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리포트] 브레인 스포츠 시대
뇌, 스포츠의 인식을 바꾸다
뇌와 몸의 상호작용, 피지컬(Physical)과 멘탈(Mental)의 만남
21세기 미래 키워드 ‘뇌’가 기존 스포츠에 대한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건강의 핵심 키워드가 심장에서 뇌로 옮겨오고, 눈에 보이는 피지컬(Physical)과 보이지 않는 멘탈(Mental)의 만남이 21세기 스포츠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하고 있다.
20세기 스포츠의 상징은 ‘심장’이었다.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만들 때 심장만을 보관했다는 그 옛날부터 인류는 오랜 기간 심장을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위라 여겼다. 20세기 스포츠도 신체 능력을 극대화하고, 경쟁을 통한 승리의 상징으로 ‘활화산 같은 심장’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20세기 심장에서 21세기 뇌로 건강의 키워드가 옮겨온 결정적인 배경에는 ‘뇌’가 인간의 생명 중추 기능을 비롯해 감정과 공감, 집중과 몰입, 습관과 중독, 통찰과 영감 등 바로 마음 활동이 일어나는 곳이라는 것 때문이다.
신체 기관을 바꾸는 것과 뇌를 바꾸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인체에서 유일하게 정신 작용을 담당하는 기관인 ‘뇌’를 바꾸면 사람이 바뀌는 문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마음기제’ 의 본질이 심장에서 뇌로 바뀌게 된 배경에는 인류 과학이 자리하고 있다.
인간 두뇌, 신체-정서-인지의 발달
인간의 의식 현상, 즉 마음기제는 상호작용으로 발달한다. 두개골 안에 갇힌 뇌 입장에서 보면 태어나서 일정 기간 동안 가장 많은 신호를 주고받는 대상은 바로 ‘인체’이다. 뇌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바깥에서 오는 정보를 알아차리는 것인데, 그 바깥의 대표적인 것이 ‘몸’이기 때문이다. 즉, 몸에 변화를 주면 뇌가 깨어나는 것이다.
여기에서 인간과 동물의 발달 기제 기본 차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닐 만큼 성장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해진다. 즉, 유전보다 환경의 영향이 크다.
동물은 부모 뇌 기능의 대부분을 갖고 태어나지만, 인간은 태어나서 환경에 의해 뇌와 신체가 상호작용을 통해 발달하는 구조라 본질적으로 ‘유전과 환경’이란 두 가지 기제가 다르게 적용된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하는 움직임의 행위를 타인에게 의존하고 그 기회를 박탈 당하게 되면, 다음 단계로의 진입에 그만큼 장애가 생긴다.
태어나서 300~400g에 불과한 두개골 속 자그마한 뇌가 자신의 몸과의 소통을 통해 신체에 대한 조절력을 키우는 것이 첫 번째요, 그다음 감정 기제의 발달과 조절이 두 번째, 마지막이 인지 학습의 단계이다. 결국 자신의 몸을 먼저 조절하고 나서 몸 바깥의 대상과 상호작용을 하는 순서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인간은 열심히 스스로 기어야 비로소 설 수 있고, 서야 걸을 수 있으며, 걸어야 뛰어다닐 수 있다. 제대로 기어다니지 않고는 설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해당 인체와 연관된 뇌신경망의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뇌가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2족 보행을 하는 유일한 생명체인 인간의 두뇌 발달에 있어 ‘균형’은 너무나 중요한 요소이다. 스포츠의 기본이 인체 균형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거꾸로 인체 균형을 바로잡으면, 즉 바른 자세를 취하고, 바로 앉고, 바로 걷는 동작만으로도 뇌 상태의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균형감의 저하가 노화의 신호이기도 한 이유이다.
피트니스에서 브레인 피트니스로
나이가 들수록 움직임은 줄어든다. 동물 기제의 특징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사람들은 걷기, 달리기, 등산, 자전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기 시작한다. 보다 적극적으로 건강을 돌보는 중․장년층의 경우, 헬스클럽의 러닝머신 위에서 30분 이상 달리기를 하고, 갖가지 운동기구로 해당 근육을 단련하는 코스를 밟는다. 이른바 ‘피트니스’로 대표되는 건강관리이다.
하지만 뇌과학의 발달로 이러한 건강관리의 흐름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바로 인체 건강관리에 초점을 맞춘 ‘피트니스Fitness’에서 ‘브레인 피트니스Brain Fitness’로의 전환이다. 넓게 보면 육체 건강과 두뇌 기능 향상을 합친 것으로 볼 수 있다.
브레인 피트니스 산업 발달의 근간에는 뇌과학의 최신 이론이 자리하고 있다. 이전까지 일반인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처럼 뇌의 기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예상보다 훨씬 유연하다는 뇌과학의 발견이 이를 부채질했다. 근육을 자주 쓰면 강화되듯 뇌도 쓰면 쓸수록 그 기능이 좋아지고, 질병이나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도 늦출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덕분이다. 이른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이론의 대중화에 따른 결과다.
몸과 마음, 피지컬과 멘탈의 상호작용 열쇠
‘움직임’은 뇌 발달의 근간이다. ‘동물動物’의 ‘動’이 ‘움직일 동’이며, ‘움직임motion’이 동물動物과 식물植物을 구분 짓는 기준임을 상기하자. 나아가 생물종의 진화적 측면에서 볼 때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움직임의 다양성과 복잡성, 감정 기제를 통한 행동의 예측 그리고 언어와 고등 정신 기능을 가진 생명체이다.
즉, 뇌를 발달시키는 첫 번째가 ‘움직임’이라면 두 번째는 ‘마음’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명체 중 인간의 뇌만큼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가진 존재는 없으며, 태어난 이후 이토록 많은 뇌의 변화를 가져오는 존재 역시 단연코 없다. 집중과 몰입,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상상, ‘나는 누구인가’로 대표되는 내면 탐색 또한 인간의 고등 정신 능력이다.
피지컬Physical과 멘탈Mental의 만남, 몸와 마음의 작용의 열쇠 ‘뇌’. 바야흐로 ‘브레인 스포츠’ 시대가 도래했다.
글. 《브레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