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가만히 있으면 오만가지 생각이 나고, 잡념이 많이 드는데요. 잡념을 없애고 내가 하고 것에 집중을 잘 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A: 영화를 보면 이런 장면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아주 많고 시끄러운 공간에서, 주인공이 무엇인가를 골똘히 바라보고 집중하면, 주위 잡음이 점차 사라지면서 마치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조용해지고, 그 집중하는 것이 확대되어 영화 스크린을 가득 차지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소리와 화면 구도를 잘 활용해서 이러한 연출을 하게 되는데,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의식의 변화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이 친구와 시끄러운 까페에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음악소리도 너무 시끄럽고 주위의 사람들도 많아서 웅성웅성 이야기 소리도 너무 크게 들립니다. 그런데 친구와 차를 마시면서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어느샌가 친구와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친구의 목소리만 들리고 다른 소리는 별로 신경쓰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기억에 남는 건 친구와 나눈 이야기 뿐입니다.
까페에서 어떤 음악이 들렸고 바로 옆테이블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바로 친구와의 그 이야기에 아주 집중하고 있던 것이지요. 이렇게 집중의 효과는 경험하는 내용을 체로 걸러내서 필터링 할 만큼 대단합니다.
뇌의 사진을 찍어보면, 우리가 집중상태에 있을 때와, 집중하고 있지 않을 때, 두 상태가 다르다는 것은 확연합니다. 집중하고 있지 않는 상태는, 마음이 방랑하고 있는 상태라고도 표현되는데요. 영어로는 mind wandering상태라고도 합니다. 이때에는 뇌의 많은 영역이 산발적으로 활성화되게 됩니다.
이 때에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을 “디폴트모드 네트워크”라고 합니다. 디폴트 모드, 즉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되는 신경 네트워크라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오만가지 생각이 나고 잡념이 많이 드는 것을 통해 우리는 이 디폴트 모드 상태의 뇌를 체험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집중하고 있을 때에는, 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고요해지고, 집중하는 행위와 관련한 뇌영역이 활성화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에서 산발적으로 활성화되었던 영역이 잠잠해지기 때문에, 뇌전반적으로 고요해지게 되어서, 뇌입장에서는 필요없는 에너지 소모가 줄어들어 오히려 피로도도 줄어들게 됩니다.
주의 집중 명상은 자신의 호흡이나 어떤 구절 등 무언가 대상을 정해 두고 주의집중하는 명상입니다. 예를 들어 호흡에 집중하는 주의집중명상은, 자신의 들숨과 날숨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고 느끼면서, 계속 그 호흡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잡념이 줄어들고 명상상태로 전환되게 됩니다.
이러한 주의집중명상을 할 때 뇌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조사한 연구가 있습니다 (Hasenkamp 2012). 이 연구에서는 숙련된 명상 전문가의 뇌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 fMRI로 촬영하였습니다.
참가자들이 집중하고 있지 않고 그들의 마음이 방랑하고 있는 동안의 뇌를 촬영하였고, 그들이 집중 명상을 수행하는 동안의 뇌를 촬영하여 비교하였습니다. 집중하고 있지 않을 때, 마음이 방랑하는 동안은 뇌의 많은 영역들이 산발적으로 활성화되어 있었습니다. 앞서서 이야기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활성화 된 것입니다.
그런데, 참가자들이 집중하는 동안, 명상을 수행하는 동안은, 뇌가 전체적으로 활성화가 줄어들면서, 집중하는 것과 관련한 영역만 국소적으로 활성화되었습니다. 뇌가 고요해진 것입니다. 이렇게 뇌가 고요한 상태는 잡념이 없어진 상태이고 집중이 된 상태인 것이지요.
따라서 이렇게 명상을 일상에서 활용하는 연습을 하신다면 뇌를 고요한 상태로 만들어 집중력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꾸준히 명상훈련을 하게 되면 뇌의 구조와 활성이 변화하기 때문에, 명상을 하는 순간만이 아니라 명상을 하지 않는 일상에서의 뇌의 상태도 변화합니다. 따라서, 기능면에서는 보다 효율적이고 정서적인 면에서는 보다 안정적인 뇌로 변화한다는 것도 연구결과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처음 시작할 때의 질문이, 잡념을 없애고 내가 하고 있는 것에 집중을 잘 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라는 질문이었는데요. 명상훈련은 그 자체가 집중을 하는 연습이 되고, 또 뇌가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돕기 때문에, 명상훈련을 통해서 집중을 잘 하는 노하우를 키워 나가시길 권해드립니다.
명상이 처음이시라면,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을 해보시면 쉽게 명상에 들어가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아주 간단합니다. 누워서 할 수도 있고 앉아서 할 수 도 있습니다. 한번 해볼까요. 집중을 더 잘 하기 위해서 손을 사용하겠습니다. 한손은 복부에, 한손은 가슴위에 두겠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호흡을 느껴보시는 것입니다. 들이마쉬고 내쉬는 숨에 따라서 복부의 손이 움직이는지 어떻게 미세하게 움직이는지 느껴봅니다.
스트레스가 많은 경우에는 처음엔 복부가 움직이지 않고 가슴 부분의 손만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호흡을 깊이 내쉬면서 가슴부분을 톡톡 두드리시고 호흡을 시작하셔도 좋습니다. 호흡을 활용한 명상은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고 집중하기 쉽기 때문에 집중력을 키우는 좋은 도구가 될 것입니다. 그럼 다음시간에 뵙도록 하겠습니다.
글. 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교수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문헌: Hasenkamp W et al. (2012) Mind wandering and attention during focused meditation: a fine-grained temporal analysis of fluctuating cognitive states. NeuroImage 59(1):750-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