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용 이미지 센서를 사용한 단 한 장의 사진 촬영으로 뇌혈관 내 혈류 속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이승아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모바일용 롤링 셔터 카메라를 활용해 레이저 스페클 패턴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혈류 속도와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광영상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레이저 스페클(laser speckle)은 레이저 빛을 생체 조직과 같은 산란이 일어나는 물체에 조사할 때 레이저 빛과 입자의 상호 작용에 의해 생성되는 반점 모양의 간섭무늬를 의미한다.
그동안 뇌혈관 질환의 기전을 연구하고 진단하기 위해 다양한 비침습적 광학 이미징 기법들이 사용되어 왔다. 기존의 방식은 생체 조직 같은 복잡한 구조에서 빛은 여러 번 무작위하게 진행 방향을 바꾸는 다중 산란을 겪는다. 그래서 뇌혈관과 같은 다중 산란 환경에서 혈류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었다.
또한, 빠른 혈류에 의한 스페클 변화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초고속 카메라로 스페클 사진을 1초에 최소 10,000장씩 수만 장을 촬영한 후 분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연구팀은 스마트폰 등에 활용되는 롤링 셔터 카메라의 짧은 행간 촬영 시간 간격(약 10마이크로초)을 활용하면 초고속 카메라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한 장의 사진으로 스페클 패턴의 시간 상관 값을 계산할 수 있는 수학적 모델을 개발했다.
이미징 시스템에 타원형 조리개를 사용하여 수직 방향으로 긴 레이저 스페클 패턴을 생성하였으며,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스페클 패턴을 롤링 셔터 카메라로 촬영할 경우 혈류 속도가 빠를수록 측정된 길이가 짧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모델을 바탕으로 쥐의 대뇌에 레이저광을 조사하여 촬영한 스페클 사진을 정량적 혈류 맵으로 변환하고, 대뇌 혈관의 혈류 속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정확히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초고속 카메라로 수만 장의 사진을 촬영하지 않고도 혈류 속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또한, 고가의 초고속 카메라를 사용한 이미징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비용을 절감하면서, 향후 뇌혈관 질환을 사전에 감지하는 진단 기기의 상용화 단계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승아 교수는 “후속 연구를 통해 정적 산란이 혈류 속도 측정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정확하게 모델링하여 피부 조직 아래에 깊숙이 위치한 혈관에서도 혈류 속도를 측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신진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광학 분야 국제학술지 ‘옵티카(Optica)’에 10월 31일 게재되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