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도 선선해 걷기 좋은 가을, 가족끼리 도시락 싸서 야외로 놀러 가기 좋은 날씨다. 함께 도시락을 먹고 소화할 겸 좋은 경치 속에서 걸으며 대화를 나누면 가족 간에 사랑도 두 배! 서울시에서 올 가을에 선정한 ‘가을철 걷기 좋은 서울길 10선’ 중 2번째 테마가 바로 ‘가족 나들이’다. 가족과 함께 걷기 좋은 산책길은 어디가 있을까?
서울이 품고 있는 5가지 보물찾기
온 가족이 산책도 하고 좋은 풍경 구경도 할 수 있는 최고의 길은 정릉 숲길, 성북동 고택 북촌 문화길, 인사동 문화길, 서리골 서리풀 공원길, 배봉산 중랑천 둑길 등 5개 코스가 뽑혔다.
▲ 북악스카이웨이
정릉 숲길(7.4㎞, 2시간 30분, 중급)
한성대입구역~북악스카이웨이~정릉 숲길~한성대입구역
서울의 숨은 보석 정릉이 가족과 가을에 산책하기 좋은 곳으로 선정되었다. 정릉은 수려한 풍경을 보며 산책을 하는 동시에 역사 공부도 함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정릉은 이성계에게 버들잎을 띄운 물바가지를 건넸다는 일화로 유명한 신덕왕후 강씨를 모신 능으로 지명은 많이 알려졌지만, 실제 정릉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북악스카이웨이를 지나 정릉 숲길에 들어서면 울창한 참나무와 소나무가 반긴다. 도시의 소음은 어느새 멀어지고 새소리 물소리에 청량감이 전해져 오는 정릉은 주택가 안쪽에 있는 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정릉에서는 작은 계곡과 약수터를 자주 만날 수 있고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다. 그래서 어린아이는 물론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 가족이 가볍게 걷기 적합하다.
▲ 삼청공원 염상섭상
성북동 고택 북촌 문화길(8.7㎞, 3시간, 중급)
한성대입구역~최순우 옛집~길상사~수연산방~심우장~숙정문~삼청공원~북촌한옥마을~안국역
성북동의 소박한 옛길은 옛 보물지도를 따라 걷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고 보존하는데 일생을 바쳤던 최순우 선생의 옛집에서는 한국의 미를 발견할 수 있다. 요정에서 절이 된 길상사에서는 법정 스님의 깨달음을 되새긴다. 고풍스러운 수연산방에서 차 한 잔 향기에 취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만해 한용운 선생이 기거하던 심우장에서는 굽히지 않는 기개를 느껴보자.
삼청공원에서는 푸른 숲의 기운을 몸 구석구석 채워본다. 성북동의 소박한 옛길은 걷는 이들에게 따스함과 맑고 향기로움을 온몸 가득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괜찮은 소풍코스이다.
▲ 경복궁 향원정
인사동 문화길(4.5㎞, 1시간 30분, 초급)
경복궁역~청와대 앞길~경복궁 신무문~인사동 특화문화거리~탑골공원~종로3가역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거리, 인사동 문화길은 근․현대사의 희로애락이 녹아있다.
경복궁에선 주변 산세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궁궐을 보며 조선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다. 인사동 문화 특화 거리에는 다양한 풍물이 넘친다. 거리 곳곳에서 한국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이곳만의 특권일 수 있다. 골목마다 기념품점이며 공예집들이 빼곡하니 가족이 함께 길을 잃고 헤매도 여전히 즐거운 길이다. 도보 끝의 탑골공원에선 조용히 산책을 즐기며 도보여행에 지친 몸을 잠시 쉬는 여유를 즐겨 보자.
▲ 누에다리
서리골 서리풀 공원길(3.9㎞, 1시간 20분, 초급)
고속터미널역~서래공원~서리골공원~몽마르뜨공원~서리풀공원~방배역
서초동의 옛 지명인 서리골은 옛날 이곳에 서리풀이 무성해 붙은 이름이다. 주변 서래마을에 프랑스인이 많이 살고 있어 서리풀 공원길을 걷다 보면 산책을 나온 외국인도 자주 만나는 이국적 코스다.
빌딩 숲 속에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세 공원으로 이어진다. 길쭉한 건물로 이루어진 정글 같은 강남 한복판에 이런 아름다운 숲길이 이어져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하다. 서리골 공원에서 몽마르뜨 공원을 지나 자연에 동화되는 숲 서리풀 공원까지, 누에다리와 서리풀다리가 만들어지면서 세 공원의 산책로가 모두 연결됐다. 도심 숲길을 따라 가족과 함께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며 가볍게 걷기 좋은 길이다.
▲ 중랑천 둑길
배봉산 중랑천 둑길(7.1㎞, 2시간 30분, 중급)
회기역~배봉산 근린공원~중랑천 둑길~장한평역
배봉산 능선길과 중랑천 둑길을 한 번에 걸을 수 있어 가을에 함께하기 좋은 산책코스다.
배봉산은 작은 동산이라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고 능선도 완만하게 이어져 시민에게 사랑받는 산책로이다. 높은 산만큼 탁 트인 전망은 아니지만, 나무가 우거져 가을에는 낙엽을 밟으며 가을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중랑천의 높다란 둑길에서는 탁 트인 가을 하늘과 중랑천을 바라보며 여유로움을 즐기며 걸을 수 있다.
(계속)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
사진. 서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