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이야기] 에스트로겐, 여성호르몬 1번 레인

뇌과학 탐험

브레인 70호
2019년 05월 13일 (월)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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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다’
호르몬, 인간의 오묘한 감정을 표현하다

호르몬은 인체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자, 특히 감정(emotion) 기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이번호 뇌과학 탐험은 대표적인 호르몬 이야기를 통해 뇌교육의 감정관리 원리인 ‘내 감정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다’에 관한 뇌과학적 배경을 이해한다.

<1> 에스트로겐, 여성호르몬 1번 레인

여성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호르몬, 에스트로겐. 여성으로 거듭나는 사춘기를 거쳐 갱년기를 지나는 여성의 인생 주기 동안 에스트로겐은 그 여정을 함께한다. 충분한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닌 호르몬, 여성스러움과 아줌마의 힘을 상징(?)하는 에스트로겐에 관심을 가져보자.

# 멋진 여성과 당당한 아줌마의 비밀, 에스트로겐

한때는 고운 피부와 날씬한 몸매로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전철에 자리가 비어도 주변을 살피며 살포시 앉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한순간 피부는 푸석거리고 성격도 거칠어져 대화 도중 얼굴을 붉히는 상황을 자주 연출한다. 전철에서도 자리가 날라치면 무섭게 돌진하는 저력을 발휘한다. 이것이 ‘제3의 성’이라 불리는 아줌마 증상? 어머니는 왜 우아함을 버리고 제3의 성을 선택했을까? 건강검진에서 ‘골다공증 주의’라는 결과를 보고 우울해 하시던 것도 그 즈음이다.
 
이는 한 개인이 선택한 특수한 상황이 아닌 자신도 모르게 갱년기를 겪고 있는 여성 대부분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폐경기 이후 급격히 저하되는 것이 주요인이다. 에스트로겐estrogen은 여성의 난소 안에 있는 여포濾胞와 황체黃體 그리고 태반에서 주로 분비되는 여성호르몬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에스트론(E1), 에스트라디올(E2), 에스트리올(E3) 등의 호르몬을 총칭한다.

에스트로겐은 부신피질이나 남성의 정소에서도 소량 분비된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태아 시기에도 다량 분비되지만 에스트로겐은 그렇지 않다. 사춘기에 접어들어 갑자기 증가하여 폐경기 전까지 분비된다. 또 남성호르몬은 점차적으로 감소되어 오래 지속되는 데 반해, 여성호르몬은 폐경기부터 그 양이 급속하게 감소된다. 그 이유로 인생의 황혼기라 불리는 갱년기 여성은 지난날 에스트로겐이 넘쳐나던 사춘기와 달리,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사추기’를 급작스럽고도 당혹스럽게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 미인은 에스트로겐을 좋아해

에스트로겐은 아동에서 여성으로 거듭나는 사춘기 여학생들에게 커다란 신체적 변화를 가져온다. 가슴과 둔부를 발달시키고 지방조직이 근육과 허리 등을 덮어 몸 전체가 완만한 곡선을 이루게 한다. 한 광고에서 미인이 좋아한다고 매일 노래를 불러댄 석류의 비밀 또한 에스트로겐에 있다.

에스트로겐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석류가 미인을 만든다는 것인데, 그 당시 시장에선 석류가 없어 못 팔 정도로 열풍이었다. ‘S라인’의 아름다운 몸매도 에스트로겐이 잘 분비되어야 가능하다. 또한 이 여성호르몬은 지방성 물질을 분비하는 피지선皮脂腺의 활동을 억제시키기 때문에 여드름이 적게 나타난다.
 
여성호르몬은 특히 자궁 내의 근육들을 자극하여 발달시킨다. 그래서 에스트로겐이 부족한 성인 여성의 경우 자궁 조직이 퇴화되기 시작하여 결국 생식 기능마저 잃게 되는 것이다. 여성의 성호르몬은 생식 활동과 주로 연관되어 월경 주기에 따라 분비가 조절되는데 여포 자극 호르몬(FSH, Follicle Stimulating Hormone)이 바로 조절 작용을 담당한다.

에스트로겐이 분비되면 피드백 작용(두 가지 호르몬이 있을 때 상대 호르몬의 작용에 따라 자신의 분비를 조절하는 것)으로 여포 자극 호르몬 분비를 줄이고 황체 형성  호르몬(LH, Luteinizing Hormone)의 분비를 늘린다. 몸속에서 사용된 에스트로겐은 간에서 배출하기 알맞은 구조로 변화된 후 소변을 통해 배출된다.

# 뇌에서 바라본 에스트로겐

성호르몬은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 엄마 뱃속의 태아는 90일 정도부터 성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여성과 남성의 뇌로 각각 구분되기 시작하며, 이후 뇌의 성별이 확정되는 210일 전후까지 성호르몬의 영향이 계속된다. 또한 뇌에서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적은 여자아이의 경우 좌우 뇌가 잘 연결되어 정보 교환이 빠르다. 이런 이유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많은 단어를 구사하며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동시에 주전자에 물이 끓는지 주의를 기울이기도 하는 여성의 모습을 떠올리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리고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기억력이나 언어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적어지면 집중력이 저하되어 건망증이 생기고, 심해지면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노인성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치매는 노인성 질환이지만 30대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질병으로, 많이 움직이고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독서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예방의 지름길이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에게 중요한 호르몬이다. 다른 호르몬들과 마찬가지로 몸에서 그 양이 잘 조절되어야 한다. 하지만 여성에게 에스트로겐은 충분한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감소하는 에스트로겐 또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여성으로 거듭나는 사춘기를 거쳐 인생을 재발견하는 갱년기를 지나는 여성의 인생에서 에스트로겐은 채움을 넘어 비움까지 아름답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 에스트로겐 vs 갱년기

에스트로겐의 부족은 뇌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곳곳에 적신호를 보내는데 그 대표적인 현상이 갱년기 증상이다. 그중 칼슘 흡수를 돕는 여성호르몬의 수치가 적어지면서 나타나는 골다공증이나 퇴행성 관절염은 연락도 없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골다공증과 같은 질환은 과도한 염분 섭취를 줄이며 무게를 싣는 운동인 걷기 등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뼈의 주성분이 되는 칼슘은 우리 몸의 수축 작용에도 관여하는데 칼슘 흡수가 떨어지면 수축 작용이 약해져 근육이 탄력을 잃게 된다. 자연히 골반 근육도 처지게 되어 조금만 크게 웃어도 소변이 찔끔 나올 수 있다. 폐경이나 출산 후에 나타나는 이러한 요실금은 골반 근육 운동과 괄약근 조이기 운동으로 치료 및 예방이 가능하다.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적어지는 갱년기에 적신호만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남성호르몬이 상대적으로 많게 되는 중년 여성은 이전보다 훨씬 활동적이고 적극적이 된다. 바로 대한민국 아줌마 힘의 원천이다. 이런 갱년기의 장점을 알고 잘 활용한다면 적신호를 청신호로 바꾸고 ‘제2의 인생’을 창조할 수 있을 것이다. 

글. 브레인편집부 | 자료제공= 한국뇌과학연구원 www.kibs.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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