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불안,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브레인 인문학

▲ '미래를 위한 금요일' 시위 모습. 지구온난화를 늦추기 위해 전 세계 정책결정자들의 윤리적 행동을 촉구하는 청소년 주도의 환경운동. <사진=Sebastian Gabsch/Geisler-Fotopress/picture alliance>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진다. 갱년기 우울증도, 코로나 우울증도 꾸준한 운동으로 어느 정도 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우울할까. 문득 “이런 조합의 단어도 있을까?” 하면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가 놀랐다. 있다... ‘기후변화 + 우울증’. 

벌써 10년 전 미국의 기후 전문 심리학자인 토마스 J. 도허티(Thomas J. Doherty) 박사가 심리학 교수인 수잔 클레이튼(Susan Clayton) 교수와 함께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으로 ‘기후불안(climate anxiety)’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고 한다. 이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기후위기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뉴스나 연구 등을 통해서도 사람들에게 강력한 심리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내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 

기후변화로 인한 우울감은 ‘다 잘 될거야’와 같은 긍정 메시지로 해결될 수 없는 실재하는 위협에 대한 불안에서 온다. 최소한 지구온난화의 속도를 늦추고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어야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2015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참가국 195개국의 만장일치로 신기후체제 합의문인 ‘파리협약(Paris Agreement)’이 채택되었을 때만 해도 우리에게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7년간 이 합의문을 지키기 위한 국가적 노력은 보이지 않았고 전 세계적인 가뭄과 기상이변, 대형 산불과 같은 파편적인 뉴스들만 접하면서 답답함만 더해갔다. 그리고 올해는,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가 우크라이나 전쟁과 맞물려 바로 한국의 밥상 물가를 치솟게 만들고 있다.

얼마 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세계환경의 날 50주년을 기념하는 세계환경회의가 열렸다. 이 콘퍼런스에서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변화가 인류의 정신건강과 웰빙에 미치는 심각한 위협을 알리고 국가적 차원의 행동을 촉구했다.

WHO는 기후변화에 대한 각 국가의 대처에 정신건강을 위한 지원을 결합하고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지역사회 기반의 접근법을 개발할 것 등을 제안했다. 이번 WHO의 발표는 기후변화로 인한 정신건강의 위기가 몇 몇 국가의 문제가 아닌 인류 전체의 문제라는 인식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가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래세대다. 작년에 전 세계 10개국 1만명의 청년(만 16세~25세)들을 대상으로 기후불안과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한 신뢰 간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이 10개국에는 오스트레일리아, 포루투칼, 프랑스, 인도 나이지리아 등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정도가 상이한 나라들이 다양하게 포함되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응답자들은 기후변화가 자신의 일상에 미치는 여러 가지 부정적 감정과 생각들로 고통받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한 많은 수의 응답자들이 이러한 기후 불안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으며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을 갖게 되었다고 보고했다.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란 예를 들면 ‘인간은 지구를 돌보는데 실패했다’, ‘미래가 두렵다’,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부모님과 같은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다’, ‘아이를 갖는 것이 망설여진다’와 같은 생각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안은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부적절하다는 배신감, 불신과 상호연관되어 있었다. 이 연구는 기후변화로 인한 정서적 스트레스는 정부의 대응이 적절하지 않다고 믿을 때 더 크게 나타난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주었다.

즉, 기후변화로 인한 심리적인 불안은  단순하게 자연재해 때문이라기 보다는 현재 사회경제적으로 권력을 가진 기성세대들이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판단과 상호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 출신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의 대중 연설들을 기억한다면, 청년세대가 국가에 대해 갖고 있는 불신과 분노가 어떤 것인지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함에 따라 재생에너지 개발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화석연료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기사들이 한동안 인터넷 뉴스포털 메인화면을 차지했었다. 희소식이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 3분의 2는 화석연료를 태우는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유가와 전기세 부담으로 인한 전반적인 물가 상승, 이로 인한 서민경제 부담과 경제침체에 대한 경고 기사들이 쏟아졌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필요한 인프라와 법제도 마련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당장의 에너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화석연료로 돌아가야 한다는 화석연료 기업들의 주장이 명분을 얻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석유수출기구(OPEC)에 생산량을 늘릴 것을 촉구하고 있고 멕시코만과 국유지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 장소를 늘려가고 있다고 한다. 

눈앞에 닥친 기후위기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쉽사리 에너지 전환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 마련에 몰두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산유국과 화석연료 기업들이 집요한 로비활동들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그리고 에너지 전환을 위해서 함께 감내해야 할 불편함과 희생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기후위기는 지금까지 가져왔던 이해관계의 대립구도 안에서는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없다. 지구는 ‘가진 자’들만을 위한 것도 ‘가지지 못한 자’들만을 위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을 가지고 무엇을 갖지 못했는가? 바로 경제적 부富다. 물질적 성장이라는 20세기의 가치 패러다임 속에 갇혀있는 한 기후행동은 한쪽이 이겨야 하는 싸움이 되고 만다. 

조직화된 기후행동과 함께 경제 시스템의 목표를 변화시킬 가치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개인적 차원에서 우리들의 삶의 가치 기준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소비 패턴으로 드러나고 기업들의 선택을 바꾸고 있다. 그 새로운 삶의 가치는, 나와 이웃의 공생共生, 인간과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이 함께 번영하는 공생을 지향하는 무엇이 될 것이다. 

개인 차원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의식의 변화들을 어떻게 집단적인 변화로 승화시킬 수 있을까? 그 방안을 찾고 시도하는 노력 속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우울증을 극복하고 인류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가치 시스템이 세워질 때 비로소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감내해야 할 일들을 정책화하는 일들이 사회적 통합과 공감대 위에서 빠르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김지인 |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지구경영학과 박사과정

* Caroline Hickman, MSc, et al. (2021). Climate anxiety in children and young people and their beliefs about government responses to climate change: a global surv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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