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21편] 그리기 명상 미술치료

어수경의 미술치료 이야기

명상에 대한 기본적 이해로 개인 생활에 또 치료 상담에 기초적 접근을 하며 도움을 받는다. 명상하면 여러 모습이 떠오르겠지만, ‘그리기 명상’은 낯설다. 어떻게 그리기가 명상이 될 수 있을까? 

임상경험을 통해 ‘미술치료는 명상과 같다.’라고 치료 세션과 강의에서 말한다. 어떤 활동에 빠져들면, 그 활동에 자연스럽게 젖어 들어서 일부러 잊으려고 하지 않아도 나를 괴롭히는 어떤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본다. 그것이 마음의 아픔이든 몸의 고통이든 잠시 벗어나 지는 것을 관찰한다.

명상이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해보고 싶고, 아무 생각 없이 있고 싶고, 잠시 멈추고 싶은데 어렵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그리기를 통한 명상법이다. 내가 나에게 질문하고 답을 하며 미술치료 명상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

정신건강에서 많이 언급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DMN)는 기본 방식으로 활성화하는 신경회로 영역들의 네트워크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연구한 결과 밝혀진 것으로 DMN은 외부 환경에 집중하지 않을 때, 외부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때 활성화된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멍하게 있는 상태이다.

라이클, 거스나드(2000)의 연구에서 DMN 용어를 사용하게 되었고, 이 영역은 뇌가 휴식하고 있을 때, 깨어있으면서도 정신적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동 수준이 높다고 발표하였다. 뇌가 쉰다는 것, 정신적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상태로의 의미인지, 또 미술치료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떠오르는 생각을 흘려보내는 것, 목표 없는 구름 같은 생각을 하는 것, 생각이 떠올라 생각하지만 특정한 것에 대한 생각이 아닌 생각, 우리가 마음속에 명확한 목적 없이 단지 올라왔다 스쳐 지나가는 생각의 시간.

그것은 무엇인가? 하나는 생각에 생각을 덮어씌우는 것, 또 하나는 생각을 멈추는 것이 아닌 외부 정보를 뇌가 받아들이지 않게 차단하는 것이다. 정보를 받아들이면 생각의 생각으로 고뇌하게 되는 것 같다. 요즘 우리는 남녀노소 그리고 나이와 무관하게 쏟아지는 정보 안에 노출되어 있다. 열려 있는 공간의 정보들로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 뇌는 정말 쉼이 없어 보인다. 


# 미술치료에서의 DMN의 역할

DMN은 ‘주의집중을 요구하는 작업 수행 때 활성화되지 않는다.’ 했다. 미술 활동 시 집중을 요구하지 않나? 질문을 한다면, 그 둘은 분명 차이가 있다. 

멍할 때 우리의 뇌가 평소 연결되지 않는 뇌의 다른 부분과 연결되는데 그곳은 우리의 창의력과 연관성이 높다고 한다. 미술 활동은 무언가를 즐기면서 행위 감각에 자연스럽게 몰입되는 상태이다. 활동 후 내담자들의 반응은 ‘시원하다, 상쾌한 기분이다’, 가끔은 ‘생각이 정리된다, 청소된 듯하다.’ 표현도 듣는다. 

1. 다른 생각으로의 시간 여행

DMN은 개인이 휴식을 취하거나 자신을 관조할 때, 자기 성찰적 사고 과정에 참여할 때 가장 활동적인 뇌 영역의 그룹이고, 다양한 인지 과정에 관여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한다고 했다. 

성공한 직업인으로서의 모습,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상상하거나, 또는 과거에 사랑받았을 때의 추억, 여행에서 받은 힐링의 감정을 떠올리는 작업은 마음에 앤돌핀이 생성되듯 긍정의 에너지가 올라온다. 그때 순간의 평온이 DMN과 연결되어 설명된다.

2. 내부로의 시선에 머문다. 

‘무엇’이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고의 강박과 관념에서 벗어나는 것. 아이와 같이 자유롭게 표현해 보는 것, 그것이 나의 창조적 미술 활동이다.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이 반응하고 선을 그어보고 색칠하는 행위 그 자체.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나와 내 앞의 그림만 존재한다. 외부보다는 내 안의 나에게 관심이 가고 집중되는 것이다.


# 그리기 명상 미술치료

새로운 것은 멈추지 않고 쏟아지고, 빠르게 변화하고, 그래서 나의 삶도 빨라야 하는 강박에 있게 된다. 이럴 때 나의 속도를 찾아 나에게 맞춰가는 것이 중요한데, 그리기 명상은 나를, 내 뇌를 쉬게 하는 치유법의 하나이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는데 동시에 다른 곳에 가 있다. 이 일을 하면서 다른 일에 신경을 쓴다. 해야 할 일, 못한 일, 하고 싶은 일, 앞으로의 걱정에 머리는 온통 시끄럽다. 내담자 한 분이 상담 중 ‘선생님 잠시만요. 확인하나 하고요. 죄송해요’.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전화기 알람에 신경을 쓰며 초조해했다.

‘아무도 나를 기다려주지 않아요. 아무도 나에게 맞추어주지 않아요.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아요. 그들의 시간에 내가 맞추어야 해요. 나의 사정은 필요가 없어요.’ 직장을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일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지고 휴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까지 갔다. 당장 처한 문제와 상황에 우리 자신의 감정과 마음에는 점점 더 무심해진다. 모든 것은 나를 위함에서 시작하는데 나를 잃어가는 모습에 상담사로 안타까웠다.
 

위 내담자는 유일하게 그리기 명상 때 일에서 벗어나 있는 모습을 보였고,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몸의 반동으로 선을 만들어나가며 활동을 즐겼다. 오롯이 그 순간이 즐거워지고 행위에 몰두해지니 자연적으로 다른 생각이 들어오지 못했다. 잠깐의 뇌의 쉼, 멈춤을 경험한 것이라 본다. 더 나아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통찰이 이루어지면서 힘들었던 마음이 힐링 받는 경험도 갖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바다에 앉아 ‘파도 멍’을 좋아한다. 그때는 그냥 무의 상태가 되는 것 같다. ‘불 멍’ 또한 그렇다. 순간일지라도 모든 것이 정지된 상태의 경험을 한다. 그리고 모든 감각이 쉬는 것을 느낀다. 머리에 맴돌고 있는 생각을 제쳐둘 수 있고, 만들어 내야 하는 어떤 것에서 멀어진다. 자연이 안겨주는 치유선물 같다. 

특히, 공간 안에 머물러야 한다면, 그리기 명상이다. 휴식(休息)은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이라 한다. 이러한 잠깐의 휴식이 효율적이라는 연구들이 있다. 그리기 명상법에 따라 짧게는 3분, 멈췄다 다시 이어 그리기 가능하고 원하는 만큼의 시간이 가능해서 좋다. 

인류가 문자 이전에 색이나 이미지가 대화의 수단이었고, 우리가 말을 배우기 전 유아 시절 비언어적 수단으로 나를 표현했다. 어떤 재료이든지 끄적이는 활동은 나의 무의식을 열어 그것과 친숙하게 만들고 그 유희가 일상에서의 무게를 잠시 잊게 하는 것 같다. 

쉴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쉴 수 있는 시간, 단순히 색을 입히는 것이 아닌 개인의 창조 활동과 명상이 결합한 미술치료 명상법을 경험해보자. 생각을 바꿔보면, 보이는 것이 있고, 보이는 만큼 깨닫는 무언가도 있다. 각자에게 맞는 몰입의 스타일은 다를 수 있어서 그리기 명상이 모두에게 맞는 방법은 아닐 수 있지만, 접근 방법이 다양하므로 모두가 해볼 만한 명상법이다.

우리가 쉴 때도 뇌세포들은 연합하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신비롭다. 미술 활동 안에서 몰입과 빠져드는 그 시간에 나의 뇌 상태가 이러해서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이구나 다시 한번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연구자로 그리기 명상 때 우리 뇌를 연구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종이 위에 그리기 명상 하나 그리고 또 하나. 그렇게 그리기 명상이 쌓여 일상에서 ‘쉼의 삶’을 기록으로 흔적으로 남겨보고 싶은 마음이다.

글. 어수경

임상미술치료학 박사, 미술치료수련전문가로 EO심리상담교육개발원 대표이다. 한국융합예술심리상담학회 상임이사, 학술위원을 맡고 있고, 서울대, 경희대, 차의과학대 출강 중이며, 공동저서로 『컬러플마인드 미술치료워크북』, 『아동상담론』 등이 있다.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