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뇌연구원(KBRI, 원장 서판길) 정서·인지질환연구그룹 구자욱 책임연구원과 정세진 연구원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 이광형) 생명과학과 정민환 교수와 안소연 박사과정생,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강유정 연구기술원과 이종원 연구위원, University of Washington의 Jeansok James Kim 교수와의 국제 협력연구를 통해 ‘노력과 보상에서의 불균형을 유도하는 사회적 딜레마 모델에서 개인이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대한 신경생물학적 설명’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PNAS)”에 게재되었다. (논문명: A role of anterior cingulate cortex in the emergence of worker-parasite relationship)
▲ (왼쪽부터) 정세진 연구원, 구자욱 책임연구원 (사진출처=한국뇌연구원)
연구팀은 누군가는 노력해도 제대로 된 보상(報償)을 얻지 못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노력하지 않아도 보상을 얻는 사회적 딜레마 환경에서 이른바 ‘희망고문성’ 보상추구행동을 위해 작동하는 뇌 영역과 관련된 유전자를 밝혔다.
레버를 누르면 반대편 먹이 그릇으로부터 먹이를 공급받는 훈련을 받은 3마리의 쥐가 함께 공존하게 되면 한 개체는 레버를 누르지만 먹이를 제대로 얻지 못하는 일꾼(worker) 개체로, 다른 개체들은 레버를 누르지 않고도 먹이를 얻는 기생(parasite) 개체로 분화하게 된다.
요약하자면, 모든 개체는 같은 보상 훈련을 받았지만, 세 마리가 공존할 때에는 한 마리 ‘일꾼’쥐의 노력으로 다른 2마리의 ‘기생’한 쥐들이 보상을 받는 것이다.
▲ 연구에 사용된 노동 불균등에 대한 사회적 딜레마 행동모델 모식도 (사진출처=한국뇌연구원)
실험동물을 이용한 사회성 행동 모델연구에서 기생’쥐보다 ‘일꾼’쥐에서의 전방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ACC) 활성이 유의미하게 증가되어 있음이 관찰되었다. 해당 뇌 영역의 활성을 억제할 경우 ‘일꾼’쥐라 하더라도 ‘기생’쥐와 같이 레버를 누르지 않고 먹이를 기다리는 것이 관찰되었다.
반면, 보상이 주어질 수 있는 환경에 쥐가 혼자 있는 경우 ‘기생’쥐라 하더라도 레버를 눌러 먹이를 획득하였는데, 전방대상피질 활성을 억제하여도 보상추구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 ‘기생’ 쥐보다 ‘일꾼’ 쥐에서의 전방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 ACC) 활성이 유의미하게 증가 (사진출처=한국뇌연구원)
또한, 연구팀은 해당 행동모델에서 ‘일꾼’쥐의 전방대상피질에서 뇌신경세포의 활성을 저해하는 GABAA 수용체 및 K+(포타슘) 채널 관련 유전자들이 더 적게 발현함을 밝혀냈다. 이는 해당 유전자들이 ‘일꾼’쥐에서 관찰되는 전방대상피질의 활성 증가를 설명하는 기전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 사회성 행동 모델에서 전방대상피질(ACC)의 활성 정도가 worker-parasite 분리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 (사진출처=한국뇌연구원)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사회적 상황에 따라 각 개체가 보이는 보상추구행동 및 분자생리기전에서의 차이를 통해 경제학의 ‘파레토 법칙(Pareto principle)’에서 나타나는 노동의 대가를 위한 개인의 노력 차이를 신경생물학적 측면에서 고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기초과학연구원, 국립보건원, 한국연구재단 뇌과학원천기술개발사업, 한국뇌연구원 기관고유사업 등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었다.
글. 김효정 기자 needhj@naver.com | 사진 및 자료출처 = 한국뇌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