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퇴행 지연을 위해 개발한 식단

닥터 양의 뇌 이야기

브레인 106호
2024년 09월 05일 (목)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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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_게티이미지 코리아


치매 예방을 위한 식단

최근 국내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활용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노인성치매가 40세 이상에서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1천 명당 알츠하이머 유병률이 2006년 3.17명이던 것이 2015년 15.75명으로 5배가 상승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을 통해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실제로 단일한 식품이나 특정한 영양분이 아니라 여러 음식으로 구성된 식단과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고, 치매 예방에 좋다고 알려진 지중해식 식단은 다음의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과일, 채소, 통곡물, 콩과식물, 생선, 해산물로 이루어진 식사를 권장한다. 
여기서 통곡물이란 지나치게 도정하지 않고 통째로 섭취하는 곡물로, 도정이나 정제과정에서 소실될 수 있는 영양소가 그대로 들어 있다. 현미, 홍미, 흑미, 녹미, 수수, 메밀, 조, 귀리, 통보리, 통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곡물의 껍질 속에 대부분의 영양소가 들어있어서 도정한 백미만 섭취하기보다는 통곡물을 같이 섭취하는 것이 몸에 유용한 영양소와 식이섬유를 더 효과적으로 섭취하는 방법이다. 통곡물을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 뇌혈관 질환, 당뇨병 발생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어 있다. 하지만 잡곡은 소화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화도 잘되고 영양도 충분히 섭취하려면 잡곡밥을 할 때 잡곡과 백미의 비율을 3:7 정도로 하는 것이 좋다. 

둘째, 올리브오일 같은 불포화 지방 섭취를 권장한다.  
오메가3는 대표적인 불포화 지방산이다. 불포화 지방산은 신경세포의 막을 구성하는 중요한 성분으로, 인지 기능을 보호한다는 연구 결과가 널리 알려져 있다. 

셋째, 붉은 고기, 달걀, 설탕의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붉은 고기는 날 것일 때는 빨갛고, 익히면 어두운 색깔로 변하는 육류로 돼지고기, 소고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2011년 하버드공중보건대학은 ‘Healthy Eating Plate(건강한 식사 접시)’라는 것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에는 심장병, 당뇨, 대장암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공된 고기를 피하고 붉은 고기의 섭취를 일주일에 두 번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붉은 고기를 대체하기 위해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 고기, 생선, 콩류, 견과류 등을 권장한다. 

달걀은 하루에 1개 정도 섭취하는 것은 심혈관계질환 위험과 관련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의 연구에서는 하루에 평균 반 개의 달걀을 매일 섭취한 경우, 17.5년 후에 심혈관계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당뇨가 있는 경우에는 하루에 1개 이상의 달걀 섭취는 심장병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당뇨병이나 심장병의 위험이 있다면 일주일에 달걀 섭취는 3개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권장된다. 

당뇨가 없는 경우에도 높은 혈당이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보고(Crane 2013)가 있으므로 설탕의 섭취를 제한하며 혈당 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 사진_게티이미지 코리아


신경 퇴행 지연을 위해 개발된 MIND 식단 

지중해식 식단에 고혈압을 막기 위한 식단(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DASH)을 포함한 식단이 있다. 이는 신경 퇴행을 지연시키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MIND (Mediterranean-DASH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tive Delay) 식단이라고 한다. 

MIND 식단은 혈압을 낮추고,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위험 요소를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를 예방하는 MIND 식단은 식물성 음식에 기반한 식사를 강조하는데, 미국국립노화연구소에서 제시한 MIND 식단의 10가지 구성 요소와 섭취 빈도는 다음과 같다. 

1. 잎이 있는 녹색채소를 일주일에 6회 이상 섭취
2. 그외의 채소 종류도 하루에 1회 이상 섭취
3. 블루베리나 딸기 같은 베리류를 일주일에 2회 이상 섭취
4. 통곡물을 하루 3회 섭취
5. 생선을 일주일에 1회 섭취
6. 닭고기나 오리고기 같은 가금류를 일주일에 2회 섭취
7. 콩류를 일주일에 3회 섭취
8. 견과류를 일주일에 5회 섭취
9. 올리브오일 섭취
10. 레드와인을 하루에 1잔.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 일부러 마실 필요는 없다. 

이에 더해 붉은 고기, 설탕, 치즈, 버터, 마가린, 패스트푸드, 튀김류의 섭취를 제한할 것을 권장한다. 채소나 과일에 폴리페놀 등의 항산화 성분이 많고 생선, 콩류, 올리브오일에는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섭취를 권장하고, 가공식품은 건강에 좋지 않은 포화지방산이나 트랜스 지방을 포함하고 있어 섭취를 제한한다. 
 

▲ 사진_게티이미지 코리아
 

커피가 뇌 건강에 도움이 된다?

커피와 치매에 관한 연구도 적지 않다. 대체로 커피가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커피가 왜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지, 커피를 어떻게 마시는 것이 더 효과적인지 알아보자. 

커피는 커피나무 열매의 씨앗인 커피콩을 볶은 다음에 갈아서 물에 우려내는 음료이다. 커피를 포함해 많은 식물에서 발견된 유효 성분인 폴리페놀은 그 종류가 상당히 많다. 수천 가지에 이르는 폴리페놀은 항산화, 항염증, 항암, 항당뇨, 항고혈압 등 건강에 매우 유익하게 기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에는 이 폴리페놀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활성산소가 만들어지는데, 체내 활성산소는 세포를 공격해 세포를 노화시키고, 기능을 저해하고, 질병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런데 폴리페놀은 매우 좋은 항산화제여서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세포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식물성 식품은 항산화제를 얼마나 포함하고 있을까? 100그램을 기준으로 각 식품에 포함된 항산화제 농도를 보자. 

· 포도 0.47 mmol/100g
· 통밀 0.6 mmol/100g
· 감자 1.6 mmol/100g
· 딸기 2.16 mmol/100g
· 녹차 2.45 mmol/100g
· 케일 2.68 mmol/100g
· 크랜베리 3.29 mmol/100g
· 70퍼센트 다크초콜릿 8.38 mmol/100g
· 블루베리 9.24 mmol/100g
· 볶은 커피콩 22.73 mmol/100g

즉, 같은 양을 섭취하였을 때 커피가 포도의 48배, 통밀의 37배, 감자의 14배, 딸기의 10배, 녹차의 9배, 케일의 8배, 크랜베리의 7배, 다크초콜릿의 2.7배, 블루베리의 2.5배에 해당하는 항산화제를 포함하고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이들이 많은데, 커피에 이렇게 건강에 좋은 항산화제가 다량 포함되어 있다니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 사진_게티이미지 코리아
 

하루 1~2잔의 커피가 인지장애와 치매의 위험을 감소시킨다

그렇다면 커피를 마시고 싶은 만큼 많이 마셔도 괜찮을까? 사실 커피를 얼마나 마시는 게 좋은가 하는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커피가 건강에 이로운 면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측면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인지 기능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는데, 실제 커피 복용량과 인지장애의 상대적 위험을 조사한 연구에서 하루 1~2잔의 커피를 마시면 1잔 미만으로 마시는 것보다 인지장애, 인지 저하, 치매,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를 하루에 1~2잔 마시면 머리가 더 좋아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하루에 두 잔넘게 섭취하면 인지장애의 위험이 오히려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Wu 2016). 이 같은 연구 결과에 따르자면 커피의 하루 섭취량은 두 잔 이하로 유지하는 게 좋겠다. 

커피와 관련된 최근 연구를 보면, 61세~80세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배정 시험에서 카페인 100mg이 포함된 커피 220ml, 즉 일반 커피 한 잔을 섭취하면 인지능력이 즉시 개선되고, 반응시간이 더 빨라지고, 주의력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확실히 커피가 인지 기능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커피 마시고 12시간이 지나도 카페인 25퍼센트는 체내에 남아 

커피에 포함된 카페인은 정신을 활성화하는 자극제이다. 뇌를 자극하여 각성시키고, 집중력을 높여주고, 활기를 올려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카페인은 심장박동과 혈압을 높이거나 불안감, 불면증을 유도할 수 있고, 이뇨 작용이나 설사를 촉진하기도 한다. 

카페인은 수면을 유도하는 분자인 아데노신과 비슷한 분자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데노신 수용체의 자리를 아데노신 대신 비집고 들어가 졸림 작용을 차단하여 깨어있게 하는 작용을 한다.

주기적으로 커피를 마시면 우리 뇌는 주기적인 카페인 섭취량에 적응하게 된다. 카페인에 의해서 아데노신 수용체가 차단되면 우리 몸은 더 많은 아데노신 수용체를 만들어 내어 아데노신이 자신의 역할, 즉 졸리게 만드는 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래서 깨어있기 위해 예전에는 커피를 한 잔만 마셔도 각성 작용이 일어났는데, 주기적으로 마시다 보면 점점 더 많은 카페인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하루에 여러 잔 마시던 커피를 끊으면 두통, 피로, 우울감 같은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 뇌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카페인을 더 이상 섭취하지 않으면 아데노신 수용체 생산도 점차 줄어 신체는 다시 적응하게 되고,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몸 안에 들어온 카페인의 반감기는 5~6시간이다. 반감기란 해당 성분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즉, 카페인을 섭취하고 5~6시간이 지나도 섭취한 카페인의 50퍼센트는 몸에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거기에서 다시 절반이 되는데 5~6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번 카페인을 섭취하면 10~12시간이 지나도 25퍼센트가 여전히 몸에 남아 있게 된다. 

따라서 오후에 마신 커피 한 잔에 포함된 카페인의 25퍼센트는 자정까지 몸에 남아 있어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카페인은 회복을 위한 깊은 수면인 비REM 수면의 길이를 단축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커피를 많이 마시면 깊은 잠을 자지 못해 잠이 깬 후에도 상쾌한 기분이 들지 않게 되고,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시 커피부터 마시는 악순환이 이어지기 쉽다. 

커피의 강력한 항산화제 효과를 누리면서 카페인의 부작용을 줄이려면 하루에 1~2잔만 마시고, 첫 잔은 아침에, 두 번째 잔은 오후에 양을 줄여서 마시는 것이 좋겠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우리 몸에 영양과 에너지를 줄 뿐 아니라 평생에 걸쳐 뇌와 신체 건강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평균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식습관을 비롯한 생활 습관이 건강수명에 미치는 영향도 커지고 있다. 치매 예방을 위해 건강한 식단을 실천하자.
 

글_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교수

참고 문헌
• 미국국립노화연구소. “What do we know about diet and prevention of alzheimer’s disease?” Health Information.
• Crane et al. (2013) Glucose Levels and Risk of Dementia. N Engl J Med 2013; 369:540-548
• Yamagata K. (2018) Do Coffee Polyphenols Have a Preventive Action on Metabolic Syndrome Associated Endothelial Dysfunctions? An Assessment of the Current Evidence. Antioxidants;7(2):26.
• Wu L, Sun D, He Y. (2016) Coffee intake and the incident risk of cognitive disorders: A dose-response meta-analysis of nine prospective cohort studies. Clinical Nutrition. (3):73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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