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자폐증 유발 유전자를 밝혀내, 자폐증의 유전적 요인과 발병원인을 규명하고, 약물 부작용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자폐 치료법을 제시하였다.
서울대 강봉균 교수(50세), 연세대 이민구 교수(47세) 및 KAIST 김은준 교수(47세)가 주도한 연구팀은 시냅스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 생크2, Shank2)가 결핍되면 자폐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생쥐)으로 발견했다. 생크2 유전자 결손과 자폐와 관련 있다는 최근 임상결과와 함께, 이 유전자 결손이 자폐를 유도한다는 직접적 증거가 되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는 의미가 크다.
자폐증은 △사회성 결핍 △반복행동 △정신지체 △불안 △과잉행동 등을 동반하는 뇌 발달 장애로, 증상을 보이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 중 1~2%(약 1억 명)인 심각한 뇌 질환이다. 미국 워싱턴대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자폐계 질환을 앓는 젊은 성인이 3명 중 1명이다. 그만큼 다른 장애보다 사회적 생활과 관련된 증세가 위중하다. 그러나 치료방법은 반복행동을 경감시키는 수준에 머무를 뿐, 지금까지 자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되지 못했다.
▲ WT 정상 생쥐는 (Mouse로 표시된 공간에 갇힌) 새로운 생쥐 탐색을 더 많이 함. 무생물체(object로 표시된 공간에 놓여 있음)에는 관심을 덜 보임.
Shank2 결손 생쥐는 새로운 생쥐와 물체를 비슷한 정도로 탐색. Shank2 결손 생쥐의 사회성 행동이 감소되었다는 증거.
▲ Shank2 결핍 생쥐에 CDPPB라는 mGluR5 수용체 자극 약물을 주면 결핍되었던 사회성 행동이 회복됨.
연구팀은 생크2 결손 생쥐를 관찰했다. 그러자 사회성 결핍, 인지학습기능 저하, 반복행동 및 과잉행동 등 자폐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생쥐의 NMDA(N-메칠 D-아스파르트산염) 수용체에서 신경전달 기능이 감소했고, 해마의 시냅스 가소성 등도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NMDA 수용체의 기능을 직접 회복시키는 약물을 사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러자, 생크2 결손 생쥐의 NMDA 수용체 신경전달 이상과 사회성 결핍이 부분적으로(약 50%) 회복되었다.
특정 수용체(mGluR5, 대사성 글루타민산염 수용체를 자극해 NMDA 수용체의 기능을 간접적으로 회복시키는 약물(CDPPB) 실험에서는 더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 생크2 결손 생쥐의 해마 시냅스에 있던 가소성 손상이 회복되었고, NMDA 수용체에 의한 신경전달 등도 정상화되었다. 또한, 사회성 결핍도 NMDA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보다 더 효과적으로 치료되었다.
강봉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생크2 유전자 결손으로 생기는 NMDA 수용체 기능 저하가 바로 자폐증을 일으키는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의미 있는 연구"라고 전했다. 함께 연구한 김은준 교수는 "반복행동뿐만 아니라 자폐증의 주요한 증상인 사회성 결핍도 약물을 통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증명한 연구로, 자폐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권위 있는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지 6월 14일 자에 게재되었고,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Nature Reviews Drug Discovery' 7월호에도 소개될 예정이다.
연구팀 구성은 서울대 강봉균 교수(50세), 연세대 이민구 교수(47세) 및 KAIST 김은준 교수(47세)가 주도하고, 원혜정, 이혜련, 지헌영, 마원, 김재익 박사(이상 제1저자)와 KAIST 김대수 교수 및 경북대 배용철, 이경민 교수 연구팀이 참여했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이승종)이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창의적연구)과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SRC)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