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살이의 다양한 이슈를 ‘뇌’의 관점에서 풀어보는 브레인 셀럽.
《음식이 나다》 저자 오새은을 초대해 영양과 건강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새은 저자는 40세 이전까지 패션디자이너로 살다가 영양과 건강에 관한 공부를 시작한 이후 관련 분야의 책을 집필하며 많은 강연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음식이 곧 나인 이유
여러분은 건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내가 어떤 음식을 먹는지, 어떤 물을 마시는지, 어떤 공기로 숨을 쉬는지 관심을 갖고 살펴보나요?
대부분의 사람이 건강에 관심은 있지만, 되는 대로 먹고 누군가가 좋다고 하니까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선택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먹고 쓰는 것들이 건강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합니다.
우리 몸의 기본 단위인 세포는 매일 죽고 태어나기를 반복합니다. 집을 지을 때 시멘트, 자갈, 모래, 철근 같은 자재가 필요하듯이 우리 몸에도 재료가 필요한데, 그것이 바로 영양소입니다. 영양소는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으로부터 공급됩니다.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이루는 것이죠.
수명은 길어졌지만 예전보다 건강하지는 않아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1970년대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수명은 남자 59세, 여자 65.8세였습니다. 그런데 2021년 평균 수명은 남자 80.6세, 여자 86.6세로 약 22년 늘었습니다. 앞으로는 120세 시대가 열린다고 하죠. 우리는 과거보다 분명히 오래 살고 있지만, 수명과 삶의 질은 그에 비례하지 않아 보입니다.
2019년 WHO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현대인의 주요 사망 원인 10개 중 7개가 비감염성 질환입니다. 이런 질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대사질환이에요. 대사질환은 주로 고혈압, 당뇨, 비만 등 좋지 않은 생활 습관과 먹을거리에서 비롯됩니다. 2020년 우리나라 30세 이상 당뇨 환자가 570만 명으로 집계됐는데, 2010년 320만 명이었음을 감안하면 250만 명이나 증가했어요. 생활수준은 나아지고 있지만 이 같은 대사 질환 때문에 건강하고 행복한 웰빙 라이프가 방해받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로 보입니다.
먹을거리는 풍부해졌지만 현대인들은 오히려 그런 먹을거리로 인해 건강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평균 수명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 수명이죠. 노인 의료 의존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어서 실제로 2021년 자료에 의하면 노인 인구 진료비는 총 진료비의 43퍼센트에 해당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병원에 의존하게 되면 삶의 질은 떨어지게 되는 것이죠.
현대인이 건강해지기 어려운 6가지 이유
현대인이 건강하지 못한 이유를 6가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식재료의 영양 감소와 질 저하입니다. 땅의 영양분이 고갈됐다는 것이죠. 미네랄은 우리 몸의 4퍼센트 정도를 구성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반드시 음식물로 섭취해야 됩니다.
그런데 땅에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하면 식물이 미네랄을 흡수할 수 있도록 돕는 미생물의 수가 현저히 감소해 식물의 영양소가 부족해지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산성비가 식물의 영양소를 파괴하기도 하죠. 땅으로부터 공급받는 영양소도 부족한데, 산성비로 인해 비타민이나 미네랄들이 해실되고 있어요.
두 번째는 GMO입니다. 유전자 변형 식품이 너무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GMO 식품을 먹고 있어요. GMO란 냉해에 강한 넙치의 유전자를 딸기에 접목해 냉해에 강한 딸기를 만들어내는 식의 유전자 변형 작물을 말합니다. 물론 GMO가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인슐린을 만들거나 여러 가지 의약품을 만드는 데 쓰이기도 하는데, 사람이 먹거나 동물의 사료로 쓰이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GMO 수입 1위 국가입니다. 일반 쌀이 국내에서 농약 검출되는 허용치가 0.05ppm인데 수입 옥수수는 5ppm, 대두는 20ppm, 카놀라유는 20ppm 정도 됩니다. GMO 안에 들어있는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트의 허용치가 이렇게 넉넉합니다.
그래서 글리포세이트를 가지고 많은 연구자들이 실험을 해봤어요. GMO에 있는 글리포세이트를 먹은 쥐는 90일 후에 간과 신장에 이상이 나타났고, 2년 후에는 암이 생겼습니다. 결국 2015년에 글리포세이트는 A군 발암물질로 분류됐죠.
세 번째는 불규칙한 식사와 잦은 외식을 들 수 있습니다. 요즘 많이 이용하는 배달 음식에는 GMO 사료를 먹은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이 그득한 육류가 많이 포함됩니다. 배달음식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도 큰 문제죠. 이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도 발생시킵니다.
네 번째는 인스턴트 식품과 가공식품, 탄산음료 섭취의 증가입니다. 인스턴트 식품과 가공식품에는 GMO 원료인 옥수수 전분이 대부분 들어가 있어요. 식품 포장지의 성분표를 보면 가장 많이 들어간 성분이 맨 앞에 적혀 있습니다. 식품 첨가물이 많이 적힌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입산 옥수수, 수입산 콩, 탈지대두가 적혀 있으면 일단 저는 내려놓습니다.
다섯 번째는 불규칙하고 부족한 수면입니다. 음주운전과 졸음운전 중 어떤 게 더 위험할까요? 졸음운전이 훨씬 위험하고 큰 사고를 유발합니다. 건강하기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수면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이고 운동과 영양소 섭취입니다. 잠만 잘 자도 신체 활력을 높일 수 있어요. 뇌조직의 노폐물도 잠 잘 때 처리됩니다. 다이어트의 효과를 높이는 것도 양질의 수면이고, 수면은 당뇨,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간 청소 역시 잠 잘 때 일어나죠. 면역력 증가에도 도움이 되니 질 좋은 수면은 건강에 깊이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요인입니다.
여섯 번째는 잘못된 운동입니다. 자신의 몸 상태에 맞지 않는 운동을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만 높일 뿐이에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의 강도와 시간을 몸에 맞게 조절하세요.
음식이 소화, 흡수되는 과정
음식이 몸이 들어와서 소화 흡수되는 과정과 에너지 대사 과정을 살펴볼까요.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탄수화물, 단백질, 수용성 비타민, 미네랄 등의 영양소는 소장에 있는 모세혈관과 간 문맥을 거쳐 간으로 가고, 간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가 온몸으로 전달됩니다.
그런데 지방산, 글리세롤, 지용성 비타민 등 지질에 해당되는 영양소는 림프관으로 흡수돼 가슴관을 타고 심장으로 갑니다. 영양소들이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바로 가는 것이죠. 어딘가 머무르는 데가 없어요. 그러면 지방을 많이 먹으면 심장을 통해 온몸으로 확 가버리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되겠어요. 혈액이 끈적끈적해지겠죠.
건강을 지키는 4가지 관리
첫 번째는 면역력 관리입니다. 면역력을 올리려면 림프와 면역계를 동시에 관리해야 합니다. 위장, 소장, 대장은 체내가 아닌 체외 기관입니다. 우리 몸속에 있지만 외부 공기와 접하고 있기 때문에 체외 기관인 것이죠.
입에서부터 항문까지의 모든 통로는 점막으로 되어 있습니다. 입 점막, 식도 점막, 위 점막, 소장 점막, 대장 점막, 항문 점막까지. 그런데 외부에서 들어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침입자들은 이 점막을 통해 침투합니다. 그래서 점막이 튼튼해야 합니다. 점막 중에서도 장 점막은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모든 면역 세포의 80퍼센트가 장에서 생성된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져 있죠.
우리 몸의 모든 질병과 건강을 좌우하는 것이 장내 미생물입니다. 장내 미생물은 뇌와 연결돼 있어요. 장내 세균에는 유익균과 유해균이 있는데, 이 미생물들의 증식과 소멸은 음식에 의해 좌우됩니다. 유익균과 유해균의 균형을 맞춰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뇌에도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장내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식이섬유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장을 건강하게 하는 좋은 식습관입니다.
두 번째는 혈액과 혈관 관리입니다. 적혈구의 수명이 120일에서 130일이기 때문에 혈액의 질은 음식의 영양소 밸런스를 맞추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혈관은 바꿀 수 없어요. 단백질과 근육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죠. 혈관 건강을 위해 혈관 속에 노폐물이 쌓이지 않게 하고, 혈관의 탄력을 높이는 영양소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세 번째는 호르몬 관리입니다.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자율적으로 분비되며 기능합니다. 그런데 이 호르몬을 잘못 관리해 교란이 일어나면 우리는 고난에 처하게 되죠. 어느 날 갑자기 호르몬이 나를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잠도 못 자고, 운동도 안 하고, 아무거나 막 먹으며 매일을 보낸다면 어느 순간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그러나 질 좋은 음식을 먹고 적절하게 운동하는 날들이 이어진다면 다시 건강한 쪽으로 옮겨가겠죠. 몸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꾸준함이 있어야 합니다. 며칠 반짝해서는 절대 바뀌지 않아요.
네 번째는 체지방 관리입니다. 우리 몸에 독소가 들어오면 이를 중화하는 데 체지방이 아주 큰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독소는 대부분 지용성이에요. 지방은 지방에 녹아들죠. 그래서 지용성 독소는 체지방으로 들어가 쌓이게 됩니다. 체지방이 많으면 그만큼 독소가 많이 쌓일 수 있으므로 건강을 위해 체지방 관리가 꼭 필요합니다.
체지방은 줄이는 방법은 물론 다이어트를 하는 것입니다. 다이어트는 체중 조절이 아니라 체지방을 줄이고, 근육량을 높여 요요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독소를 빼내는 디톡스 과정 없이 체중만 줄이는 경우에는 반드시 요요가 옵니다. 디톡스 할 때는 좋은 물을 마시고, 비타민과 식이섬유를 섭취하세요.
갱년기에 호르몬제를 먹어야 할까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가슴이 나오고 허리가 들어가고 엉덩이가 커지게 할 뿐 아니라 피부와 모발의 건강, 골밀도를 유지하는 작용을 합니다. 또 LDL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질을 감소시켜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낮추고,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세로토닌 분비를 도와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게 합니다. 또한 비뇨 생식기의 분비물을 조절하고, 장내 유익균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에스트로겐은 35세를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하는데, 이로 인해 몸 전체의 불협화음이 생기는 시기를 갱년기라고 합니다. 갱년기에는 주로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납니다.
얼굴이 빨개지는 안면 홍조가 나타나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불면증이 오고, 우울감이 생기고, 신경이 예민해집니다. 없던 공황 중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피로감이 심하고, 성관계가 불편해지고, 배뇨 이상이나 질 건조, 관절 통증을 느낍니다. 여성 갱년기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병원에서 호르몬제 처방을 받기도 하나, 영양 요법을 통한 조절도 가능합니다.
몸을 새롭게 정비하는 시기
갱년기에는 마음만큼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죠. 몸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러운 마음가짐입니다. 자신의 몸 상태를 파악해 적절한 운동법과 호흡법을 익히는 것도 매우 필요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커튼을 걷고 햇볕을 쬐어 뇌에 신호를 보내세요. 그런 다음 스트레칭으로 천천히 몸을 풀어주면서 복식호흡을 합니다. 스트레칭은 혈액순환을 돕고, 복식호흡은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마음을 안정시킵니다.
갱년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몸과 마음의 교란을 지켜보며 착잡해지기보다는 건강을 위한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며 건강을 잘 관리한다면 삶의 새로운 감각이 열릴 것입니다.
정리_브레인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