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혁 뇌교육 가이드 41편] 지금 누구와 공감하고 있나요?

장래혁 뇌교육 가이드

"초능력 그게 뭔데? 사람의 진짜 능력은 공감 능력이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 다른 사람 마음 아프게 하는 게 그게 무슨 영웅이야?"

하늘을 날고, 다쳐도 치유 능력이 있어 회복되고, 투시 능력이 있는 히어로를 가진 존재를 다루는 동시에 지극히 인간적 스토리와 연출로 전 세계에 화제가 되고 있는 K-드라마 '무빙'에 나오는 대사이다.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인간의 본성과 사회의 미래를 다룬 《공감의 시대 The Empathic Civilization》(2009)에서 인간이 세계를 지배하는 종이 된 것은 자연계의 구성원 중에서 인간이 가장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른바 ‘호모 엠파티쿠스(Homo Empathicus)’. 

‘공감’의 사전적 정의는 대상을 알고 이해하거나, 대상이 느끼는 상황 또는 기분을 비슷하게 경험하는 심적 현상을 말한다. 그런데 단순히 인간관계 문제에 그치지 않고, 최근 기업의 인재 채용에서도 공감능력이 이슈가 되고 있다. 

하버드의대 헬렌 리스 교수 연구에 따르면, 공감능력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조직에서의 업무 수행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받지 못하는 관계는 업무에서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인간관계뿐 아니라 업무 수행능력 부분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이러한 공감형 인재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진 흐름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고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채용문화에도 ‘공감능력’ 평가가 핵심지표에 반영된 것에서도 볼 수 있다. 공감능력을 갖춘 기업 인재상의 변화는 스펙 등 외적 역량을 평가하는 사회에서 내적 역량을 중시하는 사회로의 전환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러뉴런, 인간 공감기제의 특별함

주목해야 할 것은 공감 능력은 영장류의 특별한 두뇌기제라는 점이다. 바로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의 발견인데, 마카크 원숭이의 뇌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인간에게서 발견되는 미러뉴런은 훨씬 광범위하다. 

간단히 말하면 원숭이가 행동의 ‘결과’만 복사하는 것에 비해, 인간은 ‘What, Why, How’까지 복사한다.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엄마가 아이에게 독서 습관을 갖게 하려고, 책을 대충 읽는 시늉을 하면 아이는 그 의도와 과정을 이미 알아차린다. 

‘거울을 보고 동작을 따라한다’는 비유에서 시작된 거울뉴런 개념은 거울만으로는 따라하기 어려운 언어, 정서, 감각 영역까지 미러링 되고 있음이 밝혀진 이후, 거울뉴런과 미러링에 연관된 뇌 영역 그리고 이러한 신경과정 전체를 가리키는 ‘공유회로’라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그런데 이런 특별한 뇌 기제가 있음에도, 어떤 경우에는 왜 그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걸까?

신경과학자 빌라야누르 라마찬드란(Vilaynur S. Ramachandran)은 거울신경세포 네트워크가 타인과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과 함께 타인과 나를 분리해서 인식하게 되는 기제를 규명했다. 

즉, 타인에 대한 공감 기제가 뇌에서 작동하더라도 그보다 강력한 조건이 발생하면 그 신호가 더 우선된다는 의미이다. 그 신호란 스트레스를 받아 자기를 보호해야 할 때이다. 자율신경계의 불균형, 만성스트레스에 놓인 현대인들의 공감 기제가 작동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결국 공감능력 향상의 열쇠는 타인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자신에 대한 공감이 핵심이다. 그리고 지식이 아니라 몸의 감각 회복이 열쇠이다. 즉, 거울신경세포 작용을 방해하는 요인을 줄임으로써 자기 뇌의 공감기제를 회복하는 것이다.


나와의 공감력 회복, 맨발걷기

공감능력 회복을 위한 방법으로 최근 건강 노하우로 주목받는 맨발 걷기를 추천한다. 인간은 생명체이며, 자연지능을 가진 존재이다. 아스팔트로 뒤덮힌 대지와 모든 것이 연결된 정보화 사회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흙을 밟지 않고, 그러한 생명력을 느끼는 인체 감각을 점차 잃어간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누구나 걸을 수 있지만 걸음을 통해 발현되는 뇌의 반응은 제각기 다르다. 그냥 걷는 것과 느끼면서 걷는 것은 뇌에 다른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걸을 때 땅을 밟는 ‘느낌’에 집중해 보자. 걷다 보면 몸이 순환하면서 머리가 시원해지는 그 ‘느낌’을 관찰하고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스마트 폰으로 대표되는 정보화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하루의 대부분 우리의 의식이 외부로 향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밖으로 나가 있는 의식을 우선적으로 몸으로 가져와야, 그 다음 내면을 관찰하는 의식이 형성된다. 나와의 공감이 시작되는 것이다.

결국 제대로 걷다 보면 신체근육 곳곳이 자극되고 이완되면서 몸이 편안해지고, 잡념이 점차 없어지면서 뇌파가 안정되는 이른바 ‘이완된 집중상태’가 형성된다. 즉 명상의 초기모드로 접어드는 셈이다. 이 때 주변 어딘가에 앉아 단 5분이라도 조용히 눈을 감아 보면 평소와는 다른 ‘느낌’, 즉 의식의 확장성을 맛볼 수 있다.

공감능력 향상의 비밀은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초점을 먼저 두는 것이다. 공감은 결국 나와 남의 마음을 연결하는 것인데, 자신에 대한 마음과의 연결이 되지 않는 공감이란 허상 같은 것이다. 그리고 손에 잡히지 않는 마음을 연결하는 시작은 몸과의 대화에서 비롯된다.

“자신의 몸과 공감하고 있나요?”

글. 장래혁

누구나가 가진 인간 뇌의 올바른 활용과 계발을 통한 사회적 가치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으로 있다. 유엔공보국 NGO 국제뇌교육협회 사무국장, 2006년 창간된 국내 유일 뇌잡지 <브레인> 편집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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