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리뷰] 이런 운동이 치매를 예방한다고?

중국 연구진, 치매 예방에 효과적인 운동 연구 ≪뉴로사이언스≫ 저널에 발표

브레인 93호
2022년 08월 03일 (수)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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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예방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 보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인구 구조의 고령화가 가속됨에 따라 노인성 질환에 대한 관심과 걱정도 날로 커지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은 주목을 받는 질환 중 하나가 ‘치매(dementia)’이다. 누구나 가족 혹은 주변에서 치매에 걸린 어르신의 모습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평소와 달리 말이 어눌해지고, 인지기능과 기억력이 점차 감퇴하다가 가까운 사람의 얼굴조차 구분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치매는 일반적으로 노화에 따른 독성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Aβ)’의 뇌 속 침적과 배출 불능으로 인한 신경퇴행을 그 원인으로 보지만, 뇌에 가해진 물리적 손상이나 불특정 질병과의 연관성 등 다양한 요인들이 관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치매를 갖게 된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치매 환자의 가족과 주변인 모두가 말 못 할 고통을 안게 되곤 한다.

하지만 치매의 치료와 예방을 위한 확실한 해답은 아직 나와 있지 않다. 여러 과학자와 의사들에 의해 다양한 치료 전략과 예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중국의 페이 량Fei Liang 박사와 동료들이 수행한 연구에서 치매 예방에 관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 연구 논문은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뇌과학 저널 ≪뉴로사이언스Neuroscience≫ 지에 게재되었다.


트레드밀 운동이 인지기능의 퇴화를 예방한다

논문의 주요 내용은 바로 ‘트레드밀treadmill 달리기 운동이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아밀로이드(Aβ) 단백질의 배출과 인지기능 퇴화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기서 트레드밀이란 보통 ‘러닝 머신’이란 단어로 한국인들에게 더 친숙한 실내용 걷기/달리기 운동기구를 의미한다.

오랜 시간 인류를 괴롭혀온 난치병 중 하나인 치매를 단지 제자리에서 걷고 뛰는 단순한 운동만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사실상 믿기 어려운 얘기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트레드밀 달리기 운동이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보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10년 사이에 ‘트레드밀 운동과 인지기능’ 또는 ‘트레드밀 운동과 치매’의 연관성에 대해 보고된 논문들만 최소 수십 편에 달한다.

량 박사와 동료들의 연구에서는 총 24마리의 쥐들을 ‘앉은 채로 생활하는(sedentary) 그룹’과 ‘트레드밀 달리기 운동(exercise)을 하는 그룹’으로 무작위 배정하여 3개월 뒤 두 그룹 간의 공간학습 및 기억력(spatial learning and memory), 해마 내 베타아밀로이드 침적도, 그리고 미세아교세포(microglia)의 기능도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트레드밀 달리기 운동을 매주 5일씩 3개월간 진행한 쥐들에게서 공간학습 및 기억 능력의 감퇴를 예방하는 효과가 확인되었고, 해마 내 베타아밀로이드의 침적도가 완화된 사실도 알게 되었다. 나아가 연구자들은 트레드밀 운동을 한 그룹에서만 미세아교세포의 베타아밀로이드 제거 및 배출 능력이 일정 부분 회복된 사실도 발견했다.


단순하고 가벼운 운동도 꾸준히 하면 치매 예방에 도움 돼

어떻게 이런 단순하고도 반복적인 운동이 이 같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일까? 아직 기전에 대해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꼭 트레드밀 위에서의 달리기 운동이 아니더라도 실외를 걷거나 뛰는 일종의 유산소 운동들이 베타아밀로이드의 배출을 돕는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아마도 이러한 운동들의 대표적인 효과 중 혈액순환을 촉진해 체내 독소나 노폐물들의 배설 활동을 촉진시키는 점과 신진대사를 향상시켜 세포와 생체 분자들의 활성도를 높이는 점 등이 침적된 베타아밀로이드의 배출과 관련되어 있지 않을까 짐작된다. 

또 어쩌면 아주 단순한 물리적 원리로써, 기다란 관이나 호스 안에 막혀 있는 어떠한 물질을 빼내려고 할 때 기계적인 힘으로 흔들고 털어주면 금방 빼낼 수 있듯, 뇌 속에 침적된 단백질들에 반복적이고 정기적인 진동 움직임을 주어 물리적으로 밀어내는 힘을 통한 배출 효과를 높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추측도 해본다. 

재미있는 상상이지만, 만약 이러한 원리가 일정 부분 사실이라면 제자리에서 상하로 몸을 털어주는 운동이나 리드믹한 바운스를 반복적으로 행하는 춤 또는 그러한 동작들에서도 트레드밀 달리기 운동과 유사한 방식으로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궁금증이 생긴다.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실제로 춤을 추는 것(dancing) 또한 인지기능 퇴화나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보고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 습관의 중요성을 확인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운동을 통한 치매 완화 및 예방에 관한 연구는 아직도 계속 진행 중에 있으며, 정확한 원리와 기작 등을 알아내기 위한 후속 연구가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운동 빈도와 강도, 조건들을 갖춰야 예방 효과를 지닐 수 있는지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트레드밀 운동에 관한 연구들은 사람을 직접 대상으로 한 실험보다 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적용할 때의 조건이나 효과에 대해서도 더 객관적인 연구 자료들이 필요하다. 

치매 질환이 워낙 복합적인 요인들에 의해 발병될 수 있기 때문에 단일의 해결책을 찾는 데에는 다소 한계가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가 주목할 만한 의미 있는 사실은 규칙적인 운동을 바탕으로 한 건강한 생활 습관은 분명 노화를 늦추고 뇌기능의 활성을 회복시키거나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어쩌면 누구나 알고 있어도 실천하긴 어려운 ‘규칙적인 운동 습관’의 중요성을 또 한 번 강조하는 연구결과가 아닐까 싶다. 본 연구의 실험용 쥐들처럼 꼭 매주 5일씩 집중된 트레드밀 운동을 하지는 않더라도, 간단하게 실천해볼 수 있는 생활 속 운동부터 바로 시작해보면 어떨까.
 

글. 한국뇌과학연구원

참조문헌.  Liang F, Sun F, He B, Wang J. “Treadmill Exercise Promotes Microglial β-Amyloid Clearance and Prevents Cognitive Decline in APP/PS1 Mice”. Neuroscience. 2022 Apr 6;491:12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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