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의 열쇠는 사람 그리고 뇌

[집중리포트] 두뇌 훈련, 웰니스의 흐름을 바꾸다

브레인 97호
2023년 03월 01일 (수)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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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웰니스 사업의 새로운 흐름과 전망 ⓒ게티이미지

웰니스 사업의 새로운 흐름과 전망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를 꼽을 때 ‘건강’은 빼놓을 수 없다. 건강을 돕는 음식, 영양제, 피트니스 프로그램, 의료 서비스 등과 관련된 산업이 우리 삶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구 구조가 변화하고, 소득 수준이 올라가고, 삶의 질이 향상될수록 건강 관련 산업은 부상한다.

웰니스Wellness’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건강’에 대한 정의를 심화시키고 광범위한 관점에서 접근한 새로운 건강관을 의미한다. 미국 의학자 헐버트 던Halbert L. Dunn에 의해 처음 제창된 웰니스는 운동을 일상생활에 적절하게 도입하여 건강한 일과를 보내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는데, 스파 산업, 미용업계, 요식업계, 관광업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류큐대학의 아라카와 마사시 교수가 웰니스를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환경적 건강, 사회적 건강을 바탕으로 멋진 인생을 디자인해가는 자기실현’으로 정의하면서 건강은 기반이고 웰니스는 삶의 방식이라는 새로운 정의를 제시했다.

실제 현대인들의 생활양식이 변화하면서 신체의 건강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활기차고 쾌적한 상태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 보편화되었고, 균형 잡힌 삶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다. 잘 갖춰진 복지 시스템에서도 육체적, 정신적 건강 이상은 개인에게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와 국가적 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정치, 사회적 관심도 커지는 추세다.

이를 배경으로 형성되고 있는 웰니스 시장은 적극적인 건강증진과 예방 활동을 통해 최적의 건강상태와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제품, 시스템, 서비스 등을 생산, 유통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다. 맥킨지 컨설팅펌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약 1.5조 달러(1천 300조 원) 규모이며, 매년 5~10퍼센트의 성장률을 보인다. 이미 구글, 삼성, GE, 나이키, 필립스, 인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웰웰빙 상태를 스스로 만들어가도록 어떻게 이끌 것인가 하는데있다.
 

▲ ⓒ게티이미지


미국 1위 헬스케어 ‘눔noom’이 발견한 시장, 행동변화 코칭

이런 흐름에서 주목해야 할 기업이 있다. 한국인인 정세주 대표가 미국에서 창업한 ‘눔noom’이다. 2021년 눔의 전 세계 회원수는 4,500만 명이고, 이중 한국 사용자는 400만 명이다. 2021년 5월 5억 4,000만 달러(약 6,027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블룸버그가 평가한 기업가치는 37억 달러(4조 1,300억 원)에 이른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중 사상 최대 규모다.

눔이 발견한 시장의 기회는 미국인의 60퍼센트가 만성질환을 앓고 있음에도 이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였다. 그야말로 아픈 것이 정상인 사회였다. 문제의 근원을 살펴보니 대부분 비만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식단, 운동, 스트레스 관리, 휴식을 중요한 관리 요소로 접근했다. 그러나 단순히 식단을 기록하고 운동을 제안하는 서비스로는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해 심리와 행동 변화를 이끄는 솔루션을 고안함으로써 지금의 눔에 이르렀다.
 

▲ 디지털 헬스케어 눔noom


눔은 일상생활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행동변화, 습관형성을 유도한다. 건강개선에 대한 의지는 높으나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할지 막막한 사용자에게 건강한 식단,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단계적으로 이를 변화시켜 나간다.

특히 눔이 내세우는 눔 코치는 사용자의 심리를 이해하고 앱을 통해 1:1관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행동변화를 이끈다. 좋지 않은 습관을 질책하는 대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 공감하고, 격려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면서 사용자 스스로 변화의 동기를 갖고 움직이게 한다.

이를 뒷받침하여 효율적인 코칭이 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분석하고 제안을 만들어내는 인공지능을 사용했다. 사용자가 식단, 운동 등의 데이터를 쉽게 입력하고니스 사업에 진출하여 선점을 노리고 있다.

특히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기술의 발전은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 출시 이래 10년도 채 안 되는 사이 필수품이 된 스마트폰이 웰니스와 결합해 일상생활 중의 건강 데이터를 기록하고, 웰니스에 필요한 정보와 콘텐츠를 제공한다.

더구나 스마트 워치, 밴드, 각종 웨어러블 센서 등으로 손쉽게 생체신호를 감지하여 개인의 건강정보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고,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웰니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가 발견되었을 때 치료 조치를 넘어, 적극적으로 건강을 관리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생활양식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웰니스 산업의 핵심은 결국 개개인이 ‘웰빙wellbeing’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는 점이다. 웰니스 기술의 발전방향도 결국 ‘사람’의 웰빙을 위해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지속적인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시스템을 구현했다.

사용자는 눔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생활습관을 갖게 되고, 체중 감량뿐 아니라 스트레스 관리, 수면 지원, 당뇨병과 고혈압 관리까지 종합적인 헬스케어를 제공 받는다.

눔의 사례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사용자가 입력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콘텐츠와 코칭 서비스를 제공하여 스스로 건강한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행동변화를 이끈다는 점이다. 상품의 생산자 혹은 서비스의 제공자로 ‘판매’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용자의 ‘실질적인 변화’에 중점을 둔 것이다. 이는 건강을 관리하여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웰니스의 본질에 충실한 접근이며, 사용자를 주체로 건강이라는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웰니스 사업을 확장시키는 강력한 동력이 된다.

앞으로 웰니스 사업은 수많은 건강 정보가 유통되고 양질의 상품이 앞다투어 출시되는 가운데 고도화된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인 맞춤형 서비스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사용자가 입력한 데이터를 비롯해 스마트 워치 등으로 손쉽게 측정 가능한 생체신호는 이를 가속화할 것이고, 그럴수록 사용자 개개인은 더욱 유리한 위치에서 서비스를 선택하며 웰니스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 ⓒ게티이미지

 
지속적인 웰빙을 이끄는 열쇠, 뇌

다시 아라카와 마사시 교수의 정의로 돌아가보자. 웰니스는 신체적 건강, 정신적 건강, 환경적 건강, 사회적 건강을 바탕으로 멋진 인생을 디자인해가는 자기실현이라고 했다. 이에 준하여 진정한 의미의 웰니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눔의 접근과 같이 개개인이 자신의 웰니스에 주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건강을 관리하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스스로 자신의 건강을 지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자기 자신의 웰니스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그 가능성을 우리의 ‘뇌’에서 찾는다. 생명체는 내부 환경을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상성(Homeostasis)을 지니고 있고, 뇌는 신체 시스템을 통제하고 조율하며 이를 구현한다.

우리의 뇌와 몸이 지니고 있는 자연치유력과 면역력은 항상성의 일환으로 별도의 학습이나 훈련이 없어도 발현된다. 외부의 환경에서 비롯된 각종 자극, 스트레스로 생긴 신체와 정신의 문제를 스스로 감지하고 자연치유력과 면역력을 회복할 수 있는 조치를 하는 것으로 웰니스가 가능하다. 큰 문제가 생기기 전에 생활 속에서 겪을 수 있는 불편감으로 뇌와 몸의 불균형을 감지하고 그에 대응하는 적절한 운동과 식단 관리, 수면 관리, 스트레스 관리를 스스로 해나가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 새로운 학습이나 경험에 따라 기존의 신경망을 새롭게 구축하는 뇌의 속성,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은 무한한 가치를 내포한다. 신경망은 유전자형의 발현이나 환경 요인에 따라 변화하는데, 의도를 가진 훈련으로도 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

야식을 먹는 생활 패턴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평소의 습관을 거슬러 물 섭취로 대신하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거나 일찍 취침하는 등의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다. 운동습관, 수면습관도 마찬가지다. 행동뿐만 아니라, 인지, 감정과 관계된 뇌 신경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실로 그 범주는 무한하다.
 

브레인트레이너, 웰니스를 말하다

눔 창업자가 한국인이라는 사실 외에도, 한국에서의 웰니스 시장은 주목할 만하다. 지난 연말, 두뇌 훈련 분야에서 유일한 국가공인 자격인 브레인트레이너들이 한자리에 모인 ‘2022 브레인트레이너 컨퍼런스’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며, 브레인트레이너가 웰니스 시대 심신훈련 및 코칭 전문가로 주목받았다.

브레인트레이너는 유아부터 노년까지 전 연령을 대상으로 인지기능 향상, 창의성 계발, 스트레스 관리, 정서 조절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며,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치매 예방 두뇌 트레이닝은 중앙 부처, 지자체 지원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이 뇌과학 분야에서는 선진국을 뒤따라가지만, 뇌활용 분야에서는 두뇌 훈련 국가공인 자격제도를 처음 제시한 국가인 만큼 웰니스 산업에서의 핵심인 ‘뇌’와 ‘사람 중심’에 관한 발전 가능성이 높게 제시된 것으로 평가된다.

브레인트레이닝이 웰니스의 중요한 방안으로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래된 습관을 변화시키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브레인트레이너는 피훈련자가 자신의 뇌를 믿고 변화를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여 자기 자신의 웰니스 전문가가 되도록 두뇌 훈련을 가이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뇌에 대한 이해에 기반하여 전개되는 웰니스 사업으로 개개인이 자신의 뇌가 지닌 무한한 가치와 가능성을 알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건강뿐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변화는 소속된 사회와 국가, 이 지구와의 긴밀한 연결성으로 말미암아 공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한 여건은 두루 잘 갖춰지고 있다.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계측 가능한 지표, 열려 있는 정보와 이를 뒷받침하는 ICT 플랫폼 위에서 멋진 인생을 디자인하는 웰니스 사업을 펼치기에 적기인 것이다. 이는 모두에게 이로운 일일 뿐 아니라 사업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메가 트렌드가 될 것이다.
 

글. 노형철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사무국장,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대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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