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타고난 '순간 의사 결정' 돕는 뇌 회로 원리 규명

전대상피질-시상핵 회로 조절 통해 행동 선택 및 편향 변화 규명

국내 연구팀이 극한의 상황에서 순간 의사 결정을 도울 수 있는 새로운 뇌 회로 원리를 규명했다.

한국연구재단은 김정진 박사(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연구팀이 위협적인 상황에서 여러 행동 선택지들이 충돌할 때 특정 행동을 선택하게 하는 새로운 대뇌 피질과 시상 사이의 신경 회로 및 세포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극한의 상황들에서 여러 자극들에 의해 촉발되는 무수한 결정의 순간들을 동시에 맞게 된다. 이러한 순간에 빠르게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생존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짧은 시간 내에 주변의 자극 및 상황들을 통합적으로 판단하고, 동시에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이득을 극대화하는 복합적인 의사 결정이 필수적이다.

러나 기존 연구들은 대체로 학습된 하나의 행동을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것에 집중돼 있어 둘 이상의 행동 사이에서의 갈등, 특히 본능적 행동을 선택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연구팀은 여러 선택지가 동시에 주어졌을 때 빠른 시간 안에 특정 행동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 전대상피질-시상핵 회로가 중요하다는 것을 밝혔다. 

광섬유 이미징, 초소형 뇌심부 광이미징, 광유전학 등의 다양한 최신 신경 연구 기법들을 활용해 의사 결정 관련 신경 코딩법을 새롭게 발굴하고, 이를 통해 전대상피질-시상핵 회로를 조절하면 행동 선택의 편향 정도 및 방향이 바뀔 수 있음을 알아냈다.

또한, 전사체 분석을 통해 억제성 신경 세포인 뉴로텐신(Neurotensin) 신경 세포를 전대상 피질에서 발견, 이 신경 세포가 전대상피질-시상핵 회로의 의사 결정 정보 출력을 조절하여 행동의 편향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최초로 규명했다.
 

▲ 대뇌피질-시상핵에 의한 행동 편향 조절 메커니즘 (한국연구재단 제공)


이번 연구성과는 충돌하는 결정의 순간들에서 빠르게 행동을 선택해야 하는 의사 결정 과정에 전대상피질-시상 회로가 관여함을 최초로 밝힌 연구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 강박-충동 장애 등 뇌질환에서 자주 관찰되는 비적응적 행동 편향 증상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시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김정진 책임연구원은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이 적절한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의사 결정을 보조해 줄 수 있는 뇌제어 기술로도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 미래뇌융합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8월 5일 게재되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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