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트레이닝] 음악을 들으면 왜 기분이 바뀔까?

알아두면 언젠가 쓸모 있을지 모를 음악 지식

브레인 103호
2024년 02월 16일 (금) 17:30
조회수3930
인쇄 링크복사 작게 크게
복사되었습니다.


음악은 인류의 정체성을 만든 핵심 요소

지구에는 많은 나라와 민족이 있고 언어와 생김새, 의식주 문화가 다 다르다. 그러나 인류문명을 통틀어 공통의 문화가 하나 있으니, 바로 음악이다! 음악은 어디에나 존재하고, 또 아주 머나먼 과거부터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음악은 인간의 삶에 늘 함께했다.

음악은 거의 모든 사람의 일상에 녹아 있다. 신경과학자 대니얼 레비틴Daniel J. Levitin은 음악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기 위해서는 인류의 역사에서 음악이 맡아온 역할, 그리고 음악과 인간이 함께 진화해온 방식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음악은 그저 기분 전환이나 취미가 아니라, 인류라는 종으로서의 정체성을 만든 핵심 요소라고 주장한다. 음악은 언어, 대규모 협동작업,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중요한 정보의 전달 등 훨씬 복잡한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게 길을 닦아준 활동이라는 것이다.
 

뇌는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귀로 들어간 소리가 뇌의 청각피질에 도착하면 뇌에서는 말하기와 보기, 감정적반응을 처리하는 부위 등이 음악을 듣는 데 총동원된다. 그중 청각은 뇌의 원초적인 부분에 직접 전달되기에 인간의 정서와 관련이 깊다. 정서는 뇌의 원초적인 부분, 즉 ‘파충류의 뇌’라고 불리는 대뇌변연계에 상당히 큰 영향 을 준다. 대뇌변연계와 가장 먼 부분은 눈이다. 눈으로 들어오는 시각정보는 아주 객관적이다. 그래서 눈으로 보고 감동하는 경우보다 귀로 듣고 감동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 것이다.

음악의 힘은 아주 강력해 뇌에 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진행했던 연구에서는 음악을 듣는 것이 일부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그 음악과 관련된 기억을 되살리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지지만 환자들 대부분은 십 대 때 즐겨 듣던 노래를 기억했다. 이처럼 십 대 시절에 들은 노래를 기억하는 이유는 이 시기가 자아가 형성되면서 정서적으로 충만해지는 때이기 때문이다.
 


음악적 취향은 어떻게 결정될까?

아프리카 원주민의 음악과 우리나라의 전통음악은 누가 들어도 확연히 다르다고 느낄 것이다. 이 같은 음악적 차이에 관해 연구한 사례가 있다. 2016년 신경과학자와 문화인류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이 볼리비아 원주민인 치마네족을 찾아갔다. 이들은 오랫동안 외부와 거의 접촉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생활해왔기에 서구의 음악을 들은 경험이 없었다. 연구진은 치마네 사람들에게 두 종류의 음악을 들려 주었다. 하나는 서구 문화의 기준으로 듣기 좋은 음악, 다른 하나는 불협화음이어서 듣기 거북한 음악이었다.

그런데 치마네 사람들은 두 음악을 다르지 않게 평가했다. 어느 한쪽을 특별히 더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은 것이다. 연구진은 전반적인 음악 취향에는 문화의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자라면서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같은 문화에 속해 있어도 좋아하는 음악은 저마다 다르다. 늘 음악차트 50위 안에 있는 곡만 듣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힙합, 일렉트로닉, 클래식 등 음악 취향은 듣는 사람의 성격만큼 다양하다.

영국과 핀란드에서 2016년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감정과 느낌을 잘 살피는 공감형 인간은 에너지가 낮고 슬픈 감정을 전달하는 음악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규칙과 질서를 좋아하는 체계적 인간형은 하드록이나 헤비메탈처럼 비트가 강하고 열정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적 취향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바뀌기도 한다. 어린 시절에는 주로 강렬한 감정을 느끼게 하고 자아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열정적인 음악을 좋아한다. 청년기에는 그 시대에 유행하는 음악을 좋아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클래식같이 좀 더 복합적인 음악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2017년 캐나다의 음악학자 휴버트 리베이에 고뱅에 따르면, 오늘날의 노래는 도입부가 1986년에 비해 약 4분의 1로 짧아졌다고 한다. 이유는 물론 사람들의 주의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요즘 곡들은 듣는 사람의 주의를 재빨리 끌기 위해 도입부가 짧아지고 멜로디가 반복되면서 전체 길이가 줄어들고 있다. 2022년 데뷔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아이돌 그룹 뉴진스의 곡들은 대부분 2~3분 미만이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 정말 머리가 좋아질까?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여성이 태교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임신을 하면 평소에 듣지 않던 클래식을 찾아 듣는다. 이 말의 진원지는 1993년 《네이처》에 발표된 한 논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캠퍼스의 신경생리학자 고든쇼 박사와 프랜시스 라우셔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은 36명의 학생에게 10분 동안 모차르트의 소나타 제1악장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장조’를 들려주었다. 그다음 IQ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공간·시간 추리력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결과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모차르트 음악을 들으면 똑똑해진다는 ‘모차르트 이펙트 Mozart Effect’라는 말까지 탄생했다.

하지만 이후 연구팀의 연구방식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모차르트 음악뿐 아니라 어떤 종류의 음악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 동일한 효과가 나타났고, 심지어 초콜릿이나 사탕을 먹어도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음악적 재능은 타고나는 걸까?

신경과학자들은 우리 뇌는 어릴 적에 짧게나마 음악교육에 노출되어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더 효과적이고 향상된 음악 처리 기능을 하는 신경회로를 형성한다고 말한다. 음악교육을 통해 음악을 더 잘 듣는 법을 깨우치고, 음악의 구조와 형식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켜 좋아하는 음악과 좋아하지 않는 음악을 더 쉽게 구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학창 시절에 다 같이 음악교육을 받아도 그중에 아주 소수의 사람만 전문음악가가 된다. 그렇다면 조수미, 사라 장, 에릭 클랩튼 같이 음악적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뇌 구조가 다른 것일까?

재능에 대한 논의는 인지과학 분야에서 뜨거운 논쟁거리다. 재능이 타고난 뇌 구조를 바탕으로 형성되는지 혹은 훈련과 연습의 결과인지는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유전적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동기 부여나 성격, 가족 성향 등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들의 뇌 스캔 사진을 분석한 결과, 청각 피질의 측두평면이 일반 사람에 비해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측두평면이 큰 사람이 절대음감을 가지게 되는 것인지, 절대음감이라는 능력을 획득한 사람의 측두평면이 커지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꾸준한 연습이 재능을 만든다는 견해는 얼마나 많은 훈련을 했는지 파악하는 연구를 통해 알 수 있다. 바둑이나 체스, 운동, 음악 분야의 전문가들은 높은 성과를 이루기 위해 오랜 기간 지도를 받고 연습을 한다. 음악 전문학교에서 가장 훌륭한 학생은 누구보다 연습 시간이 많았다. 실력이 좋지 못한 학생들과의 연습량 차이가 두 배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한 연구에서는 학생들에게 밝히지 않은 채로 교사가 평가한 능력과 재능에 따라학생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었다. 몇 년 후 이 연구에서 높은 성과를 기록한 학생들은 더 재능 있는 집단에 배정된 학생들이 아니라 연습을 많이 한 학생들이었다. 이 결과는 연습이 성과와 관련이 있을 뿐 아니라 성과를 일으키는 원인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어떤 분야라도 높은 수준의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 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1만 시간은 매일 3시간씩 혹은 일주일에 20시간씩 10년 이상 연습한 것이다. 물론 1만 시간을 투자해도 성과가 크지 않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1만 시간보다 적은 시간을 투자하고도 세계적인 수준의 전문가로 성공한 사례는 어디에도 없다.

그렇다면 미디어에 소개되곤 하는 어린 신동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음악 같이 학습의 성격을 가진 영역에서는 환경적 영향력과 유전적 영향력을 구별하기가 어렵다. 음악가 부모를 둔 아이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많이 노출되고 적극적인 음악교육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뇌과학자들은 유전과 환경이 동시에 ‘재능’을 만든다고 추정한다. 유전자는 인내심이나 눈과 손의 뛰어난 협응력, 열정과 관련된 경향성을 전달하지만 이 유전 적 성향이 발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음악을 접할 환경이 아니었다가 이후 성장하는 과정에서 음악을 듣고 즐기고 기억하고 몰두하는 능력이 발현되기도 한다. 이들은 악보를 보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기술이 없다고 해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곡을 만들거나 노래할 수 있다.
 


 

자꾸만 귓가에 맴도는 ‘수능 금지곡’을 떨쳐내려면

‘링딩동~ 링딩동~ 링딩동딩딩동~’ 한번 들으면 잊히지 않고 자꾸만 귓가 에 맴도는 곡조가 있다. 집중해서 공부하거나 시험 볼 때 이런 곡조가 귀에 맴돌면 방해가 된다고 해서 ‘수능 금지곡’이라 부르기도 한다. 주로 중독성이 강한 후렴구를 가진 가요나 광고음악이 많다.

이처럼 특정한 노래가 머릿속에서 계속 울리는 현상을 ‘귀벌레(Earworm) 현 상’이라고 한다. 이는 스트레스를 완화하기 위한 뇌의 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 긴장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즐거운 노래나 문구를 떠올리는 것이다.

영국의 음악심리학자 빅토리아 윌리엄슨은 귀벌레 현상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결과 ‘귓가에서 떠나지 않는’ 노래에는 귀에 쏙 들어오는 동시에 기억하기 쉽다는 특징이 있음을 발견했다. 켈리 재커보우스키의 또 다른 연구에서는 템포가 빠르고, 조성의 변화가 독특하며, 반복되는 구절이 약 8초가량 있을때 머릿속에 남기 쉬운 것으로 나타났다.  

귀벌레 현상에 대한 여러 대처법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껌을 씹는 것이다. 음악을 듣고 기억하고 상상하는 뇌의 특정 부위는 청각피질뿐 아니라 말하기 과정을 담당하는 곳과도 연관되어 있는데, 이 부분을 껌을 씹는 데 사용하면 귀벌레 현상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할 수 없게 되는 원리다. 

우선 귓가에 맴도는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다음, 관심을 다른 일로 돌려 기분을 환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집중력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시기에는 가사가 있는 곡보다 잔잔한 클래식이나 뉴에이지 장르의 곡이 주의를 분산시키지 않아서 좋다.
 

글_전은애 수석기자
참고 도서_《음악인류》 대니얼 J. 레비틴, 《그래서 우리는 음악을 듣는다》 히사이시 조, 요로 다케시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 뉴스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