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삭한 피자와 매콤한 햄버거가 즐거웠던 성북동 어느 맛집

[김양강양의 서울에서 여름나기] 못다 한 이야기 3 - 성북동


▲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길상사의 어느 석문.

 길상사는 서울이면서 서울이 아닌 느낌이었다. 울창한 나무가 만들어내는 녹음 우거진 그늘도, 스님들 수양을 위한 아기자기한 공간들도 시간이 멈춘 듯 흘러가고 있었다.  


▲ 까치도 명상 중이라고 생각하면 억지일까?

까치마저 명상이라도 하듯 석등 위에서 가만히 쉬어가는 그곳에서 벗어나는 발걸음은 아쉽기만 했다.


▲ 대사관 위치를 알리는 이정표가 나열된 성북동 어느 길거리

하지만 길상사를 나와 대사관이 많은 길로 접어들 즈음,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른 곳으로 가는 발길이 바빠졌다. 그래, 사람은 언제나 흘러가는 법이지.

김양과 강양이 이번에 찾아갈 곳은 ‘시리어스 델리’라는 성북동의 맛집이었다. 김양이 지인에게 추천받은 곳으로 지인의 말을 빌리자면, 여러 가지 치즈가 올라간 화덕 피자와 매운맛의 수제 햄버거가 그렇게 맛있단다.

맛있는 음식을 앞두고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아마도 뇌에서 분비되는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의 작용에 대한 기대 때문일 터. 세로토닌은 기분을 좋게 만드는 호르몬인데, 사실 음식에 들어 있는 세로토닌은 사람의 기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다. 뇌에 있는 ‘혈뇌장벽’이라는 보호메커니즘 때문이다. 각종 질병 인자나 독성물질이 뇌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이 성벽을 드나들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런데 세로토닌의 재료인 트립토판이라는 필수 아미노산은 혈뇌장벽을 통과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신 신체에서 자체 생산은 되지 않고 음식으로 섭취할 수 있는데,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이 함께할 때 흡수가 더 잘 된다.

트립토판이 듬뿍 들어 있는 음식은 우유, 바나나, 치즈, 삶은 고기, 생선 등이다. 그런데 김양과 강양은 무엇을 먹는다? 바로 치즈가 잔뜩 올라간 치즈와 치즈가 들어 있는 햄버거. 그러니 먹고 나면 어떻게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으랴.

그래서 열심히 찾아간 곳은 아니, 성벽(혹은 길상사)을 찾으러 가는 길에 보았던 노란색 외관의 식당이었다. 김양이 지나가며 “저, 인터넷에서 저 집 맛있다는 글 보았어요. 저녁에 ‘시리어스 델리’ 못 찾으면 저기서 먹어 볼까요??” 라고 말했는데 그곳이 이곳일 줄이야. 건물 외벽에 가게 이름을 단 간판이 없으니 만약 누군가 찾아간다면 위치를 ‘단디’ 확인하고 가야 할 듯하다.


▲ Pomodoro Quattro(포모도로 콰트로), 18,000원.

크림소스, 모차렐라 치즈, 고르곤졸라 치즈, 가정식 모차렐라 치즈, 그라나파다노 치즈, 방울 토마토가 토핑으로 올라간 피자. 화덕에서 구워낸 얇은 피자로 도우 바깥쪽까지 바삭바삭하게 즐길 수 있다.

시리어스 델리는 400℃ 화덕에서 피자와 햄버거를 굽는다. 얇은 이탈리아식 피자는 도우 가장자리가 공갈 빵처럼 둥글게 부풀어 올라 씹으면 바삭한 크래커 맛이 났다. 피자 위에 토핑 된 토마토는 원래 구우면 몸에 좋은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 게다가 치즈의 단백질이 합해지면 비타민과 단백질이 어우러지기 때문에 영양 궁합도 좋은 편이다.

화덕 피자를 바삭하게 즐기는 사이, 수제 햄버거도 나왔다.  


▲ serious buger(씨리어스 버거), 16,500원

할라피뇨 씨리어스 미트 소스, 잡곡 빵, 양상추, 양파, 소고기 패티, 감자전, 토마토, 베이컨, 달걀, 치즈로 구성. 특이하게 프라이팬처럼 생긴 곳에 담겨 나온다. 한입에 베어 먹기는 어려우니 나이프와 포크를 잘 활용해야 한다. 

이곳에서 파는 모든 수제 햄버거는 400℃ 화덕에서 구워진다. 그리고 웰빙 잡곡 빵과 한우와 국내산 육우의 고기즙이 풍부한 패티가 들어간다고 메뉴판에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

꽤 매콤한 할라피뇨소스가 굉장히 입맛 당기게 한다. 사람들은 스트레스 쌓였을 때 매운 음식을 찾는 경향이 크다. 매운맛은 사실 ‘맛’이 아닌 ‘통감’을 자극하는 통증으로 뇌에서 인식하므로 통증 경감을 위해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하기 때문. 그래서 기분이 좋아진다.

트립토판과 탄수화물의 궁합, 피자와 도파민을 자극하는 맛있게 매콤한 햄버거를 즐기고 기분 좋게 나왔을 때는 길었던 여름 해도 이미 저물었을 무렵이었다.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 초입, 구름이 약간 낀 날씨였지만 그래서 오히려 덜 더워서 좋았던 성북동의 어느 하루가 그렇게 끝나갔다.
 

글, 사진.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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