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를 배양한 오가노이드 지능에서 바이오컴퓨터까지

뇌과학 리뷰

브레인 98호
2023년 04월 05일 (수)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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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챗GPT 전성시대이다. 개발사인 OpenAI는 지난해부터 DALL-E(이미 지 생성 AI)로 돌풍을 일으키더니 챗GPT로 업계 선두주자가 되었고, 이에 놀란 빅테크 기업들도 선두 탈환을 위해 무한 경쟁 중이다.

이런 핫이슈가 아니어도 AI는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숙이 들어와 있다. 언어번역, 얼굴인식, 자율주행 등은 이미 일상이다. 간단한 문장으로 그림이나 영상을 만 들고, fMRI 데이터를 역추적해서 머릿속에 있는 그림을 재구성하기도 하며 고고학, 사법, 생물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한편 원조(?) 지능 연구분야인 뇌과학 진영은 최근 크게 주목할 만한 뉴스가 없 어 상대적으로 이슈에서 밀리는 듯하다. 자연지능 또는 유기체 지능은 이렇게 실 리콘 기반 지능에 계속 밀리기만 할 것인가? 최근 이에 대한 반격인지, 유기체로 이루어진 ‘오가노이드 지능’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제시되었다.
 

생물학적 지능과 인공지능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인 ‘뇌 오가노이드’ 연구

인간지능을 비롯한 생물학적 지능과 기계 기반의 지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인간의 사고능력에 대한 탐구는 오랜 세월 동안 철학이나 심리학 등 인문학의 영역이었고, 사고와 지능이 두뇌와 관련됨을 알게 된 것은 근대 이후이다. 뉴런의 구조와 전기신호를 주고 받는 메커니즘은 20세기 중반에나 밝혀졌고, 21세기인 지금도 새로운 타입의 뉴런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간간이 전해지고 있다.

인공지능의 경우, 기계학습 이론은 1950 년대부터 나왔고, 뉴런의 정보교류 메커니 즘이 밝혀진 직후에 이를 모델링한 이론도 나왔으나, 현실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보 이도록 구현되기까지는 하드웨어의 발전 과 데이터의 축적을 기다려야 했다. 2010년대가 되어서야 빅데이터 분석, 인공신경 망, 딥러닝 모델 등의 위력이 증명되었다. 자연지능에서 따온 모델을 본격적으로 인 공지능에 도입하고 구현한 것은 20년도 채 안 된 일이다.

반면 인공지능의 발달이 뇌과학 연구에 기여한 바는 비교적 덜하다. 딥러닝 이미지 분석 기술이 영상의학 분야의 발전을 이끌고, 새로운 발견도 보고되고 있으나 인공 지능 이슈만큼 뉴스가 될 만한 성과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이렇게 서로 간접적인 영향만 주고받던 유 기체 기반 지능과 인공지능과의 거리를  획기적으로 줄인 연구가 지난해 국제학술지 《Neuron》에 발표되었다. 뇌세포를 미세전 극판 위에 배양해서 전기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한 ‘뇌 오가노이드’를 기계학습과 비슷한 방식으로 훈련한 결과, 인공지능보 다 월등한 학습속도를 보였다. 유기체 지능과 인공지능의 직접적인 접점이 만들어 진 것이다.

이 연구의 확장판으로 오가노이드 지능 (이하 OI,Organoid Intelligence)에 대한 계획이 이번에 발표되었다.
 

오가노이드 지능이란

토머스 하텅 미국 존스홉킨스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 교수가 주도하는 국제 공동연 구팀은 뇌세포를 배양해 만든 ‘뇌 오가노 이드’를 활용한 유기물 기반 바이오컴퓨 터Biocomputer 개발계획을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Science》에 발표했다. 그는 이 새로운 분야를 ‘오가노이드 지능’이라 칭하며, 바이오컴퓨터 개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텅 교수는 인간을 포함한 자연계의 뇌가 실리콘 기반 인공지능보다 우수한 점으로 효율성을 꼽았다. 시각정보를 분류하는 데 인공지능은 수백만 개의 샘플이 필요한 반면, 인간은 10여 개, 꿀벌은 100여 개의 샘플이면 충분하다. 
 

▲ 뇌 오가노이드. 자주색은 뉴런, 파란색은 세포핵, 빨강과 녹색은 신경교세포이다(Jesse Plotkin / Johns Hopkins University).


바둑에서도 알파고가 일류 기사 수준까지 학습하는 데 16만판의 훈련이 필요했는데, 이는 사람이 매일 5시 간씩 175년을 두어야 가능한 수이다. 반면 인간 프로기사는 훨씬 적은 판의 훈련으로 비슷한 수준에 오른다.

에너지 면에서도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 한 슈퍼컴퓨터인 미국의 ‘Frontier’가 21메 가와트를 소모하는 반면, 인간의 뇌는 그 100만 분의 1인 20와트면 충분하다. 압도적으로 효율적인 유기체 뇌의 메커니즘을 밝히고 이를 활용하면 현재의 AI보다 더 높은 성능의 바이오컴퓨터를 구현할 수도 있다.

OI 연구개발 성공에 필요한 3가지 기술적 과제도 함께 제시되었다. 첫째는 3차원  오가노이드 양성 및 유지 기술이다. 기존의 오가노이드는 평판에 얇게 배양하는 2차 원적 구조였는데, 실제 뇌와 비슷한 밀도 나 구조를 위해서는 3차원 오가노이드를 배양하고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둘째는 이 3차원 오가노이드 각 세포의 활동에 대한 고해상도 기록, 이에 따른 막대한 데이터의 분석, 그리고 오가노이드와 신호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뇌 오가노이드와 기계장치 간, 그리고 다른 종류의 오가노이드, 예를 들어 외부 자극에 반응할 수 있는 감각기관 오가노이드 등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다. 

이렇게 OI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바이오 컴퓨터 구현 외에 새로운 의학적 발견도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폐증, 치매 등의 환자에게서 얻은 뇌세포를 배양한 OI를 연구한다면, 이 질병에 효과적인 약물이나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OI연구에는 위와 같은 기술적 과제 외에도 이전에 없던 새로운 윤리적 문제가 대두할 수 있다. 가장 큰 도전은 ‘만약OI가 의식을 가지고 있거나 적어도그 아래 단계인 자극이나 고통을 인지할 수 있는 개체(sentience)임이 판명되었을 경우, 이 오가노이드를 윤리적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가’하는 문제일 것이다. 하텅교수는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윤리 전문가들과 긴밀히 협업할 것이라고 밝혔다.
 

▲ 뇌 오가노이드를 2배로 배양할 때와 3배로 배양할 때의 밀도, 구조 차이를 비교한 그림


유기체와 기계를 연결하는 바이오컴퓨터가 출현한다면 

OI 프로젝트는 바이오컴퓨터의 개발을 기대하고 있다. 인간의 뇌와 더욱 가깝고,유기체와 기계를 연결할 수 있는 바이오 컴퓨터가 출현한 미래는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 올 것인가. 미래를 예단하는 것은 항상 어렵지만, 새로운 기술이 나온 이후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예로 알파고와 바둑계의사례가 있다. 2016년 알파고 등장 당시 많은 사람이 바둑계의 미래를 어둡게 보았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지금, 인간 바둑기사들은 AI와 훈련하며 실력이 예전보다 더 향상됐고, 최근에는 미국 바둑 아마추어 랭킹 2위인 켈린 펠린Kellin Pelrine이 AI로 AI 바둑 프로그램의 약점을 파악해 AI 바둑 프로그램 카타고KataGo와의 대국에서 15전 14승을 기록했다.

한편 프로바둑계에 AI 치팅(부정 행위)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얼마 전 중국 랭킹 2위 리쉬안하오(李軒豪)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치팅을 의심받은 이유는 대국의 AI 일치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 때문인데, AI 치팅을 AI로 잡은 것도 아이러니하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대국실의 검색대 설치, 화장실 사용 제한, 와이파이 신호 차 단 같은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은 항상 빛과 어둠을 함께 안고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다. 현재 교육계 에서 챗GPT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오히려 적극 활용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립하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 OI나 바이오컴퓨터가 등장하면 이 역시 좋은 점과 우려스러운 점이 부딪칠 것이다.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세상이 그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점이다.


챗GPT에게 OI에 대해 묻다

세상을 바꿀지 모를 새로운 것이 등장할 때면 언제나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이 묘한 설렘과 심란함을 좀 달래보고자 OI가 AI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챗GPT에게 물었다.

질문: OI가 ChatGPT를 포함한 AI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챗GPT: OI가 ChatGPT를 포함한 AI의 강력한 라이벌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오가노이드는 지능과 유사한 행동을 보일 수 있지만, 여전히 신체적•생물학적 특성에 의해 제한됩니다. 반면 AI는 특정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학습하고 개선하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습니다. 

AI는 또한 유기질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방식으로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AI는 광범위한 기기와 애플리케이션에 통합될 수 있어, 매우 다양하고 적응력이 뛰어납니다. 

그러나 오가노이드는 현재 실험실 환경에 한정되어 있으며, 상업적 용도로 쉽게 확장될 수 없습니다. 요약하자면, OI는 많은 잠재적 응용 분야가 있는 흥미로운 연구 분야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AI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은 낮습니다.

음, 저 챗GPT의 대답에 감정이 담겨 있다고 느껴진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글_성민규 한국뇌과학연구원 연구원

참조문헌 
• Smirnova L, Caffo BS, Gracias DH, Huang Q, Morales Pantoja IE, Tang B, et al. Organoid intelligence (OI): the new frontier in biocomputing and intelligence in-a-dish. Front Sci (2023) 1:1017235. doi: 10.3389/fsci.2023.1017235

• Kagan BJ, Kitchen AC, Tran NT, Habibollahi F, Khajehnejad M, Parker BJ, et al. In vitro neurons learn and exhibit sentience when embodied in a simulated game-world. Neuron (2022) 110(23):3952–69. doi: 10.1016/j.neuron.2022.09.001

• Wang TT, Gleave A, Belrose N, Tseng T, Miller J, Dennis MD, et al. Adversarial policies beat professional-level go ais. arXiv preprint arXiv:2211.0024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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