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뇌는 수백 가지의 세포 유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은 분자적, 형태학적, 해부학적 및 기능적 특성에서 매우 다양한 특징을 보인다. 신경세포 대부분은 임신 초기 생성되지만, 세포 유형별 독특한 분자적 특징은 임신 후기와 청소년기 사이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기존의 연구는 출생 후 발달 과정에서 유전자 발현의 변화를 관찰하였으며, 이는 DNA 메틸화와 크로마틴 구조의 재구성이 연관되어 있다. 그러나 태아기 인간 뇌 조직에서 DNA 메틸화와 유전체 3차원 구조 변화를 단일 세포 수준에서 체계적으로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태아기로부터 성인까지의 전두엽 피질과 해마를 대상으로 2019년 이동성 교수가 개발한 단일 세포 메틸-3C (single nucleus methyl 3C, snm3C) 방법을 사용해 각 세포의 크로마틴 구조와 DNA 메틸화를 동시에 분석했다. 이를 통해 인간 뇌 발달 과정에서의 세포 유형별 조절과 후성유전체적 변화의 구체적인 양상을 이해하는 데 이바지하고자 했다.
본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인간이 수정 후 발달 초기 과정에 뇌세포가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예로, 해마의 발달이 전두엽 피질보다 먼저 발달한다는 것과 단백질에 의해 생기는 유전체 3차원 구조의 변화가 DNA 메틸화의 변화보다 선행한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유전체 상에서 조현병의 발병에 영향을 준다고 알려진 자리에 특이적인 유전체 구조로 되어 있는 세포 유형을 찾음으로써 조현병의 연구, 진단 및 치료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이러한 접근법을 다른 신경질환에도 적용하여 원인이 되는 유전자 규명과 세포 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이번에 만든 데이터들은 모든 사람에게 공개하였기에 이를 이용하여 향후 인간 뇌 연구 및 신경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대학교 이동성 교수(의과대학 의학과)가 UCLA의 Chongyuan Luo 교수, UCSF의 Mercedes Paredes 교수 연구팀과 함께 세계적인 과학 저널인 Nature 지에 논문을 게재하였다.
이번에 게재된 논문은‘Temporally Distinct 3D Multi-Omic Dynamics in the Developing Human Brain’으로, 이동성 교수가 2019년 개발한 single nucleus methyl 3C (snm3C) 기법을 활용하여 인간 뇌가 태아기로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의 후성유전적 발달 과정을 세포 수준에서 연구하였다.
이번 연구는 미국 정부 주도 프로젝트인 BRAIN Initiative (Brain Research Through Innovative Neurotechnologies)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BRAIN Initiative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뇌를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동성 교수는 단일세포 수준에서 유전체 3차원 구조와 DNA 메틸화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snm3C를 개발하여 Nature Methods에 발표하였으며 이 기술은 현재 본 연구를 비롯한 다양한 BRAIN Initiative 연구들에서 주요 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본 연구를 통하여 연구진은 태아기로부터 성인까지를 아우르는 세계 최초의‘유전체 3차원 구조-DNA 메틸화 지도’를 구축하였으며 이를 위해 53,000개 이상의 뇌 세포를 snm3C를 이용해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뇌의 조직 부위에 따른 발달 속도의 차이, 유전체 3차원 구조와 DNA 메틸화의 상호작용를 확인할 수 있었으며, 모든 데이터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어 앞으로도 과학자들이 뇌 발달을 연구하는 데 귀중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신경정신질환은 성인기에 발병하더라도, 그 원인은 초기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요인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완성한 인간 뇌 발달 지도는 기존 신경정신질환의 유전적 연구와 연계하여, 분자적 변화가 언제 어디서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대다수의 질병 원인 변이는 염색체의 유전자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어떤 유전자를 조절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개별 세포 내에서 DNA가 어떻게 접히는지 연구함으로써, 유전적 변이가 특정 유전자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할 수 있고, 이는 이러한 질환에 가장 취약한 세포 유형과 발달 시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 snm3C-seq을 통한 인간 뇌 후성유전체 발달 연구 개요와 이를 통해 얻은 세포 유형 및 연령에 따른 분포와 유전체 구조 변화 분석 [사진=서울대학교]
UCLA Chongyuan Luo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자폐증과 같은 신경 발달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발달 과정의 실패가 언제,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성 교수는“이번 연구는 snm3C를 개발하고 처음으로 실제 연구에 적용한 첫 번째 예이다. 본 기술은 뇌뿐만이 아닌 모든 조직과 세포에 적용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여 국내 우수한 연구자분들과 함께 좋은 연구를 하는 한편 앞으로는 유전체 구조와 DNA 메틸화와 함께 각 세포로부터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특징들의 수를 늘려 생명 현상의 이해를 높이는 데에 일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Nature, IF=50.5)’지에 10월 10일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 기초연구실, 면역기전제어기술개발사업과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BICAN(Brain Initiative Cell Atlas Network), Chan Zuckerberg 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