 명상에 의해 크기 변화가 생긴다는 인과성이 확인된다.
무작위 배정시험 연구에서는 평균나이 38세의 명상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하루 평균 27분씩 8주간 명상을 진행했고, 그 결과 비교군에 비해 명상을 진행한 실험군은 해마의 회색질 밀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마의 회색밀도 증가는 세포 수의 증가를 시사한다. 하루 27분의 명상으로 8주 만에 해마의 세포 수가 증가했다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명상 초보자도 꾸준하게 수행하면 뇌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명상은 이제 자기 계발이나 스트레스 관리를 넘어, 뇌를 건강하게 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훈련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적은 신체활동과 치매의 연관성
적은 신체활동, 예를 들어 앉아 있는 시간이 치매와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지에 대한 연구들도 살펴보도록 하겠다. 컴퓨터 사용으로 많은 업무가 의자에 앉아서 진행되고, 최근에는 온라인 미팅이 활성화하면서 사람을 만나는 일도 장소를 이동할 필요 없이 앉은자리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여가에도 OTT나 유튜브 콘텐츠, 게임 등을 즐기느라 앉아 있는 시간은 계속 늘어간다. 이러한 생활이 우리 건강에, 특히 뇌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운동을 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손발이 따뜻해진다. 심장이 박동하면서 혈액을 전신으로 보내 산소와 영양분을 수송하는데, 특히 많은 혈관이 분포해 있는 뇌는 다량의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을 필요로 한다. 몸의 모든 근골격계는 신경계에 의해 뇌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몸을 움직이면 뇌도 활성화한다. 그런데 몸을 충분히 움직이지 않는 생활습관을 갖고 있으면 뇌에 공급되는 산소나 영양분이 줄고, 뇌의 활성도 떨어지게 된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
최근 《Translational Psychiatry》에 보고된 좌식 행동과 치매 위험과의 연관성에 대한 메타분석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좌식 행동, 즉 앉아 있는 것이 치매와 연관이 있는지를 살펴본 연구인데, 여기서 메타분석이란 특정 연구 문제와 관련한 데이터를 한곳에 모아서 여러 연구 결과들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많은 연구 결과들 중에서 무엇이 의미 있는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많이 사용된다.
이 메타분석에는 18개의 관련 코호트 연구와 25만여 명의 참가자, 2,269명의 치매 환자가 분석에 포함됐다. 메타분석 결과는 좌식 행동이 독립적으로 치매 위험 증가와 유의미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좌식 행동이 적은 사람에 비해 좌식 행동이 높은 사람이 치매에 걸릴 위험이 30퍼센트 높았다. 앉아 있는 시간이 길수록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그럼 앉아 있는 시간이 어느 정도까지는 괜찮을까? 퇴근 후 집에 가면 주로 소파에 앉아 TV를 시청하며 쉬는 경우가 많을 텐데, 영국 런던대에서 성인의 TV 시청이 인지 저하와 관련이 있는지를 조사한 연구가 있다(Fancourt 2019). 이 연구에서는 50대 이상의 성인 3,662명을 대상으로 한 영국 노화 연구 데이터를 분석해 대상자들의 TV 시청 정도와 6년 후 인지기능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지를 조사했다. 우울증이나 신체 건강, 건강행동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교란 요소들은 통계적으로 통제되었다.
분석 결과, 연구자들은 하루에 3.5시간 이상 TV를 시청하는 것은 교란 변수와 무관하게 6년 후의 더 감소된 언어 기억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하루 TV 시청 시간이 더 길수록 기억력이 더 저하되어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인지기능에 좋지 않고 치매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했는데, 그럼 얼마나 오래 앉아 있으면 좋지 않은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이 연구 결과가 시사하고 있기도 하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자면, 50대 이상의 성인은 하루 TV 시청 시간을 3시간 30분 미만으로 줄이는 것이 기억력을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앉아서 무엇을 하느냐도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친다
한편 다른 연구들을 살펴보면, 오래 앉아 있다고 해서 반드시 인지 기억이 저하되는 것은 아닌 듯하다. 앉아서 무엇을 하느냐도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50대 성인 8,238명이 인터넷을 어느 정도 사용하는지 조사하고, 이에 따라 10년 후 추적 조사에서 치매 발병률과 연관이 있는지를 조사한 연구이다(d’Orsi 2018). 흥미롭게도 인터넷을 사용하는 동안 앉아 있는 것은 TV를 시청하는 동안 앉아 있는 것과 다르게 인지기능의 감소와 관련이 없었고, 심지어 인지능력을 보존하고 치매 위험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공부를 한다는지 뭔가 창의적인 일을 하기 위해 앉아 있는 것은 TV를 보면서 앉아 있는 것과 다르게 인지기능에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앉아 있으면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인지기능과 치매 예방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에 대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다.
국제적 전문가들이 소집되어, 주로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앉아 있는 시간에 대한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Buckley 2015). 이 지침에 따르면, 업무시간 중 2시간 정도는 서 있거나 가벼운 걷기 같은 신체활동을 하고, 하루 통틀어서는 4시간을 채울 것을 권장한다. 업무 틈틈이 스트레칭하기, 점심시간을 이용해 산책하기,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하기 등이 권장 시간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글_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교수
명상 관련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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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활동 관련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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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rsi et al. “Is use of the internet in midlife associated with lower dementia incidence? Results from the English Longitudinal Study of Ageing.” AGING & MENTAL HEALTH (2018) 22(11):1525-1533.
• Buckley et al. “The sedentary office: an expert statement on the growing case for change towards better health and productivity.”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2015) 49(21):1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