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정의 뇌활용연구실 24편] 명상으로 뇌의 구조는 변화할까?

양현정의 뇌활용연구실

지난 칼럼에서 명상으로 변화하는 뇌의 나이에 대한 연구를 알아보았다. 같은 연구그룹에서 2019년 ‘장기 명상자의 신경해부학’이라는 제목으로, 최소 평균 10년 이상의 명상 경험을 가진 장기 명상자들의 뇌를 분석한 9개의 연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였다. 오늘은 이렇게 장기간에 걸친 명상자들의 뇌는 일반인의 뇌에 비교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뇌의 MRI사진을 보면, 회색으로 보이는 부분과 흰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다. 회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신경세포에서 핵이 있는 세포체가 많이 위치하여서 상대적으로 회색빛으로 보여 회색질이라고 불리운다. 반면, 흰색으로 보이는 부분은, 신경세포에서 축색이라고 불리는 부분이 많이 모여있는 부위인데, 특히 축색을 감싸는 수초라는 구조에 지질성분이 많아 상대적으로 흰색으로 보여 백색질이라고 부른다. 

뇌의 부위에 따라 약간의 예외가 있지만, 뇌 네트워크 전체에 걸쳐, 장기 명상자들은 일반인보다 대체적으로 더 큰 사이즈의 회색질과 백색질을 가지고 있음을 연구자들은 발견하였다.

뇌의 부위에 대한 명칭이 많아서 그 중 몇 개만 언급하자면, 의사결정의 인지처리에 관여하는 안와전두피질, 후각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감각정보를 통합하여 대뇌피질로 전달하는 중계소 역할을 하는 시상,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주의 배당, 보상에 대한 기대, 의사결정, 윤리 및 도덕, 충동억제, 감정과 같은 좀더 고차적 기능을 담당하는 전방대상피질 등에서 장기 명상자들은 일반인보다 더 큰 회색질을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영역들이 장기명상자들에게서 일반인에서보다 더 큰 측정치를 보이는데, 우측 뇌의 설전부라고 하는 영역에서는 장기 명상자들이 일반인보다 더 작은 회색질을 가지고 있었다. 설전부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기억,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자의식,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 근거해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과 관련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기능은 지나치게 강화되면 과도하게 자신을 의식하게 되어 우울감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주요우울장애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설전부와 다른 뇌 영역 간의 기능적 연결성이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증가하여 있다 (Cheng 2018). 

그런데, 장기명상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이러한 기능을 하는 설전부에서 회색질이 감소하여 있기 때문에, 남의 시선이나 평가, 과거의 경험에 사로잡혀 우울하게 되는 일이 더 적도록 뇌구조가 변화하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장기 명상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실제로 긍정정서가 증가해 있고 불안이나 우울감이 감소해 있다는 연구결과들은 이러한 뇌의 구조적 변화를 뒷받침한다. 

이 연구의 저자들은 논문에서, 이렇게 뇌 전체의 큰 스케일에 걸친 구조적 변화가 명상자들에게서 발견되기 때문에, 명상이 뇌의 구조를 변화시키는 효과적인 ‘정신 운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명상은 확실히 뇌의 운동이라는 표현이 어울리게 우리 뇌를 멋지게 변화시키는 것 같다. 근육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듯이, 뇌 운동인 명상으로 뇌를 멋지게 디자인하는 건 어떨까? 

이 연구에서도 10년이상의 장기 명상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명상자들의 명상이전의 뇌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앞으로 무작위 배정시험으로 장기간의 명상 연구가 수행되어져서 이 궁금증도 해소되길 바란다. 

*본 칼럼의 내용은 유튜브 “신경과학자 Dr. Yang의 명상하는 뇌” 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글. 양현정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교수
글로벌사이버대학교 겸임교수

참고문헌
Luders E. et al. The neuroanatomy of long-term meditators.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 28(2019) 172-178
Cheng W. et al. Functional connectivity of the precuneus in unmedicated patients with depression. Biological Psychiatry: Cognitive Neuroscience and Neuroimaging. 3:12(2018)1040-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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