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하는 전어의 '꼬소한' 맛

충남 서천과 전남 보성에서 열리는 가을 전어축제

초가을에 들어서면 전어(錢魚)가 여름 더위에 잃은 식욕을 돌아오게 한다. 가시가 많아 먹는데 불편한 점이 없지 않지만 대부분 잔가시라 꼭 씹어먹으면 씹히는 맛이 있어 회로 많이 먹는다.  전어는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많이 분포하는 바닷물고기이다. 등은 검푸르지만 배는 은백색이어서 떼를 지어 헤엄을 치는 모습을 보면 물 속이 빛나는 것처럼 보인다. 

 

여름 동안 먼 바다에서 지내고 10월께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 우리나라 연안이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으로 이동한다.  9월부터 10월에 전어가 많이 잡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선시대에도 전어가 여러 곳에서 많이 잡혔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와 함경도의 토산이 전어로 되어 있다. 거의 전국에서 전어가 나온 셈이다. 

 

전어는 왜 전어(錢魚)라고 했을까? 일설에는 옛날 돈과 같이 생겨서 돈 전(錢)를 써 전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서유구의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 )』와『임원경제지』에는 전어(錢魚)에 대해 상인이 염장하여 서울서 파는데 신분이 높은 사람이나 낮은 사람이나 모두 좋아한다고 하였다. 그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했다는 기록이 있다.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먹어 '돈을 먹는 고기'라고 했음직하다.     

 


▲ 조선시대 서유구가 쓴 '난호어목지'에 수록된 '전어'에 대한 설명. <자료=국립중앙도서관>

 

정약전(丁若銓)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전어(箭魚)"로 나온다.  속명도 같다 하였으며, 또 "큰 것은 1척 가량이고 몸이 높고 좁다. 빛깔은 청흑색이다. 기름이 많고 맛이 좋고 짙다. 흑산도에 간혹 있는데 육지 가까운 곳에서 나는 것만 못하다."라고 기록하였다.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 )』에서는 민물고기  '살치'를 전어(箭魚: 화살처럼 빠른 고기)라고 하였다.

 

전어는 생한 것은 회로도 많이 먹지만 구워먹어도 맛있다. 전어를 숯불이나 연탄불에 구우면 기름기가 많이 나온다. 또한 전어는 다른 어류에 비해 기름이 져서 고기 굽는 냄새가 멀리 퍼져, 그 맛을 접해 본 사람은 오랫동안 잊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전어 굽는 냄새에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라는 속담이 생겼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말도 전한다. 비슷한 속담으로는 "봄 멸치, 가을 전어"가 있다. 산란기인 봄에서 여름까지는 맛이 없지만, 산란을 마친 전어가 여름에 먹이를 충분히 먹고 자라 가을이 되면 살이 오른다. 가을에 살이 오른 전어는 씹히는 맛이 있고 맛이 최고에 달하기 때문에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속담도 나올 만큼 가을 전어는 맛이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전어는 맛뿐만이 아니라 영양도 매우 뛰어난 식품으로 DHA와 EPA와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들어있어 혈중 콜레스테롤을 줄이는데 도움이 되며, 뼈째로 먹기 때문에 칼슘 섭취에도 효과적이다. 전어회는 숙취제거와 피부 미용에 큰 효과가 있다 하여 여성들이 즐겨 찾기도 한다.

 

올해는 전어가 많이 잡혀 가격이 지난해 절반으로 내렸다고 한다.  가정에서 부담없이 구입하여 맛볼 수 있을 것같다. 가을나들이를 겸하여 전어 축제를 구경해도 좋겠다. 충남 서천과 전남 보성에서 전어축제를 개최한다.

 

충남 서천에서는 제12회 홍원항 자연산 전어·꽃게 축제를 8일부터 16일간 충남 서천군 서면 홍원항에서 개최한다. 8일 오전 12시 개막식과 전어 시식회, 초청가수 공연 등을 축제가 시작되는데  행사장에서는 맨손으로 전어 잡기, 조개껍질 공예 체험, 바다생물 관찰하기 등 다채로운 체험행사와 수산물 직거래 장터, 서천군 특산품 판매 등 행사가 열린다.  

 


▲ 제12회 홍원항 자연산 전어·꽃게축제가 열리는 충남 서천군 서면 홍원항.<사진=충남 서천군>

 

서천시티투어 버스가 축제기간동안 7회(14, 15, 16, 18, 21, 22, 23)에 걸쳐 오전 11시 서천역에서 출발하여 축제장과 동백정, 춘장대해수욕장 등을 운행하여 관람객들의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다.

 

음식부스 요리장터를 탈피하여 홍원항 상가중심으로 요리장터를 운영하여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고 관광객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전어음식을 제공한다. 홍원항 전어·꽃게축제 추진위원회에서는 축제장 음식 가격을 1kg당 전어구이·전어회 및 회무침을 3만원으로 고정하고 특히 화요일에는 이벤트 날로 2만원에 판매할 예정이다. 

 

전남 보성군은  회천면 율포 해수풀장과 솔밭해변 일원에서 9월 14일 저녁 개막식을 시작으로 16일까지 3일간 "보성전어축제"를 개최한다.   올해 8회째를 맞는 보성전어축제는 보성전어축제추진위원회(위원장 박태신) 주관으로 열리며, 녹차와 득량만에서 갓 잡아 올린 전어를 테마로 더욱 풍성해진 볼거리와 프로그램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할 계획이라니 그런 유혹이라면 넘어가도 문제될 게 없겠다.

 


▲ 전어 소금구이 <사진=전남 보성군>

 

전어잡기 및 전어구이 체험, 전어요리 체험 및 시식회 등 신나는 체험 행사와 축하공연, 관광객 어울 마당, 지역특산품 전시 판매 등의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마련된다.  특히 율포 해수풀장에 전어를 풀어놓고 참가자들이 직접 잡은 전어를 즉석에서 회와 구이로 맛 볼 수 있는 전어잡기 체험과 전어요리 시식은 전어축제의 백미. 해마다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한 체험행사다.

 

예로부터 청정 득량만에서 잡히는 보성전어는 고소하고 비린내가 없는데다 약간의 단맛까지 있어 양념을 하지 않고 회로 먹어도 제격이고 소금을 적당히 발라 통째로 바싹 구워먹어도 그 맛이 일품이다.

 

글. 정유철 npns@naver.com
코리안스피릿 편집국장, 전 전남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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