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많이 쓰면 다이어트 효과가 있을까?

‘에너지 리볼빙’에서 벗어나는 방법

머리를 많이 쓰면 다이어트 효과가 있을까?

- ‘에너지 리볼빙’에서 벗어나는 방법

에너지 소비효율이란 가전제품에 적용하는 에너지 등급으로, 소비자가 가전제품의 에너지 사용량에 따른 효율이 높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1~5등급으로 구분해 표시한 것이다. 사람의 경우에도 에너지 소비효율이 제각각 다르다.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너무 많이 쓰면서 비용을 과하게 치르고 있지는 않은지, 에너지를 쓰는 만큼 돌려받고 있는지 점검해보자. 자신의 에너지 상태를 관리하면 소비효율 등급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높은 수준의 인지기능이 작동할 때 뇌의 에너지 소비가 크다.

최근 기억 및 추론 같은 복잡한 인지기능과 관련된 영역이 다른 영역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정신질환 병력이 없는 오른손잡이 참가자 30명(20~50세)은 눈을 뜨거나 감은 채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과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복셀(voxel, 볼륨과 픽셀의 합성어)의 포도당 대사와 피질을 가로지르는 전반적인 기능적 연결성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하여 신호의 에너지 비용을 정량화했다.

PET 스캔은 에너지 사용의 주요 지표인 포도당 대사와 같은 신체의 대사 과정을 측정하는 데 유용하고, fMRI는 신경 활동과 관련된 혈류 변화를 감지하는 데 탁월하다. 이에 따라 뇌에서 기능적인 연결을 매핑한다. 연구팀은 뇌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지, 기능적인 연결성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다른 뇌 영역들이 소통하는지를 확인했다.

연구결과 참가자 30명의 뇌 모든 영역에서 에너지 사용량과 신호가 함께 증가했다. 문제해결 및 의사결정 같은 높은 수준의 인지작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전두엽피질이 기본 감각 또는 운동기능과 관련된 영역보다 최대 67퍼센트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두엽피질은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가장 많이 확장된 영역 중 하나로 어려운 결정, 장기적인 계획, 충동조절, 감정조절 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발견은 뇌의 포도당 대사와 기능적 연결성이 선형 관계임을 밝혀낸 것이다.

에너지 분포는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참가자에게서 일관되게 관찰되었다. 또한 도파민이나 세로토닌 같은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더 많이 조절되는 뇌 영역이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도 발견했다. 이는 더 많은 연결이나 활동을 하는 뇌의 부분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인지기능을 분석한 결과, 신경전달물질의 활성도가 높은 부위는 단순한 감각이나 운동 기능이 아닌 기억력과 읽기 등 복잡한 인지과정에 더 많이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의 에너지 사용이 우리의 높은 인지능력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1]


머리를 많이 쓰면 다이어트가 될까?

우리가 의식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지 않을 때도 뇌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뇌는 체중의 2퍼센트를 차지할 뿐이지만 소비하는 에너지의 양은 하루 섭취 칼로리의 약 20퍼센트를 차지한다. 5~6세 아이의 경우에는 하루 섭취 칼로리의 60퍼센트를 뇌가 사용한다고 한다.

뇌의 에너지 소비는 전기적·화학적 신호로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를 활성화할 때 일어난다. 구체적으로 인체의 대사활동 조절, 호르몬 분비, 자율신경계 조절, 체온 조절, 수분 및 전해질 조절, 수면 및 각성 조절, 식욕 및 포만감 조절, 운동제어 등 다양한 생리적 활동과 감정, 인지기능, 기억 및 학습, 의사소통, 사고 과정 등의 정신적 활동에 에너지를 소비한다. 또한 뇌는 신체의 다른 어떤 부분과도 다르게 에너지원으로 포도당만을 사용하며, 인지적 활동은 단순한 활동을 할 때보다 더 많은 포도당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공부에 집중하면 같은 시간 운동을 한 것보다 더 지친다. 8시간 이상 읽기, 쓰기, 말하기, 생각하기처럼 머리를 많이 쓰면서 일하면 섭취 칼로리의 약 5퍼센트를 추가로 소모한다는 연구가 있다. 

또 어려운 암기 같은 복잡한 작업을 할 때 기억 형성을 담당하는 부위의 활동이 증가해 에너지를 더 소비하지만, 그 외 다른 영역에서는 에너지 소비의 증가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 격렬한 정신활동에 따른 에너지 소비는 순간적이기 때문에 전체 에너지 소비량은 5퍼센트 정도만 증가한다. [2]

따라서 머리를 아무리 많이 쓴다고 해도 에너지 소비 효율성이 떨어져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평균적으로 한 사람이 하루에 뇌에서 약 320kcal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5퍼센트에 해당하는 16kcal를 늘릴 수 있는 것이다. 

뇌를 열심히 사용하면 1분에 약 1.5kcal를 소모한다. 반면 가벼운 걷기는 1분당 4kcal, 격렬한 운동은 1분당 10kcal가 소모된다. 정신적인 활동으로만 칼로리를 소비하는 것은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다.수면을 취하지 않고 공부하면 수면상태 때보다 칼로리를 약 30퍼센트 정도 더 많이 소모하나, 역시 운동에 비해서는 효율이 떨어진다. 잠을 자지 않고 4시간 공부하는 것과 20분 걷기의 칼로리 소모량이 같다고 한다. [3]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게 있을 때보다 무언가에 집중할 때 뇌에서 에너지를 더 많이 쓰기는 하나,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정도는 아닌 것이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현대식 생활방식과 원시적 수렵 채취 생활의 에너지 소비량은 같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뉴욕 헌터 칼리지, 스탠퍼드 대학, 애리조나대학의 연구팀은 아프리카 탄자니아 북부 지방에서 수렵 채집 방식으로 생활하는 하자족과 미국과 유럽의 사무실에 근무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일상적인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했다. 

하자 부족은 매일 야생의 동식물 먹을거리를 찾아 먼 거리를 걷는 전통 생활방식을 유지하는 부족이다. 예상대로 신체 활동 수준(physical activity level, PAL)은 하자족 채집인이 서양인보다 더 컸다. 그러나 신체 크기를 통제한 후의 하자족 채집인의 일일 평균 에너지 소모량은 서양인과 다르지 않았다. [4]


‘당 떨어졌다’고 느낄 때 실제로 혈당을 재보면?

잠을 많이 자는데 피곤하고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많다. 장시간 머리 쓰는 일을 지속하면 피로감을 느끼고 때로는 어이없는 실수를 하기도 한다. 인지적 .정서적 측면의 피로라고 할 수 있다. 

피로감으로 인해 ‘브레인 포그(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상태)’가 되거나, 일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거나,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는 데 많은 시간과 감정, 에너지를 소모하기도 한다. 이렇게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멘붕’ 상태일 때 ‘당 떨어졌다’거나 ‘당 땡긴다’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이는 뇌과학적인 관점에서 정확한 말이다.

‘당 떨어졌다’는 증상은 실제로 당이 떨어진 의학적 형태의 저혈당보다는 공복 상태 또는 스트레스 상태에서 이를 이겨낼 에너지가 부족할 때를 지칭한다. 당이 떨어졌다는 것은 신체 내 포도당이 적어진 상태, 즉 에너지 소모량이 크고 에너지원이 적다는 의미다. 

뇌가 적절한 에너지원을 제공받지 못하면 뇌 기능과 효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집중력 저하와 함께 짜증, 식은땀, 오한, 어지러움, 혈압 상승, 맥박수 증가, 가슴 두근거림, 떨림, 불안감 등이 생긴다. 부교감신경계의 작용으로 식은땀, 공복감, 이상 감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당이 떨어진 것 같다고 호소하는 사람의 혈당을 실제로 재보면 저혈당인 경우는 거의 없다.



‘에너지 리볼빙’에서 벗어나는 방법

커피와 당분이 자주 당기는 것은 에너지가 부족해서다. 평소에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마다 혈당을 치솟게 하는 당분과 카페인을 주입하다 보면 점점 더 당분과 카페인이 당기고 양도 늘게 된다. 이렇게 버티다가는 피로감을 해소하지 못한 채로 당분과 카페인에 중독될 뿐이다. 

에너지가 부족 상태가 이어지면 우리 몸은 미래에서 에너지를 끌어와 쓴다. ‘에너지 리볼빙(대출)’이 일어나는 것이다. 지속적인 당 섭취는 인슐린 조절 기능 약화,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을 지속적으로 올린다. 나중에는 질환으로 이어져 에너지를 더 이상 회복하기 힘든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자신의 에너지 상태를 점검하고 에너지 관리를 의식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상태를 알아야 무얼 더 먹고 덜 먹을 것인지,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할 것인지를 정해서 에너지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다. 번아웃 상태에서 운동하면 몸이 더 아프고, 다음 날 회복도 안 된다. 에너지가 없는데 덜 먹으면 몸만 더 축난다. 게다가 뇌는 피곤할수록 충동적인 판단을 한다. 그래서 뇌과학자들은 밤에 중요한 결정을 하는 것을 피하라고 말한다. 

일과를 마치고 피곤한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그때 스마트폰을 또 열어보는 것은 뇌의 피로도를 높일 뿐 아니라 숙면을 방해해 다음 날 컨디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잠자리에서 스마트폰 보기는 에너지 관리를 위해 절대 피해야 할 습관이다.

지치거나 감정 소모가 큰 순간에 무조건 커피나 당분을 섭취하는 습관도 바꿔야 한다. 이를 참는 것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지만, 처음에 조금 힘들더라도 다른 방법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 

커피와 당분을 섭취하는 것은 카드 돌려막기와 같아서 계속 손해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에너지가 부족하면 주변도 정리가 안 돼 어지러운 경우가 많다. 공간이 너저분하면 의욕이 더 사라져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지기 쉽다. 주변 공간을 정리정돈하는 것도 에너지 관리에 도움이 된다.

물론 적절한 운동은 필수다. 과한 운동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니 가벼운 산책부터 시작해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운동을 찾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도 무시하면 안 된다. 걱정이나 고민거리가 있을 때는 거기에 매달려 있지 말고 ‘일단 쉬고 생각하자’ 하면서 폭주하던 에너지 소모를 잠시라도 끊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에너지 관리를 의식하면 자신의 생활방식에서 조절해야 할 부분이 보일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에너지 관리법을 찾아 ‘에너지 리볼빙’에서 벗어나자.

글_조용환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재미있는 뇌 이야기와 마음건강 트레이닝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을 운영하고 있다.

참고문헌

[1] Gabriel Castrillon et al.(2023), “An energy costly architecture of neuromodulators for human brain evolution and cognition”, Science Advances, 13 Dec 2023, Vol 9, Issue 50 (https://www.science.org/doi/10.1126/sciadv.adi7632)

[2] Raichle ME(2010), “Two views of brain function”. Trends Cogn Sci. 2010 Apr;14(4):180-90.(https://pubmed.ncbi.nlm.nih.gov/20206576/)

[3] Vaz M, Karaolis N, Draper A, Shetty P. (2005), “A compilation of energy costs of physical activities”, public Health Nutr . 2005 Oct;8(7A):1153-83 (https://pubmed.ncbi.nlm.nih.gov/16277826/)

[4] Herman Pontzer et al.(2023), “Hunter-Gatherer Energetics and Human Obesity”, Plos One, July 25, 2012 (https://journals.plos.org/plosone/article?id=10.1371/journal.pone.004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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