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종하 연구원, 허원도 KAIST 교수, 이창준연구단장(이미지 출처:IBS)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및사회성연구단과 허원도 KAIST 생명과학과 교수는 빛으로 뇌 기능과 행동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광유전학 기술인 ‘옵토-브이트랩(Opto-vTrap)’을 개발하고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뉴런 (Neuron, IF:17.173)’에 12월 1일(수)(한국시간)에 게재됐다.
뇌 활성은 신경세포와 신경교세포와 같은 뇌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조절된다. 이 같은 상호작용은 뇌 세포 내 ‘소낭’안에 담긴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통해 이루어진다. 소낭이 뇌 활성을 조절하는 사령관인 셈이다.
뇌 활성 조절은 뇌 연구를 위한 필수 기술이다. 뇌의 특정 부위나 세포의 활성을 촉진 또는 억제해보면 특정 뇌 부위가 담당하는 기능, 여러 뇌 부위 간 상호작용의 역할, 특정 상황에서 다양한 뇌세포의 기능 등 특정 상황에서 뇌 작동이 어떠한 원리로 일어나는지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발한 Opto-vTrap 기술은 세포 소낭을 직접 특이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원하는 시점에 다양한 종류의 뇌세포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뇌의 여러 부위 간 복합적 상호작용 원리를 밝히고, 뇌세포 형태별로 뇌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했다.
▲ 광유전학적 세포소낭 분비 억제 시스템 Opto-vTrap 의 모식도(이미지 출처:IBS)
세포소낭과 세포질에 Opto-vTrap를 발현시키고, 청색광을 통해 세포소낭 복합체를 만들어 소낭 내 신호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청색광을 끄면 신호전달물질이 다시 정상적으로 분비하므로 원하는 타이밍에 뇌 기능을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빛을 이용해 소낭을 가둬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억제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동물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쥐의 뇌세포가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만들도록 관련 유전자를 삽입했다. 이후 쥐 뇌에 청색광을 쪼여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과 소낭이 엉겨 붙게 만들어 신경전달물질 분비가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신경전달물질이 억제된 쥐는 두려움을 주는 공간에서 공포감을 느끼지 않았으며 움직임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빛을 끄면 15분 뒤 원래의 기능을 회복했다. 뇌세포 신호전달뿐만 아니라 기억, 감정, 행동도 조절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 Opto-vTrap을 이용한 전기생리학 실험 결과(이미지 출처:IBS)
실험동물에 Opto-vTrap 바이러스를 주입하여 Opto-vTrap을 발현시키고, 전기생리학적 방법으로 자극에 의한 흥분성 시냅스 후 전류 (evoked-EPSC)를 측정하였다. 대조군 실험에서, 빛이 없을 때, 청색광이 있을 때, 청색광을 제거했을 때 전류 진폭의 차이가 없다. Opto-vTrap을 주입한 쥐 조직에서는, 청색광 자극에 의하여 흥분성 시냅스 후 전류의 진폭이 줄어들고, 이후 청색광을 제거하면 빛이 없을 때 만큼으로 진폭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허원도 교수는 “Opto-vTrap은 신경세포와 신경교세포 모두에 잘 작동되기에 향후 다양한 뇌과학 연구 분야에 이용되리라 기대한다” 며 “앞으로 본 기술을 활용하여 특정 뇌세포의 시공간적 기능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창준 연구단장은 “Opto-vTrap은 뇌세포 뿐 아니라 다양한 세포에 이용이 가능해 활용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향후 뇌 기능 회로 지도 완성 및 뇌전증 치료 등 신경과학 분야는 물론, 근육 경련·피부 근육 팽창 기술에도 기여할 것이다” 고 밝혔다.
글. 이지은 기자 smile20222@brainworld.com | 이미지 및 자료출처 = 기초과학연구원(I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