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뇌는 완전히 쉬지 않는다. 놀랍게도 깨어있을 때보다 뇌혈류가 더 증가하고, 이는 뇌의 노폐물을 제거해 치매 방지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수면 중에 오히려 뇌혈류가 증가하는 정확한 원리는 밝혀지지 않았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김성기 단장(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광유전학 자극을 이용해, 살아있는 쥐에서 억제성 뉴런 중 하나인 ‘PV 뉴런(Parvalbumin neuron)’이 혈류 증가를 일으키는 원인임을 밝히고, 이것이 수면 중에 발생하는 뇌혈류 증가의 기저 메커니즘임을 알아냈다.
PV 뉴런은 다른 억제성 뉴런들과 다르게 직접적으로 혈류를 조절할 수 있는 물질을 분비하지 않기 때문에, 그 동안 혈류 조절에 관한 PV 뉴런의 역할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연구진은 유전학적 기법으로, 빛을 감지해 세포활성을 증가시키는 단백질을 PV 뉴런에 발현시켰다. 그리고 빛으로 세포를 제어하는 동시에 광학이미징 기술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1)을 사용해 광 자극에 따른 뇌혈류 변화를 관찰했다.
또한 뇌의 각성 상태에 따른 PV 뉴런의 역할을 규명하고자 수면 상태와 비슷한 상태를 유도하는 마취제인 케타민·자일라진(Ketamine·xylazine)을 사용해 쥐가 수면 중인 상태와 깨어있는 상태의 뇌혈류 변화를 비교했다.
관찰 결과, 마취 상태에서 광 자극이 가해져 PV 뉴런이 활성화된 동안에는 뇌혈류 감소가 일어났지만, 자극이 끝난 후에는 오히려 매우 느린 속도의 혈류 증가가 일어났다. 반면에 깨어있는 상태에서는 광 자극이 끝난 후에도 PV 뉴런이 오로지 혈류 감소만을 일으켰다. 이로써 연구진은 PV 뉴런이 뇌의 각성 상태에 따라 상반된 두 가지 역할을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깨어있는 상태와 마취(수면) 상태 PV뉴런 활성에 의한 혈관 반응 기전 모식 (IBS 제공)
나아가 연구진은 PV 뉴런이 마취상태에서 매우 느린 속도의 혈류 증가를 일으키는 기전도 밝혀냈다. 활성화된 PV 뉴런은 주위에 흥분성 뉴런의 활성을 억제해 혈관이 수축하고 혈류 공급이 줄어든다. 그런데 PV 뉴런이 마취 상태에서만‘물질 P(Substance P)’라는 신경 펩타이드2) 물질을 분비하면서, 혈관 확장물질인 산화질소(Nitric oxide, NO)를 분비하는 신경 세포를 활성화시켜 특이적으로 매우 느린 혈류 증가에 기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수면 상태와 유사한 마취 상태에서 PV 뉴런의 혈류 조절 기전을 규명하였으며,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수면 중 뇌혈류 증가에 PV 신경 세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김성기 단장은 “지금까지 뇌혈류 조절에 관여하지 않는다고 여겨진 PV 뉴런과 신경 펩타이드의 역할을 밝힘으로써 뇌신경혈류 관련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며, “수면 장애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성균관대 서민아 교수(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연구팀,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 패트릭 드루(Patrick Drew)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했으며,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 PNAS)’에 4월 26일(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