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간 뒤에 있는 소뇌는 야구공만 한 크기(뇌 전체 용적의 10퍼센트 정도)이지만 전체 뉴런의 80퍼센트가 몰려있는 뇌 영역이다. 감각 입력과 결을 맞추어 운동 출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며, 중추신경계의 충전된 배터리 같은 기능을 한다. 소뇌 신경세포들이 완충될수록 중추신경계 전반의 활력이 올라간다. 신체의 모든 근육과 운동 조절에 관여하는 소뇌는 그 연장선에서 자율신경활동, 인지활동, 언어활동 등 고차원적 정신기능에도 관여한다.
소뇌의 기능이 약해지면 운동성이 떨어지게 된다. 운동협응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자연스러운 동작 처리가 어려워지고, 균형 조절도 잘 되지 않아서 한 발로 서는 동작을 하기 어렵다. 소뇌의 균형감각은 50대 중반 이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 균형감각이 떨어지면 낙상의 위험이 증가하므로 소뇌 기능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균형감각과 사망 위험성 간의 연관성 연구
최근 브라질의 한 의학센터 연구팀이 균형감각과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Successful 10-second one-legged stance performance predicts survival in middle-aged and older individuals)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20년에 걸쳐 51세~75세 남녀 1,702명을 대상으로 10초간 한발서기(10-s OLS) 감각을 테스트하고, 한발서기 능력이 인구통계학, 인체측정학, 임상 데이터 등을 넘어 사망률을 예측하는 정보가 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인체의 정적 균형을 테스트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10초간 한발서기는 테스트 방법이 간단하고 장소의 제약 없이 안전하게 누구나 할 수 있는 동작이기 때문에 테스트 동작으로 선택되었다. 한 발로 서기 위해서는 신체 균형 능력뿐 아니라 전반적인 체력과 다리의 힘, 소뇌의 균형감각 정보처리가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10초간 한발서기의 판정 기준은 양팔을 허리에 붙이고 정면을 응시한 채 어느 쪽 발이든 상관없이 세 차례 중 한 번이라도 한 발로 10초 이상 균형을 유지하면 ‘성공’, 세 차례 모두 균형을 유지하지 못하면 ‘실패’로 판단했다. 실험 데이터는 로그순위법(log-rank test)와 콕스 모델링(Cox modelling)을 이용해 분석하고, 이는 10초간 한발서기를 완료하는 능력에 따른 생존곡선과 사망 위험을 비교하는 데 사용되었다. 로그순위법은 서로 다른 두 집단의 생존율(사건발생률)을 비교하는 비모수적 가설 검정법이다. 콕스 모델링은 사건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측 모형을 만드는 통계분석, 생존분석 방법 중 하나이다.
연구 결과, 50대 초반은 실패 비율이 5퍼센트, 50대 후반은 8퍼센트, 60대 초반은 18퍼센트, 60대 후반은 37퍼센트로 연령에 비례해 실패 비율이 5년마다 대략 두 배씩 증가했다. 70대에는 54퍼센트로 절반이 넘었다. 전체 참가자 중 20.4퍼센트가 한발서기에 실패했는데, 이들은 성공한 사람들에 비해 고혈압과 심장 질환 등 질병에 시달리는 비율이 높았다.
연구팀은 7년 후 이 테스트에 참가한 이들의 사망률을 조사했다. 조사결과, 참가자의 7.2퍼센트(123명)가 사망했으며, 10초간 한 발 서기에 성공한 사람의 4.6퍼센트, 실패한 사람의 17.5퍼센트가 사망했다.
생존곡선은 10초간 한발서기에 실패한 참가자들의 경우 더 나빴다. 연령, 성별, BMI 및 동반 질환을 통합한 조정 모델에서도 10초간 한발서기에 실패한 참가자의 위험 비율이 더 높았다. 실패한 사람들은 연령, 성별, 기저질환 등과 무관하게 향후 10년 안에 사망할 위험성이 84퍼센트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참가자들의 평소 운동 습관, 식습관, 흡연 여부, 의약품 복용 여부 등 외부 요인은 확인하지 않았다. 또한 사망자들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분석하지 않아서 10초간 한발서기가 되지 않으면 사망률이 높다고 단정적으로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이 연구는 《영국 스포츠의학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에 실렸다.[1]
‘눈감고 한발서기’ 동작으로 알아보는 신체 균형 나이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우리는 항상 양발을 동시에 사용한다. 걸을 때도 순간적으로는 한발이 땅에서 떨어지나 빠르게 체중을 이동하며 양발로 균형을 잡는다. 따라서 한 발로 오래 버티는 것은 인체에 익숙하지 않은 동작이다.
눈을 감고 한 발로 서는 동작은 더욱 쉽지 않다. 이 동작은 신체의 좌우 균형과 정적 평형성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활용된다. 감각의 95 퍼센트를 관장하는 시각계를 차단함으로써 5퍼센트에 해당하는 체성감각과 전정기관을 평가할 수 있다. 평형감각은 낙상을 예방하고 동적 움직임을 편안하게 수행하는 데 매우 중요한 변인이다. 눈감고 한발서기 동작은 균형을 잡기 위해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이 동작을 계속 훈련하면 소뇌가 평소보다 더 많이 사용되어 운동능력과 인지능력이 전반적으로 강화된다.
눈감고 한발서기 동작을 할 때는 먼저 두 눈을 감고 자신이 주로 쓰는 발의 무릎을 45도 구부려 지면(바닥)에서 15센티미터 정도 든 채로 선다. 두 손은 허리에 댄다. 자세가 무너질 때까지 걸린 시간을 측정한다. 동작하는 도중 눈을 뜨거나, 딛고 있는 발을 움직이거나, 들고 있는 다리가 땅에 닿으면 초시계를 멈추고 시간을 기록한다. 양발을 번갈아 가며 2회 실시한다.
유지하는 시간이 30초 이상이면 신체나이 20대, 25초는 30대, 20초는 40대, 15초는 50대, 10초 이하는 60대 이상으로 판정한다. 훈련하면 유지하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
[1] Araujo CG, de Souza e Silva CG, Laukkanen JA, et al Successful 10-second one-legged stance performance predicts survival in middle-aged and older individuals,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Published Online First : 21 June 2022. (https://bjsm.bmj.com/content/early/2022/06/22/bjsports-2021-105360)
글. 조용환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재미있는 뇌 이야기와 마음건강 트레이닝을 소개하는유튜브 채널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